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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꿰고 깨고] 이명박 발 세 갈래 위기

4월, 우울한 달을 맞는 우리

안양 초등학생이 참혹한 주검으로 돌아온 뒤 다시 일산에서 초등학생이 납치될 뻔했다. 미적대던 경찰은 일산경찰서까지 쫓아온 이명박 대통령에게 혼난 뒤 6시간 만에 용의자를 검거했다. 요즘 딸 가진 부모들은 너나없이 불안하다. 민생치안이 곳곳에 구멍이 났음을 확인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정보인권 침해를 대책으로 내놓는 검경

국민들이 불안하다고 아우성인데도 검찰과 경찰은 민생치안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신 경찰은 평화적인 집회를 보장하면 발생하지도 않을 불법·폭력시위만을 문제 삼아 백골단을 부활시키는 등 강경진압책을 내세운다. 또 대운하 반대 서명 교수들, 코스콤 노동자들, 심지어는 야당 선대위원장의 유세현장까지 사찰하고 있어서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코스콤 농성장 침탈로 많은 노동자들이 다쳤다.

▲ 코스콤 농성장 침탈로 많은 노동자들이 다쳤다.


이른바 ‘떼법 문화’ 청산 대책이 5공 독재로 회귀하는 국가권력의 폭력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유아 납치, 살해사건에 대한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들은 한결같이 첨단 감시장비와 기술을 도입해 국민들 개개인을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는 방향이다. 그 범죄 예방대책이라는 것을 보면 경찰은 감시 카메라의 설치를 확대한다고 하고 실제 지방자치단체들이 대대적인 CCTV 설치를 위해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또 모든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권한을 확대하고, 사방 5m 내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법무부와 검찰은 성범죄자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소아기호증 성범죄자에 대해 형집행이 종료된 뒤에도 구금치료하는 방안,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을 검토한다고 한다. 오는 10월부터는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가 착용되는 것과 맞물려서 국민의 몸에 감시장치를 부착하겠다는 발상이 그것들이다. 하나같이 인권침해를 낳을 수 있는 대책들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 때부터 추진하려다 무산돼 서랍 속에 보관하던 대책들을 경찰과 검찰은 한꺼번에 꺼내놓고 이번 기회에 다시 추진할 욕심을 내고 있다. 이러다가는 모든 국민들을 예비범죄자로 삼고, 국민 개개인에게 바코드를 심겠다고 할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성범죄자로 한정되지만 점차 그 범위와 적용이 확대되면 전 국민이 감시장치를 몸에 덕지덕지 달고 다녀야 하는 때도 멀지 않은 것은 아닌가. 결국 프라이버시나 정보인권이 설 땅은 급격하게 축소된다. 해법은 절박한 요구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민중들을 향한 폭력진압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과잉대응에 동원되는 경찰력을 일선경찰서로 돌려 민생치안을 강화하는 길이다.

국민을 감시하고, 사찰하고, 폭력을 휘둘러 기본권마저 압살하려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 이렇게 국가권력은 부자들만 안전하게 사는 나라를 위해 급격하게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 그 진원지는 ‘법과 질서’를 유난히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발 세 갈래 위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한 달여. 새 정부다운 개혁이 추진되기는커녕 불안과 위기의 그림자만 짙어지고 있다.

우선 경제위기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맨 앞자리에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지만, 경제를 살릴 묘수는 없어 보인다. 그들이 공약했던 대로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 폐지를 통해 재벌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는 방안만 추진하고 있다. 경제의 검찰이라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예 자신들의 본래의 역할을 포기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폐지하고,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외국자본으로부터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방어하고, 상속을 통한 경영권 승계를 용이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처럼 이와 같은 경제정책은 재벌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고, 그 최대의 수혜자는 삼성이 될 공산이 크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747 공약’은 이미 무산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위기가 언제 한국경제를 내습할지 모르고, 100달러 고지를 넘어버린 유가는 내려올 줄 모르고, 곡물들을 비롯한 원자재들도 고공행진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공행진을 하는 원화도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경제위기는 미국의 경제침체로부터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 확실한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갔다는 진단에 따라 미국의 부시는 고강도의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약발은 별로 먹히지 않는다. 다만 위기를 지연시킬 뿐이고, 그 위기는 다시 폭발력을 가진 불안의 징조를 만든다. 거기에 올해 중국 경제의 거품이 베이징 올림픽 이후 한꺼번에 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은 악조건만 수두룩하다.

