인권하루소식

2004년 10대 인권소식

인권하루소식 독자와 인권활동가가 함께 뽑은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2004년 10대 인권소식'을 발표합니다. <인권하루소식>은 인권하루소식 독자와 인권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올 한해 동안 발생한 주요 인권사건(전체 53문항)에 대해 설문조사(각 10개 문항 응답)를 벌여 '2004년 10대 인권소식'을 선정했습니다.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9일간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모두 100명의 독자와 인권활동가들이 참여했습니다. <편집자주>


1. 국가보안법 폐지 함성이 의사봉 대신했다 (65%)

99년 이후 5년 만에 불붙은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은 종교, 학계, 시민, 사회단체 등 사회각계를 아우르며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로 모아졌다. 8월, 국보폐지국민연대의 발족과 함께 본격화된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은 대체입법과 폐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정부 여당이 폐지를 결정하면서 박차를 가하게 된다. 뜨거운 여름 1,350여㎞ 국토를 걸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이야기한 청년. 국가안보는 형법으로도 충분하다며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형법학자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며 1일 시위를 하는 시민들. '상상력'을 질식시키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예술인들. 투쟁은 더 넓고 깊게 퍼져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크고 선명해질 수록 '보수'의 저항도 공격적으로 전개되었고, 그 두터운 장벽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안보중독증'에 걸린 한나라당은 국보법만은 절대로 폐지할 수 없다며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또한 국가보안법을 지키겠다며 시청 앞 광장에 모인 보수우익의 궐기는 국가보안법이 우리 사회에서 저절로 사문화될 수 있는 단순한 법이 아니라 자유로운 사상과 양심, 표현을 언제라도 억압할 수 있는 실체임을 확인시켰다.

12월, 정치권에서 혼전을 거듭한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최초로 그리고, 기습적으로 국회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어진 열린우리당의 연내 폐지 유보 발표는 추운 겨울 국회 앞 단식농성단의 분노를 일으키며 전국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해 온 사람들을 국회 앞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2. 노예선 탈출의 등대, 성매매방지법 시행 (56%)

지난 9월 23일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와 성매매 알성행위자를 따로 처벌하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었다. 여성운동은 그간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을 '인권 피해자'로 보고 이들을 보호할 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성매매방지법의 제정은 그러한 여성운동의 성과인 것. 이제까지 여성만을 죄악시하는 '윤락'이라는 용어가 '성매매'로 바뀌고 이들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것은 성매매를 둘러싼 인권침해 해결에 있어 진일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 법은 인신매매 등 매우 한정적일 경우에만 피해여성으로 규정하고 있고, 성매매가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인 '선불금 등 채무'에 의한 피해자 규정은 삭제되어 있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자 성매매를 옹호하는 반응들이 터져 나오면서,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감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다수의 언론, 일부 남성 정치인과 관광업, 숙박업 등을 담당하는 '경제계'의 보이지 않는 진두지휘 아래, 수십 조에 달하는 성산업의 붕괴를 들먹이며 포주들의 '생존권'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더욱이 집창촌의 일부 피해여성들이 성매매방지법을 반대하고 나서자 포주와 피해여성들의 이해관계가 동일한 것인 양 조작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0년 군산 대명동 화재 사건 당시, 쇠창살 안에 갇혀 화염에 휩싸여 죽어간 피해여성들처럼 '성노예'로 살아가는 이들의 인권을 다시 한번 유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2월 6일, 피해여성들을 앞세워 생존권 보장을 주장한 업주모임 '한터'의 대표가 피해여성들의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 이들을 조직적으로 통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포주들이 현대판 노예선의 선장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한편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탈성매매를 위한 여성지원 시설의 입소율이 급증하는 등 탈성매매를 결단하는 피해여성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해여성들의 심신 치유와 경제적 자립을 위한 상담, 자활지원 대책 마련 등 갈 길은 아직 멀다.

