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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선교 수단일 수 없다

[기획] 차별금지법안 뜯어보기 (16) 종교차별

지난 10월 2일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성별, 장애 등을 이유로 고용 등 다양한 차별영역에서 벌어지는 차별행위를 금지하면서 피해자 구제 절차를 담고 있는 이 법안은 최초의 종합적인 차별금지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다양한 소수자들의 경험을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과 함께 성적지향 등 다수의 차별사유를 제외함으로써 차별금지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 또한 존재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인권오름>은 그동안 반차별 운동을 해온 활동가들의 연속기고를 통해 정부의 차별금지법안이 과연 다양한 ‘소수자들’의 차별 현실을 바꾸고 반차별 의식을 확산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점검한다. <편집인주>


2006년 12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종교사학에 22년간 재직하고 있던 한 교사가 더 이상 중학생들에게 종교 강요를 하지 않겠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에 종교교육 및 종교의식의 인권 침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지만 변화한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종교과목이 90점을 넘지 않으면 국어, 수학 등 다른 과목에서 100점을 받아도 과목 우수상을 받지 못하는 규정이 삭제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종교의식?

서울시교육청은 이 교사에게 보낸 3차례의 문서회신에서 종교사학이 종교교육과 의식을 자율적으로 진행하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지적한 문제 사항들도 학교장 재량 사항이라고 답했다. 매일 아침·저녁 실시하는 조회·종례 시 강제 경건회 및 매주 실시되는 학년예배에 의무적으로 참석하게 하는 것도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를 권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불참학생이나 불만학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 소수의견을 가진 학생을 지도하도록 자체방안을 강구할 것도 권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학부모 상담을 통해 문제제기를 할 수 없도록 철저히 지도한 결과 종교과목 이외의 다른 과목을 선택한 학부모가 단 한사람도 없다고 한다.

담임교사가 학급경영 요람에 기재하게 되어있는 ‘전도 현황표’ 및 ‘전체 경영 계획’을 보면, 학기별로 교회출석을 독려하여 사람 수를 적어 성과를 표시해야 한다. 또한 ‘학급선도일지’를 기록하여 학생들의 교회출석을 확인해야 한다. 학생종교란은 개신교를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순복음 △기타교파의 6개로 나누고 학생 수를 표시하며, 나머지 종교는 △천주교 △불교 △무종교 △기타종교로 다시 나누어 학생 수를 표시하도록 해 놓았다.

이러다보니 학년 초에 절반 정도에 가깝던 무종교 학생들은 학년 말에는 대부분 이 학교의 개신교 교단에 다니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교사들이 선교실적을 올려야 하고 교장과 교감에게 매년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숫자상으로라도 바꿔 놓아야 하는 게 학교 현장의 상황이다. 종교사학의 교사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데도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장 재량권에 관한 사항이란다.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면서 건학이념인 특정한 종교교육과 종교의식은 자율적으로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청에 대한 답은 온데간데없다.

현재 종교사학의 선생님들은 그동안의 ‘나태’를 ‘회개’하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학생들을 면담한다고 한다. 불신자이거나 무종교인 학생들이 집 근처 교회에 다니도록 하고,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하도록 상담하고 권유한다. 인사권이 있는 종교재단에 잘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종교 활동에 부합하는 것으로 자기최면을 걸게 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제 종교의식 참여와 종교교육은 자율적으로 종교 활동에 참여하게 하도록 하는 것으로 둔갑하고 교육부의 고시와 서울시교육청의 권고는 왜곡되게 변질되고 있다.

교수 채용부터 인권 차별, 어떻게 해야 하나

종교를 건학이념으로 가진 사립학교의 문제는 사립대학에도 그대로 존재한다. 필자가 활동하는 연구원에서 2007년 상반기에 종교계 설립 사립대학 34개를 대상으로 교직원 및 조교 선발 등의 실태조사를 해 본 결과, 확인이 불가능한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15개 학교가 정관으로 특정종교신자여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임용 공고에 특정종교신자로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을 명시한 경우는 25건에 이르렀다. 학생 자치기구인 동아리 설립에 있어서, ‘학교의 건학 이념’에 부합되어야 한다고 규정으로 못 박은 학교도 2곳이나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처럼 사립대학이 80%를 차지하는 대학에서 건학이념이나 종교이념에 의하여 특정 설립자 개인의 교육이념이나 특정 종교에 맞는 사람만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공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곤란해진다.