이런 세계적인 경제위기 국면을 감지했는지 대통령은 “위기는 시작에 불과”, “석유 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말을 했다가 급히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발언 수위가 문제이지 그는 경제위기를 당연시하고 있다. 그는 이미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경제성장 6%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내외의 경제연구소들이나 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대체로 4%를 조금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수치는 공약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비판하기 좋아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평균 성장률과 비슷한 수치다. 그러다보니 현재의 경제위기와 물가불안을 이전 정권의 잘못으로 전가하기에 급급하다.

물가, 등록금, 집값, 이래저래 죽어나는 것은 민중들이다.

▲ 물가, 등록금, 집값, 이래저래 죽어나는 것은 민중들이다.


이래저래 죽어나는 것은 서민이고, 민중들이다. 물가의 위협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 통계청이 4월 1일 발표한 3월 물가 지수 동향을 보면, 전년 대비 3.9%를 기록하고 있다. 물가의 적색신호 상태를 해소하고자 정부는 52가지 생필품 가격을 억제하고 공공요금은 올리지 않겠다고 하지만, 공룡 정유사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새우들인 주유소 간의 경쟁을 부추겨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유치하기만 하다. 미봉책은 될지언정 국제사회로부터 밀려오는 물가 상승압력을 이겨내지는 못한다. 결국은 어느 순간에 물가가 폭발하고, 고공 인플레가 빈궁한 다수의 서민, 민중들의 생활을 압박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반도에 드리운 평화의 위협

두 번째 위기는 평화의 위기다. 누군가 10년 공든 탑이 한 달 만에 무너졌다고 한탄했듯, 요즘 남북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북한은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꼬투리 삼아 선제공격으로 잿더미를 만들겠다고 위협하기도 하고, 개성에서 남북경협협의회의 남쪽 인사들을 내쫓았고, 서해상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리고 4월 1일 급기야 로동신문은 “이명박 역도”라고 비방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 공약에 대해서는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며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반통일 선언”이라고 사설을 통해 반박했다.

마침 4월은 남북관계에서 분수령과 같은 시기다. 북한의 파종기와 춘궁기를 감안할 때 남한의 쌀과 비료 지원 협의가 4월 중순에 종료되어야 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긴장이 조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도 4월이다. 또 4월 중에 6자회담이 열려서 북핵 협상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협상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거기에 4월 19일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캠프데이비드에서 하룻밤을 자며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미사일 방어체계(MD)에 참여하겠다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을 가능성이 짙다. 한미동맹의 복원을 공언해왔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요구해왔던 이런 선물 보따리를 과감하게 풀어줄 것이다. 그럴 경우 한미군사동맹은 더욱 강화되고, 한반도를 세계 전쟁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미국의 군사정책은 탄력을 받게 된다. 이럴 때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도 나서서 한미일 삼각동맹체제를 공격하고 나설 수 있다.

지난해까지 진행되던 평화협정 논의는 물 건너가고, 한반도에는 전례 없는 전쟁의 위기감이 감돌 수 있다. 미국 부시가 국내 정치에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고, 이라크 전쟁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위기 국면이 곧바로 냉전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은 적지만, 한반도에는 위태로운 경색국면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당독재가 가져올 민주주의의 위기

세 번째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4월 9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이변이 없는 한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와 무소속연대를 포함하면 보수정당들의 득표는 200석까지 무난하게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세력이 100석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 사실상의 일당독재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완전히 장악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이제 거칠 것이 없다. 대운하 사업, 영어 몰입교육을 포함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비롯한 각종 소수 부자들을 위한 정책들은 과감하게 추진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실종된다.

정부는 한나라당과 그 비슷한 색깔의 정당들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노무현 정권 때 유보했던 수많은 반인권, 반민주적인 법률과 정책들을 일거에 통과시킬 것이다. 한미FTA 비준은 0순위다. 이미 수차례 예고했던 것처럼 노동자와 민중들에 대한 공안탄압은 본격화된다. 5공을 압도하는 독재정권의 출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결코 엄살이 아니다. 전면적인 민주주의의 후퇴 국면이 밀려올 때 인권운동을 비롯한 진보운동진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4월 11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다. 사회복지시설 장애인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투쟁들을 진보진영이 엄호하는 것으로부터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기 위한 투쟁의 태세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인권, 시민사회 단체들의 공동대응체제 구축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기다. 위기가 구체적인 위협으로 등장하는 4월, 우리는 그 우울한 달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