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인권하루소식> 독자가 뽑은 95년 인권10대뉴스

편집자주: <인권하루소식>에서는 12월16일부터 26일까지 10일간 <인권하루소식> 독자와 인권단체활동가 등을 상대로 95년 인권10대 뉴스 설문조사를 실시, 1백29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10대 뉴스로 선정된 사건들을 순위별로 알아본다.


■ 5.18특별법 제정
반인륜범죄 처벌 계기 마련

지난 7월18일 검찰은 1년6개월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5.18 책임자 전원에 대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성공한 내란은 처벌할 수 없다는 궁색한 논리를 동원하여 이를 강변하였다. 하지만, 이 결정은 11월24일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완전히 뒤바뀌어 5.18특별법이 제정되는 한 계기를 만들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있고 난 후 전국의 재야, 사회,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서 발표와 농성, 집회 등으로 맞섰다. 87년 6월항쟁 이후 처음으로 맞는 국민적인 불복종운동에는 사상최대의 수가 집단적으로 참여한 교수, 교사, 변호사, 종교인 등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국민들도 5.18특별법 제정운동에 1백만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직적인 운동은 5.18국민위원회와 5.18광주전남공대위를 결합하여 10월26일 전국의 2백98개 단체를 아우른 「5.18학살자 처벌, 특별법 제정 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국회에서 ‘5.18특별법’과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도록 했다. 하지만, 정당간의 타협으로 국민 대다수가 지지한 특별검사제는 도입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5,6공 군사독재의 인권유린에 대한 단죄를 비롯한 과거 인권침해에 대한 청산작업에 국민들의 눈이 쏠리고 있다.


■ 전․노 두 전직대통령 구속
절대권력자에서 수감자로

검찰은 전직 두 대통령을 12.12군사반란과 5.18내란 혐의로 구속했다. 또, 노태우씨에 대해서는 뇌물 수령 혐의로 구속했고, 전두환씨에 대해서는 비자금 관련 혐의를 계속 수사중이다. 이런 일련의 검찰의 태도는 국민들의 저항에 의한 측면과 김영삼 대통령과 여당의 정국돌파용이라는 두 측면이 작용하여 이뤄진 조치로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일이다.

어쨌건 이번의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은 과거권력형 비리와 인권유린에 대한 최고 책임자들이 처벌되지 않던(불처벌)의 관행을 깨고, 이로부터 앞으로는 반인륜 범죄 등에는 고위 여하를 막론하고 처벌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례를 만든 것이다. 이는 인권운동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일이다.


■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참사
다시 드러낸 개발독재의 귀결

94년 성수대교 붕괴의 참사와 아현동 도시가스폭발사고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대구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도시가스가 폭발해 1백1명이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더니, 6월29일에는 대표적인 호화백화점 삼풍이 일순간에 땅 밑으로 꺼져버렸다. 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죽은 이들만 공식적으로 5백1명에 달했다. 최근에 유전자 감식을 통해서도 확인되지 못한 유골 1백44점이 벽제 화장터에서 화장되었다.

삼풍참사는 참혹한 죽음들은 막을 수 있는 인재로 지적되었다. 백화점의 붕괴 조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났고, 붕괴 직전 백화점 책임자들은 고가품을 대피시킨 후 미리 빠져 나갔음이 밝혀져 유족과 부상자, 국민들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또, 체계적인 재난구조에 대한 문제점, 공무원의 비리, 감독관청의 허술한 안전관리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 근저에는 인명을 경시하는 개발독재의 성장제일주의의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었음을 많은 이들은 쉽게 잊고 있다.


■ 세계 최장기수 김선명 씨 등 석방
12월 현재 장기수 포함 양심수 3백52명

세계 최장기수 김선명 씨가 구속집행정지로 8월15일, 45년만에 대전교도소에서 석방되었다. 김씨와 함께 안학섭, 한 장호 씨 등이 풀려난 대전교도소에는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들 세사람은 모두 사상전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0년 이상을 감옥살이를 한 이들이었다.

