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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의 두리번두리번] 거리에서 기념하는 6월 항쟁

정치권 이합집산의 끝은 어디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어지럽기만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고지 44매짜리 장문의 비판문을 내놓고는 창당 멤버들을 향해서 매서운 잽을 날렸습니다. 절이 싫으면 네가 나가지 왜 절을 부수려 하냐고 말이죠. 게다가 이참에 정치를 그만 두라는 훈수까지요. 대통령으로 국정수행에 바쁠 텐데 이런 일엔 날밤을 새워요. 말발이 노무현을 따라잡을 수 없는 정동영과 김근태는 당연 열 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통합신당파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의 의원들을 모아서 창당대회를 가졌습니다. 친노와 반노로 집권여당이 이분, 삼분되고 있지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도 경선 규칙을 각자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멱살드잡이를 매일 하고 있네요. 누리꾼들이 붙인 ‘명바기와 그네’라는 사람들이죠. 이제는 경선 룰이 걸레됐다고까지 하고, 그런 ‘그네’ 보고는 제왕적 대표라고도 하네요. 조금만 더 싸우다가는 아예 갈라질 듯한데, 갈라지면 재밌겠어요. 그럼 한나라당이 분열돼서 서로 대통령 하겠다고 하면 누가 덕을 볼까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춘추전국시대답게 한명숙 전 총리까지 대선 경선판에 합류했어요. 경력으로야 정통 민주화운동세력. 유신독재정권부터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도 치렀고, 이후 시민운동단체 대표도 했죠. 그러면 뭐합니까! 국무총리가 되자마자 권력의 하수인으로 민중을 ‘생까’는데! 허참...평택 대추리를 짓밟더니, 한미 FTA 반대투쟁에 ‘무관용’ 방침을 담화로 발표해 엄포도 놓았지요. 대통령이라고? 흐흐 “난 네가 지난 여름 한 일을 알고 있다”

아~ 어지러운 정치판 언제쯤 정리되나? 대체로 6월까지 가지 않을까요? 각 정당들에서 전당대회니 뭐니 하면서 패거리 짓기를 열심히 할 텐데, 그러다 너나없이 망월동에 가서 절 한 번 하고 민주화 후광에 머리를 들이밀겠죠. 6월에는 또 어떨까요? 올해는 6월 항쟁 20주년이니, 모두 항쟁의 주역이라고 어깨에 민주화 견장을 두를 테죠? 아무튼 정치판에서 생존하려면 우선 낯짝이 두꺼워야 할 것 같아요. 잡아먹을 듯 싸우다가는 언제 그랬냐 싶게 악수하고, 미소 지으면서 화해하는 척하고, 가장 고상한 척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고 말이죠. 암튼 그럴 거면 멱살 드잡이만 하지 말고, 대판 싸워서 쩍쩍 갈라지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야 국민들이 그들의 본색을 알게 되겠지요.

주먹은 법보다 가깝다

삼류는 정치판에만 있는 게 아닙디다. 10대 재벌이라는 한화 회장님이 직접 보여준 보복폭행 코미디, 거기에 충실한 조연 경찰. 경찰이 없으면 이 코미디는 좀 김이 빠졌겠지요. 29살의 젊은 나이로 재벌그룹의 회장이 된 김승연. 그는 잘난 아들이 술집 종업원들에게 맞고 들어오니 눈이 뒤집혔던 거예요. 조폭까지 끌고서 자신이 직접 조폭 대장이 되었던 겁니다. 청계산으로 끌고 가서는 조패고, 그것도 성에 안차니 북창동까지 가서 사장부터 다 패버렸겠지요. 그리고 돈다발을 던지고 나왔다는데, 경찰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눈 감았다잖아요. 전관예우는 법조계 법칙만이 아니죠.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직접 일선 경찰서장에 전화했다고 하죠. 그렇게 경찰이 쉬쉬 하면서 사건을 덮어버리려고 했는데, 세상에 비밀은 없네요. 기자들의 귀에 들어갔고, 그 다음은 9시 뉴스에서 매일 보도하게 됐죠. 이렇게 법보다 직접 분풀이에 나서는 것을 유식한 말로 ‘자력구제’라고 한답디다.

어쩔 수 없이 수사에 나선 경찰이 어찌나 친절하고 싹싹한지, 압수수색도 예고하고 하니까 미리 다 치워놓았죠. 겨우 한 박스 걷어갖고 나왔는데, 별로 신통찮았잖아요. 지금까지 구속영장도 청구하지 않은 걸 보니 경찰의 인내심도 대단해요. 노동현장에서는 말 한 마디만 과격하게 해도 연행에다 구속인데 재벌 총수 앞에서는 작아지기만 하는 이 ‘민중의 지팡이’. 2년 전에도 한 술집에서 종업원을 무릎 꿇리고 술병으로 머리를 내리친 경력이 있는 김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조폭적 방식이 판을 치는 지 잘 보여주었죠. 그 힘은 바로 돈입디다.

