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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의 두리번두리번] 우리가 꼭 끌어안아야 할 ‘평화’라는 애물단지

오늘은 북경발 희소식부터. “핵 해빙이 시작되는” 소리가 6자 회담에서 들립니다.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와 중유 100만 톤 제공”이라는 2005년 9.19 성명의 초기 조치에 합의했다는 겁니다.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풀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하기로 한 최신예 전투기 F-22 랩터의 배치를 연기한 것으로부터 이번 6자 회담이 성사되리라는 기대가 커지기 시작했죠. 김정일 위원장의 65회 생일 선물로 북쪽 대표단이 “에너지 문제 해결”을 선사하기 위해 분주했다는 관전평도 있네요. 안 믿는 게 개운한 믿거나 말거나! 북미 간 전면적인 외교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양자대화를 개시, 북일 간의 대화도 재개, 5개의 실무그룹을 30일 이내에 설치, 북한에 경제 · 에너지 · 인도적 지원이 제공된다는 중요한 내용들이 9.19 성명 초기 조치입죠. 북한의 벼랑 끝 외교술은 성과로만 보면 또 한 번의 승리죠. 핵을 통해 비핵화와 에너지 지원 양자를 따낸다는 속셈. 위험한 장난감을 흔들면서 상대방이 가진 더 위험한 장난감을 내려놓게 하고 게다가 금고까지 열게 하는 거죠. 이거 잘못하면 ‘자해00’이 되는데 북한은 줄타기를 잘도 하네요. 한미 FTA 협상을 지켜보자면 차라리 그런 외교술이라도 배워오라고 대한민국 관리들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그리하여 6개국의 ‘의리짱짱한’ 관리들이 말하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이 별도의 포럼을 통해 진행되면 올해 안에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뚝 떨어지는 건가요?

평화체제 한다면서 하는 전쟁연습

산타의 선물보따리 속에 그런 게 있었다면 우리가 진작에 그 영감님이랑 연대했죠.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4년 동안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을 이어왔던 평택 대추리 주민들이 3월말까지 이주를 하기로 정부와 합의를 했어요. 대한민국과 미국 정부의 거대한 힘에 맞서서 내 고향땅을 지키겠다는 대추리 농민들의 희망이 꺾인 거죠.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들어선다는 역사적인 합의가 있던 날, 남한에서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한 전쟁침략기지를 마련하기 위해 농민들이 억울하게 자기 땅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제 언제고 주한미군은 확장되는 평택미군기지에서 전세계로 들고나면서 침략전쟁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일본군과 미군에게 한 번씩 쫓겨난 농민들은 미국의 전쟁기지를 만들려고 문전옥답을 강탈해 가는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또다시 이삿짐을 싸야 할 형편이 되었습니다.

국방부 앞에서 평택미군기지확장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사람들<출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 국방부 앞에서 평택미군기지확장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사람들<출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3월 22일부터는 ‘RSOI’라고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이 예정되어 있어요. “미 증원군의 한반도 전개절차 숙달”과 “한국군의 전시지원 임무 숙달”이 목적이라고 하는 이 군사연습에 여단(소장이나 준장 또는 대령의 지휘를 받는 군조직의 단위인데 연대나 대대 같은 2개 이상의 예하부대로 이루어진다고도 합디다) 규모의 병력이 참가한다고 하고요, 이를 위해 1월에 군산공군기지에는 스텔스폭격기 11대가 배치되어 대기 중이고, 선제공격용 스트라이커 부대까지 참가한다는 겁니다. 뭔 말이냐 하면, 북경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노력한다면서 남한에선 북한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전쟁연습 훈련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는 거죠. 게다가 작전계획(보통 ‘작계’라 하던데) 5027(북한의 공격 없이도 위험상황의 제거를 위해 선제공격한다는)을 종합적으로 연습하는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도 8월 하순에 있을 거고, 독수리훈련이나 해군연합훈련 역시 예정대로 시끌벅적하게 진행되겠죠.

