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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의 두리번두리번] ‘평화’를 엎고, 전쟁을 선동하는 자들

10월 정세 관전 포인트, 미국주의자들의 볼만한 충성 경쟁

10월 9일, 결국 한반도에는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모든 상황을 바꿔 놓고 말았죠. 가히 핵무기의 위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북한은 이제 벼랑 끝 전술이 아니라 벼랑 밑 전술까지 동원하면서 마지막을 향해 갈 수도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 마지막은 무엇인가요? 2차 핵실험, 핵탄두 장착, 그리고 핵무기 발사로 이어진다면, 아니 그전에 미국이 전술핵을 동원해 북한을 공격한다면, 한반도에서는 상상하기도 끔찍한 전쟁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거 아닌가요? 정세 관전으론 차마 입에 담기도 등골이 오싹합니다요. 미국이야 이미 오래 전에 핵 공격을 받고도 핵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MAD, 즉 ‘미친 짓’이란 뜻이죠)’ 전략을 짜둔 상태고, 제한 핵전쟁론에 입각하여 실제로 사용가능한 핵무기인 전술핵 개발을 완성해 놓고 있고,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자국의 생존과 적국의 멸망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망(MD)을 구축한다는 것으로 핵전략을 바꾸어 왔던 터입니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공격전략은 이미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입안되었고 이라크가 만신창이가 된 건 이런 정책의 결과죠. 물론 촘스키 선생의 말마따나 큰 차원에서 보면 갈수록 미국이 해외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은 집권세력들의 열망과는 반대로 저하되고 있고 이라크에 미군이 발목이 묶인 상태라서 당장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하지는 않는다고는 하지만, 우리로선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잽 날리다 결정타 나오면 어쩌나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받아서 유엔헌장 7조에 입각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외교적 성과를 이미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무력제재를 포함하는 42조는 제외되었다고 해도, 북한은 41조에 따른 해상 선박검색과 같은 것을 사실상의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이에 적극 대응한다고 하니 어디에서 소규모의 국지전이라도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내일이면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이 방한하는데, 그녀의 방한 목적은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를 위해서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에 참여하고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하라고 압박을 넣기 위해서지요. PSI, 요게 화약고라고 봐요. 우리가 이걸 하게 되면 우리 해상을 지나는 북한 선박을 정지시키고 검색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럴 경우 즉각적인 무력대응을 하겠다고 하니 그러면 해상에서 국지전이 발생할 수 있겠지요. 복싱에서도 서로 잽을 가볍게 날리다가 나중에 한 방 먹이잖아요. 전쟁이 그런 거죠.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면 죽어나는 건 누구일까요?

2005년 3월 라이스 장관 방한 때 시민단체들의 반대 시위 장면<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2005년 3월 라이스 장관 방한 때 시민단체들의 반대 시위 장면<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그런데 한나라당의 공성진 의원에 이어서 송영선 의원 역시 앞다투어 전쟁불사론을 외칩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자는 거지요. 미국보다도 더 철저한 미국주의자지요. 이번에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반기문 외통부 장관처럼요. 이들의 학력과 경력을 조금만 뒤져 보세요. 한결같이 미국 유학과 미국과의 친분으로 도배를 했습디다. 그들이 알고 있는 건 힘과 돈이 최고인 ‘미국식 가치’입니다. 그런 자들이 ‘평화와 안전’을 핑계 삼아,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미국의 편에 서자고 깃발을 날리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친미주의자를 넘는 미국주의자들이 설치고 있어요. 경쟁적으로, 미친 듯이.

