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박근혜가 가뒀던 그들이 돌아온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양심수를 만드는 법제도 개선해야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기억 투쟁이 매우 중요한 실천임을 배웠다. 박근혜 퇴진 이후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민주화 항쟁에서 희생된 사람이나 독재 권력의 학살로 희생된 사람들은 기억하려 더 애쓴다. 그런데 우리가 또 잊지 말아야할 사람들이 있다. 갇힌 자들이다. 그들은 불의한 권력인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갇혔다. 우리는 그들이 싸운 권력과 제도가 무엇인지 되새기며 그들의 명예와 자유를 복원시켜야 한다.

그들이 감옥에 갇힌 이유

알다시피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유는 그가 민주주의를 유린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최순실의 국정 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 사익 추구를 파면사유로 명시했다. 이어서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통령은 국정 개입과 사익추구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사익 추구와 권력의 부패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정부는 단속했다.

그런데 정권의 단속은 단지 공직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에 그치지 않는다. 정권을 비판하는 운동과 사람들에 대한 탄압이 핵심이다. 이는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에도 드러난다.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언론 조작, 통합진보당 해체 개입, 문화계 블랙리스트 조성 지시 등이 적혀 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이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14년 10월 4일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 지시 사항이라는 표시가 된 문장에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라고 적혀 있다. 묘하게도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다. 헌재 판결치곤 매우 빠른 판결이었다. 당시 정권을 비판하는 세력을 종북으로 쉽게 몰아세웠던 정국이어서 국가정보원은 통합진보당의 내란음모 사건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통합진보당 해산은 국제사회가 비판했듯이 비례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정부 주장대로 폭력을 모의했을지라도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며, 정당을 해산할 만큼 명백한 위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법적·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내란음모죄의 실체는 없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정당 해산을 결정했고 이석기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을 구속했다.

노동 운동에 대한 감시와 탄압 지시도 치밀했다. 비망록에는 민주노총 경선이나 노동자 파업에 대한 보고만이 아니라 전교조 탄압에 대한 깨알 같은 지시가 나온다. 2014년 6월19일은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취소처분 소송 1심 판결에서 패소한 날인데, 이날 비망록에는 "승소 시 강력한 집행"을 지시했고, 그 후 직권면직, 단체협약 해지 등이 이어졌다. 당시 정부가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운동을 감시하고 탄압했던 이유는 노동자들이 정부정책에 반대하며 싸웠기 때문이다. 특히 전교조 교사들은 세월호 참사 관련 박근혜 퇴진 선언운동을 했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 폐지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민주노총은 철도 파업 같이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맞섰으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개악에 반대해 싸웠다. 그 정점에 민중총궐기가 있으며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이 구속됐다.

그들에게 노동운동이나 진보정당, 그리고 집회에 나오는 시민들은 모두 걸리적거리는 세력이었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양심수를 만드는 법제도 개선해야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탄압은 단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일탈적 행위가 아니다. 공안 통치를 유지하는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보수정권은 국정원-검찰-경찰 등 공안기구를 총동원해 정권 비판세력을 탄압했다. 반값등록금차단 문건에서도 드러나듯이 국정원의 개입에 대한 수사를 요청해도 검찰은 이를 덮어줬다. 사실 덮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정권비판세력에 대한 탄압에 앞장섰다. 국가보안법-집시법(집회시위에 관한 법) 등 각종 법제도를 총동원해 운동 세력을 기소한 것은 검찰과 경찰이었다.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은 형법상 내란음모 및 선동 외에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로 구속됐다.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반민주정권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행동을 잠재울 때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악법이다. 이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유엔인권기구의 권고가 끊이지 않았다. 벌써 25년 전인 1992년 유엔인권위원회(현재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형법만으로도 국가안보를 방어하기에 충분"하며, "국가보안법에 규정되어 있는 특정 내용은 다소 모호한 용어로 정의되어 있어 실제로 국가안보에 위협적이지 않은 행위"도 처벌하며,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경찰의 지나친 권력행사,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조사권의 범위"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하기에 국가보안법의 "단계적인 폐지"를 권고한 것이다.

양심수를 석방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양심수를 양산하는 법의 폐지 및 개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의 성격에 따라 언제든 불의에 맞서서 저항한 사람들은 감옥에 갇힐 것이다. 특히 대표적 정권 유지법인 국가보안법을 이번에 폐지하지 않으면 언제든 권력은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운동세력을 탄압하고 시민들의 입을 막을 것이다. 나아가 한상균 위원장의 구속 사유였던 형법상의 일반교통방해죄나 업무방해죄, 그리고 집시법의 독소조항 등이 개정돼야 한다.

한 보수언론은 작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수와 기소된 수가 전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며 걱정을 하는 보도를 했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극우이념을 기반으로 한 세력들은 여전히 국가보안법 존치를 주장하고 양심수 석방을 반대할 것이다. 정권의 안정을 위한 공안 통치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현실이다. 그들은 사회 구성원의 저항할 권리와 인권을 옹호하기보다 정권의 유지와 기득권의 질서를 보호하는 법제도를 옹호할 것이다. 법제도 개선과 더불어 양심수를 양산하는데 앞장선 공안기구인 국정원과 검찰개혁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당장 양심수 석방

이번 주 토요일 양심수 석방 문화제가 열린다. 참석하든 못하든 이날은 작년 촛불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양심수 석방을 외쳤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목소리가 새 정부에 전달되도록 하자.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저항으로 박근혜 탄핵을 이뤘고 그 열망으로 교체된 정권인 만큼 당장 해야 할 일은 양심수를 석방하는 일이다. 책임자 처벌만큼 부당한 권력에 의해 탄압받고 희생당한 사람들의 명예와 권리를 복원하는 것이 정의로운 체제로 가는 길이다. 과거 청산은 단지 부정부패만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와 맞닿아있다.

일부 보수언론은 이석기와 한상균의 석방은 촛불의 과도한 청구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비판하는 이유는 보수언론이 지향하는 사회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다르기 때문이다. 권력의 안정적 통치나 그를 바탕으로 한 재벌 대기업의 안전한 수익을 보장하는 사회를 그들이 원한다면,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불의한 권력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사회,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원한다. 양심수 석방은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체제로 가는 하나의 실천이며 새 정부가 당장 시행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