이게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실현으로 가는 거 맞나요? 농민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의 마스터플랜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천문학적 소요 비용에 대한 미국 분담금이 겨우 6%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슬슬 흘리면서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전쟁기지 만들기는 착수되고 있어요. 한국 관료들은 안보와 외교적 이유를 들먹이며 세금과 농토를 아낌없이 진상하고 있고, 주한미군 사령관이라는 자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정부를 상대로 마피아처럼 협박을 해대는데도 싫은 소리 하나 못하고 있어요. 평화의 섬 제주에도 해군기지를 만들어 미 해군의 이지스 핵항공모함의 기항도 허용할 것이 뻔한데, 정말 평화가 온다고 박수칠 수 있나요? 평화체제는 ‘외교적 레토릭’ 그러니까 공갈빵 아닌가요?

몇 년 전에 리영희 선생께서 하신 “미국은 (중국에) 대만을 주고 중국은 북한을 미국에 주는 시나리오”가 떠오릅니다. 미국이 “일본과 남한을 군사동맹으로 결부시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동맹에 대항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관계를 형성할 것”이고, 그러면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리전을 치룰 수도 있다는 지적 말입니다. 게다가 북한이 주한미군의 남한 주둔을 용인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도 합니다. 이럴 때 남한의 평화운동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평택미군기지 비용분담에서 마스터플랜 문제,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쌍심지를 세워야 해요. 평택 대추리에서 주민들이 떠났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 땅의 평화세력들은 한미 군사동맹이 가져올 전쟁이라는 먹구름에 맞서 싸울 준비를 더욱 치밀하게 세워야 해요. 국가들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 밀리고 저리 떠밀리는 ‘평화’라는 애물단지를 꽉 끌어안고, 평택으로부터 한반도 평화, 세계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반전평화운동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믿을 것은 우리의 평화에 대한 신념 뿐, 이제 다시 평택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게 포비의 중간 결론입니다. 285만평 그 땅도, 거기에서 수년을 싸워왔던 농민들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평화운동의 터전이자 씨앗이라는 거, 잊으면 안되겠죠.

환호하는 자와 눈물 흘리는 자

2007년 3월 세상은 환호하는 자와 눈물 흘리는 자 두 부류의 사람으로 확연히 나누어질 것입니다. 화해할 수 없는 대결이죠. 한국과 미국의 두 정상들이 7차까지 끌고 온 한미 FTA 협상을 3월에는 도장 찍겠다고 합니다. KORUS FTA! 대합창, 한미 FTA!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라는 정책 광고와 미국과 시장경쟁에서도 이길 거라는 국책기관들의 분석 자료들을 토대로 대통령은 중국대륙을 짓쳐들어 가던 광개토왕이 된 것처럼 당당하게 합의서에 도장을 찍는다고 합니다. 이제 농업이 무너지고, 공공서비스 분야가 모두 시장에 개방되고, 심지어는 국내 사법체계마저 무너져 자본 앞에 굴복하며, 자동차와 반도체를 팔아 광우병 걸린 소고기를 사들이고, 노동시장은 고무줄처럼 유연하게 될 것입니다. 법률로 보장하던 자유권의 체계는 무너지고, 생존권, 건강권, 교육권 등 사회권에서 보장하는 ‘인권’은 모두 몰락하게 될 판입니다. 환호하는 자와 눈물 흘리는 자가 양분되는 FTA 체제는 바로 거대한 빈곤의 나라입니다.