평화를 팔아 전쟁을 사는 의원님들

한 분의 한나라당 의원님은 예전에 국방 관련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국회의원이 되신 분인데, 이분께서는 “한때 친미주의자라고 욕먹는 것은 두렵지 않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친미주의자가 되겠다”고까지 해서 웃음거리가 되었고, 또 다른 한 분은 미래사회학을 공부하던 분인데 나름대로 꽤나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인 척 하더니 참으로 막 나가대요. 국방부 사람들 불러놓고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너희들 다 감옥에 갈 줄 알아”라고 을렀대나. 마치 한나라당이 이미 집권한 것처럼 큰 소리 탕탕 쳤다고 하는데, 변화무쌍한 한국 정치판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죠. 아직도 1년 남은 기간 동안 뭔 일이 터질 줄 알아요. 예전에 야당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비명횡사했던 적도 있는데, 아마도 이번에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서로 갈라져서 싸우지 않을까 싶어요. 둘 다 이미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선 후보 경쟁 결과를 한 쪽이 승복하겠냐 이겁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모르는 거죠. 그래서 공성진 의원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사람 아직 정치는 초년생이라고 봐줄까요? 잘 모르면 자중하던가. 그래, 전쟁 나면 자신은 피할 구석이 있나본데……. 저런 국회의원, 막말을 막아야 하는데 누구도 의원 배지 떼겠다고 나서지 못하니, 참~. 그렇다고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전쟁주의자들의 발호를 잠재울 정책도 소신도 없고 거기도 마찬가지로 미국이라면 설설 기고 있지 않습니까!

10월 12일 반기문 장관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출처; 유엔 홈페이지>

▲ 10월 12일 반기문 장관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출처; 유엔 홈페이지>



반기문이라는 사람은 참으로 대단하대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고 왔지요.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땄고 일찌감치 미국대사를 역임했어요. 이번에 부시가 적극 밀어준 덕에 다른 후보들이 결선투표에 가기도 전에 모두 사퇴를 했다지요. 그만큼 부시의 입장에서는 믿음직한 유엔 사무총장을 거느리게 된 거죠. 김영삼이 ‘자기 밑’에서 일하던 ‘유능한 사람’이라고 은근히 자기 자랑하던데, 푸하하~ 알고 보니 부시 밑에 있던 충직한 사람이더군요. 그런데 참, 반기문 장관도 국가 정상급 대우를 받게 된다던데, 그럼 앞으로 한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더 높은 건가요? 아님 반기문 장관이 더 높은 건가요? 그가 유엔을 무대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있나 본데, 저는 아예 싹수가 없다고 봐요. 미국만이 절대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국 민중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애써줄까요? 아예 미국 쪽의 합리적 보수주의자들과 연대하는 것이 백 번 낫겠네요.

얘기가 삼천포로 샜네요. 누군가 예전에 그랬어요. 한국에서 혁명이 일어나면 세계혁명이 될 것이다, 라구요. 그만큼 한국은 여러 가지 모순들이 중첩되어 있어서 한번 변화가 오기도 힘들지만 한 번의 변화는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닐 것이라는 뜻 같아요.

제발,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지 마소!

앞으로 북한이 2차 핵실험으로 가느냐, 아니면 여기서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고 협상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한반도는 전쟁으로 가느냐, 불안한 동거 상태가 유지되느냐의 갈림길이 조성되겠지요. 하나의 길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건데 미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요지부동입니다. 다만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의 여론이 부시의 대북 정책의 실패로 규정하고 있고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이라크 전쟁의 책임을 물어 민주당이 약진하여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한 번 기대해 보도록 하죠.

10월 14일 유엔에서 행한 한국 대표의 연설<출처; 유엔 홈페이지>

▲ 10월 14일 유엔에서 행한 한국 대표의 연설<출처; 유엔 홈페이지>



민중의 입장에서 보자면 참,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네요. 미국의 군사전략인 전략적 유연성을 막아내야 하는데 거기에 미국이 북한을 핑계로 다시 PSI 구상에 참여하라니. 라이스 장관이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국의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니까, 자신만만하게 대답합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나 보자고요. 그만큼 한국 정부를 깔보는 거지요. 한국이 지금은 어정쩡하게 미국 눈치 보면서 유엔결의안을 본격적으로 이행할까 말까 재고 있는데, 이번 주 라이스 장관 방문에 따라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도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거기에다가 다음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연례회의까지 있어 이번 주와 다음 주에 이 나라 국방,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들이 국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입장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모든 희생은 국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거지요. 전쟁불사론을 주창한 그들은 막상 전쟁이 나면 안전한 곳으로 피하겠지만, 백성들이야 어디 도망갈 구석이나 있나요.