3. 종교의 빙벽을 깨라 - 강의석 씨의 아름다운 저항 (52%)

6월 16일, 한 고등학생이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도발적인 시위를 시작했다. 대광고 3학년 강의석. 그의 시위는 종교계 사립학교에서 강요되고 있는 거짓 신앙 고백에 맞선 최초의 공개 저항행동이었다.

그의 저항은 외롭지 않았다. '거짓과 강압의 전당'으로 변해버린 종교계 사립학교의 치졸한 행태를 고발하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고, '신도 수 확대보다 인권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각계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학교측의 퇴학 통보뿐이었다.

9월 1일 법원의 퇴학 효력 정지 처분으로 강의석은 다행히 학교에 돌아갈 수 있었지만, 학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생명을 내건 단식을 이어가며 예배선택권 보장을 재차 요구했고, 또래 청소년들도 직접 행동으로 그의 저항에 힘을 보탰다. 마침내 단식 46일째를 맞이하던 24일 새벽, 종교 강요라는 녹슨 빗장에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종교계 학교들이 종교활동을 대신할 대체활동 계획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전국의 종교계 사립고 수는 236개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종교가 강요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학교는 얼마나 될까. 강의석의 외침이 사회의 부끄러운 침묵을 일깨우고 인권의 사각지대인 학교에 변화의 물꼬를 틔운 용기 있는 저항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내 종교의 자유가 전국의 학교에서 참으로 실현되기까지 깨뜨려야 할 빙벽은 여전히 높고 강고하다.


4. 풀뿌리 조직이 만드는 퀼트 '평화운동' (51%)

2004년 6월 22일 바그다드 팔루자 방향 35Km에서 고 김선일 씨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온 국민을 얼어붙게 만든 이 사건으로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매일 저녁 7시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도시에서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개최되었고 '더 이상의 비극을 막는 길은 파병철회 뿐'이라는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걸렸다. 평화단체와 시민들은 전쟁반대와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피스몹(peace mob)을 도심 곳곳에서 진행했고,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에게 파병철회 정책권고를 요구했다. 항공 조종사 노조는 파병되는 군인들을 수송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한편, 사이버 공간에서는 네티즌들이 '국익론'의 허구를 밝히며 파병에 반대하는 주장들을 펼쳐 나갔다. 파병 전야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자이툰 부대 앞에서 밤을 세워 파병철회를 외치기도 했다.

정부가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고 도둑 파병을 한 이후, 이 운동은 소강상태에 빠진 듯 보였지만 평화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김재복 수사와 동화작가 박기범 씨는 전쟁 반대와 철군을 주장하며 50여 일 단식을 단행했고 이들과 같은 마음의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라크 전범 '부시'와 '블레어', '노무현'을 심판하는전범민중재판운동으로 모여들었고, 3400여명의 자발적 기소인들은 12월 7일∼11일까지 진행되는 민중재판의 주역이 되었다. 한편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반전평화를 노래 가락과 장단에 실어 나른 '평화바람'은 전국 풀뿌리조직에게 '평화운동'을 전달하는 방물장수와 같았다. 올해평화운동의 가장 큰 결실은 풀뿌리조직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대규모 운동조직에 속하지 않은 이들은 '평화'를 키워드 삼아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면서 이 운동의 커다란 수레바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5. 온몸으로 쓴 '인권의 역사' 380일 - 이주노동자 천막농성 (49%)

2003년 11월 15일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와 단속추방에 반대하며 명동성당 들머리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농성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부의 단속추방 정책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은 더 강화되었고, 단속추방의 공포 속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의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 단속을 하며 이주노동자들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가는 것도 모자라 가스총과 그물까지 동원해 '인간사냥'을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샤멀 타파 농성단 대표가 강제출국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테러리스트 위험'이 있다고 발표하며 이들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이후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불법체류자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의 단속 강화로 불법체류자가 된 이주노동자들은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 등 감옥과 같은 나날들을 견뎌내고 있기도 하다.