미국의 자본가들과 한국의 재벌들이 환상적인 계급의 황금분할이라며 환호할 때 도탄에 빠진 민중들은 거리 곳곳에서 불복종시위를 전개하겠죠. 정부의 대응은 “무조건 막아”. 80년대처럼 거리 곳곳에서 불심검문을 남용하고, 집회 장소는 철두철미 원천봉쇄하겠고, ‘FTA 반대’ 글자만 봐도 무조건 연행에 구속, 벌금을 때리지나 않을지 벌써부터 징조가 보이고 있죠. 흑백 필름으로 돌아가던 ‘대한뉴스’가 아닙니다.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죠. 법마저도 법이 아닐 때, 그래서 법치가 사실은 법을 이용한 억압임을 거리를 내달리며 온몸으로 깨달을 때, 민중들은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몽둥이와 낫을 잡는 법”을 터득하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신자유주의가 무너져가는 소리

한국 정부가 한미 FTA에 사력을 다하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신자유주의가 파탄나는 소리가 들립니다. 남미 얘기냐고요? 사실 남미가 가장 강력하지요.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어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우루과이에서는 중도좌파 정권들이 집권 중이고,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강력한 영향을 받아 반신자유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어요. 물론 쿠바와 함께 말이죠. 미국이 이라크에 매일 3억달러를 쏟아 붓는다고 해요. 그런데 미국이 이라크에 66일 동안 쏟아 붓는 200억달러 정도를 들여서 차베스는 남미 대륙 종단 가스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죠. 그는 “FTAA를 땅에 묻어버릴 삽을 가지고 왔다”며 미국에 강펀치를 먹이더니 이 프로젝트로 경제적 통합을 통한 “남미 국가들의 반미연대와 지역 협력의 상징”을 보여줍디다. 이 볼리바르 대안(ALBA)의 진전은 미국이 (남미) 뒷마당을 잃게 되고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은 줄고 패권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집권한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선 노동자 보호 정책들이 속속 채택된다는 소식들이 들리네요. 이 얘기는 노무현은 신자유주의가 퇴조해가는 마당에 막차 탔다는 겁니다. 영국 대처 수상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펴면서도 “사회복지 비용은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잘난 척을 했는데, 노무현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하기로 한 ‘시민’ 장관은 빈곤층의 의료급여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떠들어대니, 이 자들은 베끼기도 못해요. 그것도 모자라 “도덕적 해이”라고 모욕을 주다니! 소신이 없으면 귀동냥이라도 잘 할 노릇이지. 이주노동자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하더니 결국 여수 출입국관리소에서 감금과 구타, 인간적 모욕 끝에 방화사건으로 9명이 죽는 대참사가 나고 말았지요. 남의 소리를 못 듣는 건 소신이 아니라 오신(誤信)이겠죠. 그 오신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면 장관이건 대통령이건 엉덩이 걷어차서 내쫓아버려야죠.

보건복지부의 의료급여 개악과 관련해 유시민 장관 퇴진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보건복지부의 의료급여 개악과 관련해 유시민 장관 퇴진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어쨌거나 봄이 온다

올해는 이런 잘못된 소신으로 민주주의 말아먹는 바보들에게 진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줍시다. 반전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대통령선거에서 평화정책을 내놓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해야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생존권적 저항에 대한 국가폭력을 제어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심화되는 차별에 반대하는 투쟁들을 꾸준히 전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올해는 굉장히 복잡하게 정세가 전개될 것인지라 포비의 목과 눈이 심히 무리가 갈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다고 목이 굵어진다거나 눈이 돌아간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 그나마 다행입니다요.

오는 3월에는 평화를 위한 투쟁이 시작돼요. 미국은 이라크에 이어서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벌써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춰놓고 있죠. 그래서 3월 17일 전세계적인 연대로 반전평화집회가 진행되고요, 3월 25일에는 앞에서 말한 RSOI 반대 집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3월 13일, 20일, 27일에는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총궐기가 진행된다고 하고요. 썩어도 준치라고, 정치권요? 알아서 이합집산하라고 하죠, 뭐. 여야가 아무리 어지럽게 갈라치기 해도 어쨌거나 봄은 옵니다. 그 봄을 믿으면서 오늘의 포비의 두리번거리기,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