지금 노무현 정부는 아무리 잘 봐 준다고 해도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거나 아랫돌 빼다가 윗돌 막는 임시방편으로 근근이 상황을 ‘커버’하는 정도지요. 충분한 대비책도 없지만 일을 저지를 땐 잘도 저질러요. 이를 간파한 미국이 요리조리 잘도 주무르면서 빼먹을 알짜들을 챙겨가는 거지요. 한미 FTA도 그렇습니다.

졸속 FTA 협상은 그래도 순항

핵실험 정국에서도 한미 FTA 협상은 차질 없이 진행한다고 하네요. 이를 위해 제주도에서는 1만 명의 전경을 동원해서 FTA 협상 반대 투쟁을 진압한다고 합니다. 전경 수송비용만 6억 원이라고 하더군요. 참 어처구니없죠. 전경들이 옮겨가기만 하면 뭐 하나요. 가서 밥 먹고, 잠도 자고 그 비용은 또 얼마일까요? 지난 번 평택에서처럼 또 도시락 업체와 짜고 뭔 비리가 일어날지 모르죠. 치사하게 전경들 도시락 같은 거 같고 장난치는 게 이 나라 경찰들이죠. 어디 한 번 지켜봅시다.

공무원노조에서 공개한 행자부 문서로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와 FTA  홍보에 관한 내부 문서<출처; 공무원노조>

▲ 공무원노조에서 공개한 행자부 문서로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와 FTA 홍보에 관한 내부 문서<출처; 공무원노조>



참, FTA 협상은 사실상 이번에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마무리한다고 하죠. 이번 협상으로 쟁점은 다 해소한다고 하는 겁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FTA가 체결되면 약가가 1조원이나 상승한다고 했는데, 그것만인가요. 이미 전문가들이 분석했듯이 돈 없는 사람은 이제 병원 문턱을 넘기도 힘든 세상이 오겠죠. 미국이 제시하는 독점기업이나 공기업 분야의 문제는 공공서비스와 직접 관계가 되는 거죠. 미국의 목표는 국가나 공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갖는 공공 서비스 분야도 당근 시장에 내놓으라는 겁니다. 국가의 의무, 기본적 권리에 해당하는 것까지 알뜰하게 팔아먹겠다는 심보입니다.

졸속 추진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프로파간다’만 하고 있어요. 홍보 참 기가 막힙니다. 지난 추석 귀성객들에게 나눠준 홍보물 본 적이 있나요? 운동권에서 배운 홍보전략과 기술을 FTA 홍보에만큼은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민주주의의 원리 같은 것은 아마 장롱 속에 꽁꽁 숨겨두었나 봅니다.

민중총궐기에서 만나요

앞에 너무 많은 말을 늘어놓다 보니까 서둘러서 얘기를 끝내야겠어요. 너무 길면 어느새 싹둑싹둑~ 편집의 압박이……. 우리 앞에 닥친 넘어야 할 산이 북핵만은 아니죠. 잊지 말고 대처해야 할 것들 참 많은데요. 평택 미군기지 문제는 정부가 285만평 기지확장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주민들을 지치게 하는 방법으로 작전을 선회하였구요. 직도, 무건리 그리고 제주도 미군기지까지 그대로 추진하고 있어요. 국회에서는 이번엔 반드시 노사관계 로드맵을 처리할 것이라고 하니까 주목해야겠네요. 인권 관련 법제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지켜봐야 하고, 위원장이 사퇴한 국가인권위원회가 하중근 노동자 타살사건을 제대로 결정하는지도 감시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어수선할 때는 ‘공안이’들을 조심해야죠. 벌써 “국가보안법은 아직도 살아 있다”를 외치는 자들이 있잖아요. 국가보안법을 동원한 공안이들의 입지 확보 작전에 걸려들지 마세요.

참, 다음 달에는 민중 총궐기가 예정되어 있어요. 11월 8일에는 전국빈민대회, 12일에는 전국노동자대회, 그리고 15일에는 민주노총 총파업, 그리고 22일에는 민중 총궐기의 날이잖아요. 헥헥…많기도 많네요. 그치만 반미반전, 반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싸우는 이 투쟁이 국면을 전환하는 투쟁이 되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아참, 총궐기는 총 들고 일어나라는 뜻은 절대 아니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