김승연 회장이 ‘액션 영화’를 선보이는 동안 덕 보는 이가 있어요. 바로 대한의사협회 장동익 회장. 이 사람도 회장이네요. 회장님들이 몸풀기를 많이 하시네~ 이익단체의 회장님답게 의료법 개악에 나서줄 것을 한나라당의 정아무개 의원 등을 찾아가 로비를 했다나요. 그 사람들 1년이면 수백억 되는 예산을 떡 주무르듯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돈’힘으로 의료법도 떡 주무르듯이 할 판이에요. 법은 멀고 돈은 가까운 우리의 경찰과 검찰, 어찌 수사 할 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봅시다.

사진작가 이시우씨가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출처; 통일뉴스>

▲ 사진작가 이시우씨가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출처; 통일뉴스>


책 팔았다고 국가보안법으로 구속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반짝 제 정신을 차린 적이 있었지요. 2004년 탄핵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을 때죠. 지금은 자신이 그렇게도 탄압하는 촛불집회를 통해서 말입니다. 그가 말했어요.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대의 악법 국가보안법을 정말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려고 겨울철에 집단노상 단식농성도 했는데, 결국은 얼빵한 열린우리당이 한사코 법사위 문까지 걸어 잠그고 농성하던 한나라당 땜에 법안만 계류시킨 채 아무 것도 못한 씁쓸한 기억이 있어요. 그때 완전히 죽이지는 못했어도 관 뚜껑까지는 닫았는데 그게 뚜껑을 열고 나와 위력을 발휘하고 있네요. 지난해 국정원장이 간첩단이라고 잡도리했던 이른바 ‘일심회’ 사건은 1심에서 이적단체로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형량은 무려 9년까지 나왔어요. 한편 전교조 교사들이 인터넷에 교육자료로 올린 북한 관련 사진을 문제 삼아서 구속시켰고, 최근에는 통일학교라고 하는 전북 임실 관촌중학교 전교조 통일위원회 교사 집을 압수수색했고요, 분단의 현장을 주로 고발해온 사진작가 이시우씨를 덜컥 구속했지요. 그것뿐 아니에요. 한총련 배후 사건으로 이아무개씨가 구속되었고, 인터넷에서 1980년대에 나온 북한 관련 헌책을 판매한 서점주인도 구속됐어요. 경찰 보안수사대는 책을 구입한 이들까지도 모두 수사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대요.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구속자가 생겨날지 몰라요. 아~ 근데 영화 <황진이>도 북한소설이 원작이잖아요. 그럼 송혜교씨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민가협 목요집회 때 그이 사진도 걸리는 건가요?

꺼진 불도 다시 봅시다. 질식할 연기를 내뿜는 건 국보법도 가당찮으니까요. 국보법 구속 영장들은 수십년 된 냉전의 노래를 아직도 반복하고 있어요. ‘정부를 참칭하는 북한이 인민민주주의혁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피고들은 이를 위해 ‘이적행위’를 했다는 겁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성수기를 맞고 있죠. 진정한 평화체제란 이런 독가스를 내뿜는 악법부터 없애는 일이랍니다. 국보법 이번엔 정말 영원히 뗄 수 없는 봉인으로 역사의 무덤 속에 매장시킵시다.