종교가 다른 사람은 학내 구성원 진입이 막혀있지만, 이런 대학들이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지원 받고 있다. 심지어 로스쿨 신청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이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못한 것은 ‘종교’에 대한 너그러움, 그리고 ‘대학’이라는 보호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은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교수 신규 임용을 신청하는 사람들 또한 인권 차별침해당사자이면서도 학계 전체에 미운 털이 박힐까봐 주장하기 어렵고, 학교구성원으로 지내기 위해서나 고용불안 등을 이유로 차별 현실을 직접 제기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의 종교사학이 교원인사규정에 자격 요건 중 건학이념과 연관되는 종교에 대한 문구를 언급하고 있고, 정관에 명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채용 공고 등에서 특정종교신자로 자격을 제한하고 신자증명서 등을 제출서류로 공지하고 있다. 특히 동국대, 서울여대 등 일부학교는 정식직원이 아닌 행정조교 등 채용 시에도 불교도신행증이나 교회출석증명서 또는 세례증명서 제출을 요건으로 정해놓고 있었으며, 이것은 명백한 차별행위이다.

학교 내에서 인사문제에 있어 종교로 인한 차별이 없음을 회신한 학교는 조사학교 34개 중 3개 대학 뿐이었다.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학교들은 종교 강요나 차별이 개인의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 하거나,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킬 것을 염려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판단된다.

비록 학교 인사규정상 종교와 관련한 문구가 없다 하더라도, 임용지원자 및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물에 특정종교이념의 실현을 요구하는 것은 타종교인 및 무교인에게 심리적인 차별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직무와 관계없는 항목인 ‘교수임용지원서’의 ‘종교’란 기재는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종교로 인한 차별행위는 단순한 차별을 넘어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함과 동시에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다.

교원 차별보다 종교에 따른 동아리 간 차별 현황은 조사하기가 더 쉽지 않았다. 대학에서의 동아리와 관련된 사항은 ‘동아리연합회’와 같은 학생자치기구에 일임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영주체가 학생조직이다 보니 연단위로 구성원이 바뀌어 연속성이 약하고 정식으로 질의응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각 학교당국의 총무처나 학생처 등의 담당부서에 종교동아리 현황과 차별규정이 있는가에 관한 응답을 바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을 취한 곳은 1개 대학뿐이었다.

공교육을 훼손하는 학교법인의 자율권

학교에서 일어나는 종교차별로 볼 수 있는 사례를 유형화해보면 첫째, 종교계 학교에서 종교가 다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타종교 교육에서 오는 갈등, 둘째, 종교계 학교에서 타종교인에 대한 채용기회의 박탈 내지 차별, 셋째, 특정종교의 교육을 필수이수과목으로 선정하는데서 오는 갈등 등이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는 것이 종교계 사립학교의 자율권이었다. 특정 종교적 이념에 의하여 설립된 학교의 경우 건학이념에 따른 인사, 교육운영을 할 수 있다는 학교법인의 자율권이 주장되곤 한다. 어떤 이는 사립학교법인의 포괄적 인사권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대학자치의 범주에 학교법인을 포함시켜 종교적 채용차별을 합리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공교육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차별의 문제가 사안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립학교가 종교계이든 아니든 공교육의 영역 안에 있고, 공교육의 영역 안에 있다는 것은 국가가 특정 종교에 대해서 교육상의 특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그 종교적 설립취지와 무관하게 교육영역은 학생들의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 서면 특정 종교를 염두에 둔 고용은 차별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종교자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공교육의 영역 외부에 사립대학이 설립된다면 최대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대학에서 고용상의 차별이 있는 경우 합리적 차별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사립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는 종교에 의한 차별은 합리성이 없는 위법한 차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 헌법상의 평등은 주로 법 앞에서의 평등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에, 차별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차별행위가 있더라도 문제시되지 않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2007년 정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안, 그런데 이 법안의 입법과정에 종교계 주장이 반영되어 크게 수정되고 손질되었다. 다시 국회에서 논의되겠지만, 악의적인 차별 등 벌칙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이 법안의 제정과정을 지켜보고 또 다시 실천해야 할 일이 과제로 남아있다.
덧붙임

◎ 손상훈 님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