농성 380일째를 맞이한 11월 28일 농성단은 '고용허가제 폐지와 단속추방 중단'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한 채 농성을 마무리하고, 온갖 체취가 가득 베인 천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1년이 넘도록 천막에서 새우잠을 자며 추방의 공포 속에서도 집회를 이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는 '노예'를 거부하고 '인간'임을 선언하는 치열한 인간의 역사를 목도하게 되었다. 이는 하나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통해 '인권의 역사'가 쓰여진다는 진리를 체험하게 한 것이다. 해단식 후 이들은 제2의 투쟁을 위해 전국 조직 건설을 설계하며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6. 세계 3위 전범국가, 멈추지 않는 파병 (46%)

"파병 철회! 추가파병 반대!!" 싸늘하게 맞바람 치는 여의도의 아스팔트 위에서 국민들은 절규하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국회는 문을 굳게 닫았으며, 국회의원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가렸다. 그리고 2월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로써 노무현 정부와 국회는 부시가 일으킨 야만적인 침략전쟁의 '확실한' 공범임을 자임하게 됐다.

하지만 전범국가의 국민으로서 느끼는 양심의 무게는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여의도, 광화문, 종로, 시청 앞…. 파병 철회의 행진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엔 경기도 광주 자이툰 부대 앞에서 밤을 새며 파병의 행군을 온몸으로 막았다. 하지만 8월의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자이툰 부대는 학살로 뜨겁게 달아오른 이라크를 향해 도둑처럼 한국을 빠져나갔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의 군인들을 이라크로 보낸 것이다.

이라크 수용소 내 미 점령군의 포로 고문과 성 학대, 이라크 무장단체의 한국군 철수 요구와 김선일 씨 살해, 이라크에 대량살상 무기가 없었다는 듀얼퍼 보고서, 스페인, 필리핀, 태국으로 이어지는 철군 도미노 등 국제적으로는 파병의 당위성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세계 3위의 전범국가 한국에서는 파병연장 동의안이 8일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로 넘겨졌다. 어느덧 여의도 아스팔트 위에 또다시 싸늘한 맞바람이 치고 있는 지금, 파병의 행군은 멈추지 않고 있다.


7. 사내하청이 살해한 노동자 박일수 씨 (45%)

지난해 새해 벽두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의 분신으로 시작된 '노동열사정국'이 올해까지 이어져 2월 14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박일수 씨가 정부의 노동정책에 항거하며 또다시 분신사망하기에 이르렀다.

박 씨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체불, 퇴직금 등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다 강제 해고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 사망 당시 그의 웃옷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진실된 노동의 대가가 보장되는 일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바로 사내하청이라는 고용형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한 채 정규직 노동자들과 한 작업장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 임금의 50∼60%정도밖에 받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작업 환경과 노동 강도 또한 70년대가 따로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복지에 있어서의 차별이나 비인격적인 대우 등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일일이 나열할 수조차 없이 많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고용불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내하청은 현대중공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역시 사내하청으로 빚어지는 노동자 차별이 문제되었고 지난 9월 22일 노동부는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측은 여전히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8. 공무원 노동자로 다시 태어나다 (44%)

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 11월 15, 16일 이틀에 걸쳐 총파업을 실시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부정부패 추방과 공직사회 개혁'을 내걸며 노동3권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파업권을 행사했으나, 정부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앞세우며 파업을 불법화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노동조합법'에는 공무원들의 단결권, 단체협상권 등을 보장했다고 하지만 실질적 권리인 단체행동권이 빠져 있어 노동1.5권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단체행동권이 삭제된 노동조합법은 사실상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고장난 시계와 같다.

파업이 있기까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와 교섭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회피해 사실상 파업을 유도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행위조차 경찰력을 동원해 무산시켰으며 마구잡이식 불심검문, 통화내역 조회 및 위치추적, 체포영장 없는 가택수사, 감시와 미행 등 조합원에 대한 권리침해는 여느 악덕기업 못지 않았다. 5일 현재 총파업과 관련 파면 91명, 해임 126명, 정직 192명 등 409명이 중징계를 받았으며, 징계처분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수까지 포함하면 징계는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은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정부는 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 사태를 계기로 공무원의 집단행동, 정치운동금지 위반에 대한 처벌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집회·시위에 대한 권리마저도 압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노조사무실을 원천 봉쇄하는가 하면, 노조원들에게 조합활동포기 각서를 쓸 것을 강요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 공직 사회의 개혁을 뒤로 돌리려는 정부의 어리석은 짓은 더 큰 화를 부르기 전에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8. 북한인권법, 한반도 평화에 먹구름 (44%)

