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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인권단체 비상시국성명]노동기본권 탄압 중단하고 이라크 파병 결정 철회하라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정부에 의해 초래된 총체적 위기국면 출범 8개월을 갓 넘긴 노무현 정부는 산적한 인권과제들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개혁의 실종 등 거듭되는 실정으로 인해 국제인권조약이나 헌법, 법률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인권기준마저도 후퇴시켜 우리 사회를 총체적 위기 국면에 빠져들게 하였다.

노동자, 농민, 빈민을 비롯한 민중들을 죽음의 행렬로 내모는 생존권의 위협, 빈부의 격차를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도입, 새만금 사업의 강행과 부안 핵폐기장 유치 결정, 네이스(NEIS) 도입에서 보여지는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절차에 대한 무시, 송두율 교수 사건과 집회·시위현장에 대한 공권력의 남용에서 보여지는 사상·양심·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구시대 정치관행의 근절을 위한 노력의 부재, 미국의 패권주의에 편승한 파병 결정 등에서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이런 제반의 위기 상황이 미국 패권주의에 편승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강행, 권력전반의 총체적 보수화에 의한 것으로 노무현 정부가 정권 출범 초기의 개혁 공약을 포기하고, 반개혁 정권으로 급선회한 것에 원인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권은 후퇴하고 있고, 인권이 무시된 절망스러운 현실에서 민중들은 최소한의 삶의 의욕마저 상실해가고 있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과 '손배가압류·노동탄압분쇄,비정규직철폐를위한범국민대책위원회' 등 각종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대책기구에 참여하여온 우리 인권단체들은 총체적 인권후퇴의 상황을 심각하게 진단하면서 최근의 노동자 분신 정국에 대한 입장과 함께 파병 결정의 철회를 촉구한다.

<b>정부가 앞장서는 노동기본권 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b>

지난 1월 두산중공업의 배달호 씨가 손배·가압류에 항의해 분신한 이래 10월 17일에는 129일째 지상 35미터 높이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한진중공업의 김주익 지회장이 목매 자결하였다. 극심한 노조파괴 공작이 자행되던 세원테크에서 이미 8월에 이현중씨가 투병 끝에 사망한 이래 10월 23일에는 이해남 씨가 대구 세원테크 공장에서 분신 항거하였으며,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광주전남본부장 이용석씨가 지난 10월 26일 다시 분신을 결행하였다.

명예퇴직, 조기퇴직,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사유로 실업자가 되는 경우는 월평균 21만 8천명에 이르고, 30일 이상의 장기분규 사업장이 78개 사업장에 달한다. 노무현 정부 집권 8개월만에 구속 노동자가 144명에 이르렀고, 신규 부당해고 노동자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만 9월말 현재 1,05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10월 20일 현재 손해배상·가압류 규모는 45개 사업장, 1천 336억이었다. 용역경비를 동원한 노조파괴공작이나 공격적인 직장폐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공권력의 현장 투입, 신고된 집회현장에마저 경찰력을 투입하는 등 노동운동에 대한 적대적인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이런 노동기본권의 탄압에는 철도청이 파업을 이유로 노조에 7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서 보듯이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더욱이 전체 노동자의 60%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애초의 공약은 잊은 채 거꾸로 비정규직을 확산하겠다는 방침을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노무현 정부다. 이번 노동부 노동상담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이용석씨의 분신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공공부문내의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통계와 지표들이 말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분신의 배후는 자본가의 이익만을 대변하여 노동자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기본권 탄압정책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노동자의 분신이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세력의 기획에 의한 것이란 영등포경찰서장의 망발은 노동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분노만 더하게 하는 반인권적 발언임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노동조합 활동은 이제 국제인권조약이나 헌법, 노동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해고와 구속, 용역 깡패와 경찰에 폭력에 의한 부상, 심지어는 죽음까지 불사해도 보장받지 못하는 종이 위의 권리로 전락하였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신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라며 '노동유연화'와 '사용자대항권'의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방향의 노사관계법 개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는 애초 대통령 후보 시절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의 공약과는 정반대로 오로지 '기업하기 좋은 나라'만 외치는 자본일방적 정책의 일관된 채택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현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반노동자적일 뿐만 아니라, 반인권적이며, 오늘의 노동자들의 분신 정국은 바로 노무현 정부의 노동기본권을 비롯한 인권압살 정책에서 비롯되었음을 엄중히 지적한다.

<b>단 한 명도 이라크에 파병할 수 없다</b>

우리는 지난 18일 발표된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더불어 파병결정이후 국민적인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혼성부대'와 '전투병파병의 불가피성'을 운운하며 은근슬쩍 파병을 추진하는 정부의 기만적인 행동에 분노하며 이에 대해 비판하는 바이다.

미국은 지금, '전투병 파병' 대신 '안정화군(stabilizing force)'이라는 말로 동맹국에 다국적군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데, 이를 모방하기라도 하듯 노무현 정권은 '치안유지군'을 말하고 있다. 이는 결국 파병의 목적이 '이라크의 치안유지'에 있음을 부각시키면서 파병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겠다는 속셈이다.

이라크에서는 미제국주의 점령군에 대항해 조직적인 반외세 게릴라 항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는 점령군에 의한 부당한 통치를 반대하는 이라크의 저항이며, 모든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된 이라크에서 당장의 생존권과 인권을 보장하라는 이라크 민중의 절박한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이라크의 새로운 점령군이 되기를 자초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대체 이라크 민중의 어떤 치안을 유지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지금 미국이 말하고 있는 '이라크의 안정화'가 과연 누구를 위한, 누구의 그것인지를 묻고 싶다. 또한 이라크 민중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자행되고 있는 파괴와 학살전쟁에 노무현 정부는 과연 누구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파병을 하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라크 민중을 학살하는 파병이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또한 '치안유지군'으로 포장된 단 한 명의 파병도 불가함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지난 파병결정에 이어 또다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파병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노무현 정권은 바로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심판받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아울러 파병 이후 발생하게 될 테러에 대한 대응책으로 재추진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권한을 비상하게 강화시켜 국가기구에 대한 국정원의 지휘통솔을 가능하게 하며, 비상시에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반민주적, 반인권적 요소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는 국제사회에서 비난받을 파병을 꾀하고, 국내적으로는 인권에 반하는 테러방지법을 추진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정부는 테러방지법 재추진을 당장 포기하라.

<b>우리의 요구</b>

지금은 노무현 정부가 기존의 반개혁 정책을 포기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신장하기 위해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종합적이면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여야 할 때다.
우리는 총체적 위기국면 해결을 위해 정부에 우선적으로 다음을 강력히 요구한다.

<b>1. 반인권적 노동정책을 철회하라.</b>
- 노동자들의 분신 자결 투쟁을 불러온 손배·가압류에 대해 정부기관과 공공부문에서부터 이를 일괄 취하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제시하라.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의 차별 시정 대책을 제시하고, 정부기관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
- 구속, 수배 노동자들을 즉각적으로 석방, 수배해제하라.
- 노동조합 파괴를 일삼는 용역깡패를 엄벌하라.
- 노동자들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 파업의 권리를 보장하라.
- 노동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을 철회하고, 노동운동진영의 요구를 노동정책 수립에 반영하라.

<b>2. 이라크 파병 결정 철회하라</b>

<b>3.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b>

우리 인권단체들은 인권의 이름으로 이를 엄숙히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우리 인권단체들은 민중들과 더불어 노무현 정부를 인권의 이름으로 심판할 것을 천명한다.

2003년 10월 29일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노동당인권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주화운동정신계승연대, 민중복지연대,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자유·평등·연대를위한광주인권운동센터,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29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