방위분담금으로 이자놀이하는 주한미군

평화체제 얘기가 나와서인데요, 포비가 지난번까지 너무 쉽게 2.13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단을 했나 봐요. BDA 문제가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고 다른 사안들까지 얽혀서 풀릴 듯 말듯하면서도 안 풀리는 거죠. 그렇지만 더딘 발걸음을 한걸음씩 앞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달에는 어떤 결론이 나지 않을까요? 남북을 잇는 철도 시범운행도 이뤄지고요. 그런 마당에 남쪽에서는 유난히 군사기지 문제로 여기저기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어요.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하겠다고 해서 제주도민들이 싸우고 있는데, 제주도 김태환 지사는 지난주 <인권오름>에서 평화의 섬 제주도를 군사기지로 내주는데 별 희안한 로드맵까지 내놓아서 [가지가지다한다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지요. 엊그제 노회찬 의원이 국방부가 제주도에 공군 전투대대까지 설치할 것이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미국이 이 해군기지나 공군기지를 요구하면 빌려주어야 하므로 중국과의 긴장관계가 높아질 것이라고 폭로했지요. 경기도 이천에서는 급작스럽게 서울 송파구에 있던 특전사를 옮겨 온다고 해서 주민들이 반대투쟁을 하고 있고요. 정부는 마구잡이 연행으로 기지강행의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네요. 그리고 5세대 전투기를 도입하려고 한다나 뭐라나, 암튼 지금 동북아는 난데없는 전투기 사재기와 기지 개발 바람이 불었어요. 한쪽에서는 평화체제 논의를 한다고 하면서 한쪽으로는 주한미군기지 확장사업을 추진하고, 군비증강 계획을 착실히 이행하는 이런 모순들이 버젓이 일어난다는 말씀. 그런데요, 주한미군사령관 벨이라는 사람은 제 나라 국회에 가서 한국이 방위분담금을 더 높여주지 않으면 주한미군재배치 계획을 추진할 수 없다고 큰 소리쳤어요. 그런데 방위금분담금을 8천억원이나 남겨서 이자놀이 한 게 들통이 났죠. 그러면서 돈타령을 늘어놓고. 이번 달에 2009년 이후의 방위분담금을 협상한다나요. 뭐, 미국이 요구한대로 퍼주지 못해 안달이 난 국방관료들과 국민의 대표이기보다는 미국의 대변인이기를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이 있어서 미국 뜻대로 되겠지만, 이자놀이 하도록 혈세를 퍼주는 거, 한번 막아보고 싶네요. 요걸 막으면 정말 주한미군재배치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거고, 그럼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도 제대로 될 리 없지요. 방위분담금 인상도 막고, 주한미군재배치도 막으면 일석이조? 마음이 동하지 않나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제주 주민들<출처; 제주참여환경연대>

▲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제주 주민들<출처; 제주참여환경연대>


6월 거리를 내달리자

포비, 아직도 할 말이 많은데, 이제 마무리해야죠. 너무 길어지면 안 보잖아요. 마지막으로 FTA 얘기 안 할 수 없지요. 한미 FTA 아직도 그 내용이 오리무중입니다. 5월 20일 공개한다고 하니 기다려 볼 수밖에 없는데, 언론에 나온 정도 이상 퍼주기가 있나봐요.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도 안 좋은 관례를 한국이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어요. 그런데 거기 다시 유럽연합(EU)과 FTA 협상을 개시했어요. 미국보다 약간 더 높은 관세를 내려 수출을 늘리겠다나. 한미FTA 결과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채 다시 유럽과도 한다고 하고, 아세안과도 하고, 곧 중국과도 한다고 하네요. FTA 시대, FTA 대한민국입니다요. 이런 개별 FTA를 어떻게 다 막을까 고민해 봤는데요. 정부 니들이 하고 싶은대로 한 번 해봐라, 6월에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없던 걸로 만들거다 라는 요런 오기가 올라옵디다. 6월말에 미국으로 날아가 부시 형님 앞에서 굽실거리며 서명을 할 노무현을 주저앉히고 말이죠. 세계적으로 보면 FTA 반대가 대세라서 곳곳에서 미국의 FTA 협상이 민중들의 저항으로 좌절되고 있다는데, 이 나라 정부관료들은 그런 소식에는 귀 틀어막고 있지요.

한 취업 관련 회사에서 직장인 1,184명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30대 여성 62%, 40대 남성 70%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고요, 또다른 조사는 국민 5명 중 1명은 빚으로 살고 있고, 저축율이 바닥이라고 하는데요, 요즘 ‘비정규직보호법’이 7월부터 시행된다고 하니까 전업종에서 비정규직을 무더기로 내치고 있지요. 경비 보던 한 분은 직장을 잃게 되자 분신까지 했어요. 끔찍한 세상입니다. 그래도 정부는 이 법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있다고 억지를 부리지요. 6월 여기저기서 무더기 해고가 자행될 건데요. 찔끔찔끔 싸우지 말고, 6월 항쟁 20주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을 기념해서 한번 세게 싸워 보자고요. 6월 항쟁 팔아먹을 인사들은 밀어내고, 민주주의 제대로 하라고 한번 거리로 쏟아져 나와 보면 어떨까요? 그게 진짜 기념하는 일 아닌가요? 아직 민중이 살아 있고, 이제 민중이 직접 민주주의의 주체로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각종 악법과 FTA까지 다 불살라 버리는 뜨거운 6월을 기대합니다. 포비는 이런 꿈을 꾸면서 살아갑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아참, 이번 5.18 주간에 열리는 제11회 인권영화제에서 만납시다. 우리의 현실과 꿈이 거기 있어요. 다 같이 오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