미국이 '인권'을 '무기' 삼아 북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시키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은 북 체제 붕괴를 의도하는 '북한자유법안'과 올해 '북한인권법'을 의회에 상정시켜 한반도의 평화와 인권에 먹구름을 드리우더니 지난 10월 '북한인권법'을 상·하원이 통과시켜 그 우려를 현실로 만들어 버렸다.

북한인권법은 북의 인권을 신장한다는 미명 하에 북을 '돈'으로 붕괴시키겠다는 야욕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탈북자 지원 NGO에 매년 '2천 만불 지원' 및 북의 자유 촉진과 인권 개선에 '4백만 달러' 지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책정했다. 그 뿐 아니다. 대북 방송 수신을 위한 라디오 지원에 '2백만 달러'를 쏟아 붓겠다고 법안은 명시하고 있다. 인권을 돈으로 '매수'해 보겠다는 계획에 국내 인권단체 뿐 아니라 전 세계인권단체들이 그야말로 아연질색하며 '인도주의'를 빙자한 미국의 도발을 맹비난했다.

법안의 도발성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인권법이 발효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과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른바 '기획탈북 브로커들'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들은 한편으론 미국 NGO들에게 접근을 시도하면서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를 꾀어 외국 공관으로 진입시키는 기획탈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보수언론은 '정치적 망명자'들을 소개하기 바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획탈북에서 빚어지는 반인권적 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말았다. 이처럼 북한인권법은 '인권'으로 겉치장하고 있을 뿐 북의 인권개선에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 북의 인권을 위해서 한반도의 평화는 필수적이지만 북한인권법은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10. 현대판 노비문서, 비정규직 입법안 (43%)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을 졸라온 정부의 손아귀 힘이 점점 더 세지고 있다. 지난 9월 10일 정부는 사실상 파견업종 전면허용을 골자로 하는 개악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고 이용석 씨가 자신의 몸을 불태워 저임금·장시간노동, 반복되는 해고와 생활고에 찌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절규한지 불과 1년이 채 못된 때였다.

정부의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은 △현재 26개 파견업종을 일부 금지업종을 제외한 전체업종으로 확대하고 △현행 2년의 파견기간을 3년으로 늘려 기업에게 상시적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더욱 넓혀주고 있다. 결국 중간착취와 저임금, 고용불안과 노동3권 원천봉쇄라는 파견노동의 족쇄를 전체 노동자에게 채워주겠다는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꼬리를 물었다. 개정안 발표 직후 비정규노조 대표단은 노동법 개악 중단과 노동계의 총력 대응을 촉구하며 열린우리당 점거 및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개정안이 국회에 회부되면서 103개 단체가 '비정규노동법개악저지와노동기본권쟁취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선포했다. 전국비정규직노조는 11월 24일부터 간부파업에 돌입했고, 비정규 노동자 4명이 11월 26일 국회 내 50미터 높이의 반 평 짜리 타워크레인을 점거, 칼바람 속 농성을 시작했다.

이러한 거센 저항 앞에 지난 11월 29일 국회 환경노동위는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넘기지 않기로 결정해, 비정규직 관련법안의 연내처리는 불가능하게 됐지만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밖에 △농민생존권 위협하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36%)가 11위였으며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불붙은 직접 민주주의 운동('국민소환권' '국민발의권')(31%)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사립학교법 개정 요구 운동과 그에 대한 보수 사학의 움직임(29%) △정부의 최저생계비 등 빈곤 대책에 대한 저항(24%) △미국의 이라크 포로 성고문(24%) △삼성 SDI의 노동자 위치추적 등 노동탄압(24%) 등이 올해 주목을 받은 주요 인권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