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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렸다’는 편견에 파괴되는 삶

[기획] 차별금지법안 뜯어보기 (15) 정신장애인

지난 10월 2일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성별, 장애 등을 이유로 고용 등 다양한 차별영역에서 벌어지는 차별행위를 금지하면서 피해자 구제 절차를 담고 있는 이 법안은 최초의 종합적인 차별금지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다양한 소수자들의 경험을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과 함께 성적지향 등 다수의 차별사유를 제외함으로써 차별금지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 또한 존재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인권오름>은 그동안 반차별 운동을 해온 활동가들의 연속기고를 통해 정부의 차별금지법안이 과연 다양한 ‘소수자들’의 차별 현실을 바꾸고 반차별 의식을 확산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점검한다. <편집인주>


정신질환을 가지고 살아가는 정신장애인은 우리사회에서 ‘매우 위험하고 이상하여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사회의 안전을 위해 정신장애인을 격리수용하거나 고립시켜야 하며 많은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잘못된 질병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많은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

약물치료법과 재활활동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정신병이 ‘귀신들려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입원치료로 증상이 완화된 후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와서는 클럽하우스나 정신보건센터 등지에서 재활활동을 통해 회복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독립적이고 행복하게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장벽은 이런 삶의 과정을 가로막는다.

정신장애인을 차별하는 법과 행위

정신장애인을 위한 정신보건법은 1995년에 정신과 환자들이 병원의 수용중심에서 탈원화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도록 돕고,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를 보장받도록 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런 법률이 있음에도 현실세계에서 정신장애인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직장에서 취직하여 일을 할 때 자신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병력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겨야 한다. 이는 공부를 하거나 일할 때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능력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이전에 미리부터 정신질환자는 모든 것을 잘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결정하여 철저하게 배제하기 때문이다.

가끔 매스컴에서 단골기사로 나오는 것이 배우자나 가족들이 재산을 빼앗기 위해 정신장애인을 민법의 한정치산자나 금치산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또 정신과 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일도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법률로는 의료법, 도로교통법, 의료기사관련법, 위생사법 등이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제정되어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 법률들이 시행되어 오는 동안 정신장애인에 대한 각종 면허, 자격, 인허가 등의 차별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그 차별의 법률과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 있다.

1. 철도안전법: 운전면허 결격사유
2. 건설기계관리법: 건설기계조종사 면허의 결격사유
3. 의료기기법: 의료기기의 제조업허가 제한
4.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응급구조사의 결격사유
5. 의료법: 의료인(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 결격사유
6. 화장품법: 화장품 제조업 신고수리 제한
7. 영유아보육법: 보육시설 설치운영 제한
8. 위생사법: 위생사 시험자격의 제한 및 면허결격사유
9. 약사법: 약사 및 한약사 면허결격사유
10. 수의사법: 수의사 결격사유
11. 공중위생관리법: 이용사 또는 미용사의 면허제한
12. 기르는 어업육성법: 수산질병관리사 결격사유
13. 수상레저안전법: 모터보트 등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각종 수상레저용 선박 및 기구와 요트의 조정면허의 결격사유
14. 식품위생법: 조리사, 영양사의 면허제한
15. 의료기사법: 의료기사 등의 면허 결격사유
(참고문헌: 김문근(2005), 정신장애인 차별 및 인권침해 관련 법률에 의한 고찰)


정신장애인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일을 공부하거나 일을 하고자 할 때 이러한 법에 의해 정당한 이유와 합리적인 근거 없이 기회를 박탈당하고 그들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차별금지법은 함께 가야

장애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마련한 것은 더 이상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고 인간으로서 평등해야 한다는 공적 약속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며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여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2007년 10월 2일 차별금지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총 20개의 차별금지항목을 넣었다가 ‘병력’과 ‘성적 지향’ 등 7개의 항목을 삭제했는데 이는 사회적 약자의 보편적 권리를 저버리는 것이며 이 7개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존엄한 인간으로 규정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는 것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신질환은 당뇨와 고혈압 등 신체질환과 같이 마음과 정신의 어려움이 있어 치료를 받는 질환일 뿐이다. 정신장애인이라는 그 낙인의 딱지만을 가지고 학업, 직업, 재산권에 대한 권리행사를 차별하는 행위가 벌어지더라도 ‘병력’을 삭제한 차별금지법은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고 정신장애인에게 그냥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면 정신장애인이 차별 당했을 때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정답은 노(NO)!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지체장애인들의 경우 대부분 장애등록을 하여 여러 가지 혜택을 보장받는 현상과는 정반대로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은 편견과 낙인이 찍히는 것이 두려워 장애등록을 극도로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장애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이 차별을 받았을 때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는 완전하게 구제받을 수 없다.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담는 차별금지법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은 힘과 권력이 없어 차별을 받게 된다. 이들에게 법 앞의 평등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헌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등 소수자의 자유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헌법의 정신을 이어받고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법률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2006년 ‘정신건강의 날’ 행사에 참여한 해피투게더 회원들

▲ 2006년 ‘정신건강의 날’ 행사에 참여한 해피투게더 회원들



매년 4월 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한국사회에서 4는 죽음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그래서 이날로 정한 이유는 정신질환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없애고 함께 하자는 의미이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정신장애인은 뉴스나 영화 속에 나오는 ‘광기’ 있는 무서운 폭력행위자가 아니라 함께 식사하고 문화나 여가도 함께 즐기고 나누는 친구이자 이웃이고 동생, 언니, 형이라고 부르며 살아가고 있는 존엄한 인간(human being)이다. 이들을 차별하는 것은 인간과 제도가 만들어 낸 사회적 범죄행위이다. ‘병력’에 의한 차별금지를 법으로 규정해야 하고 정신질환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야 한다.
덧붙임

◎ 여기동 님은 정신장애인 회복을 위한 클럽하우스 해피투게더 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