김선명 씨의 석방은 국내외 인권단체의 집요한 투쟁의 결과였다. 그는 만델라와 종종 비교되어 사상․양심의 자유를 억압당한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의 석방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등으로 7년 이상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장기수는 63명이나 아직 남아 있다. 또, 12월 현재 복역중인 양심수는 3백52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국가보안법 적용자는 75%인 2백66명에 달한다. 올해 11월까지의 총구속자 5백95명에 이르고 있어 공안탄압의 기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이상의 통계는 민가협 자료에서 인용). 이런 현재의 상황을 볼 때 현 정부에서도 사상과 양심, 의사표현의 자유는 계속 억압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명동성당․조계사 공권력 투입
한국통신노조 준법투쟁에 비이성적 탄압

올해만큼 노동문제가 부각된 해도 없었다. 특히나 6월의 명동성당,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현정권에 대한 종교권의 이반을 가속화시켜 결국 하반기 5.18특별법 제정운동에 천주교를 중심으로 종교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5월19일 한국통신노조가 파업의사를 밝힌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가전복 저의’가 있다며 엄중처벌할 것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노조에 대한 비상식적인 탄압이 지속적으로 행해졌다. 결국 6월6일, 한국통신 노사간의 협상이 종교 지도자들의 중재로 타협점을 찾아가던 순간, 한국통신 노조 간부들이 농성 중이던 명동성당과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 이들을 연행해 갔다. 이에 대해 천주교, 불교계 등 종교권은 “교권유린, 성소난입”에 대해 삼풍참사 발생 때까지 강력한 항의투쟁을 전개했다.


■ 부여간첩과 공안한파
불고지 등 혐의 재야․청년단체 간부 무리한 구속

10월 두 차례의 간첩사건이 일어났다. 먼저는 임진강을 건너던 무장간첩을 사살했다는 것이었고, 며칠 후 다시 부여에 나타난 무장간첩을 잡기 위한 소동을 벌였다. 그 결과 한명은 사살되고, 한명은 생포되었다. 생포된 그는 안기부에 잡히자마자 중요한 모든 내용을 불기 시작했다. 11월 초 함운경, 이인영, 우상호, 허인회 씨 등이 불고지 혐의로 긴급구속 되었다. 이들은 모두 이른바 생포간첩 김동식 씨를 간첩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허씨는 알리바이마저 제시했다. 이씨와 우씨는 곧 석방되었다. 다시 간첩 사건은 재야단체의 중심단체인 전국연합 사무차장 박충렬 씨와 성남미래준비위원장 김태년 씨로 이어졌다. 안기부는 처음 이들이 90년 이후 성명불상의 간첩에게 일자불상경에 포섭돼 회합통신을 했다는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검찰에 송치할 때는 이적단체 가입과 이적표현물 소지라는 안기부에서는 수사할 수 없는 혐의만 적용되었다. 여기에 무려 보름간의 잠안재우기 고문과, 야외로 끌고 다니며 행한 고문이 폭로되어 고문에 의한 용공조작사건이란 비난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12월8일 안기부는 이례적으로 생포간첩 김동식 씨를 언론에 공개하고, ‘간첩’ 관련으로 재야인사 30여명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밝혀, 이 문제는 총선시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 충무로지하철역 미군폭행사건
한미행협 개정으로 이어져

지난 5월19일 충무로지하철역에서 벌어진 미군들의 폭행사건은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국민의 대대적인 분노를 일으켰다. 매일처럼 언론은 주한미군 범죄를 다루었다. 주한미군 범죄는 충무로지하철역 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증대한 것이 아니었다(연평균 2천여건).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특히나 형사관할권 문제 등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와 미국정부는 한미행정협정 개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미군의 국민학생 성추행 사건에 비교해 볼 때, 미국이 한국에 대한 태도는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즉, 미국은 대통령까지 나서 일본국민에게 사과한 반면, 주한미대사는 한국 언론들이 반미감정을 부추키고 있다는 비난을 공공연히 했다. 최근 충무로지하철역 폭행 미군들은 한국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 민주노총 건설
권영길 위원장 등 노조운동지도자 구속

지난 11월11일,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전개된 민주노조운동을 사실상 귀결한 민주노총이 건설되었다. 민주노총은 40만이 넘는 조직을 갖게 되었고, 특히나 노조운동을 사실상 이끌다시피한 대형사업장 노조가 대거 포함돼 동원력이나 조직력 면에서는 오히려 한국노총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단위 사업장의 임금인상투쟁을 넘어서 산별노조체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노조운동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세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태도는 여전히 기존의 복수노조 금지, 제3자개입금지 조항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악법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민주노총이 출범하기 직전 민주노총을 배후에서 조정했다는 혐의로 문성현 씨 등을 구속했고, 기부금품 모집을 했다며 은행계좌에 대한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리고,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그리고, 제3자개입금지 위반으로 수배 중이던 권영길 위원장을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지난 5월19일 한국이 기본적인 노동권인 파업권과 공무원의 단결권 등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며 노동법의 개정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마저도 무시하고 있다.


■ 노동탄압에 잇따라 죽음으로 항거
양봉수․박삼훈․조수원 씨 등

올해 인권상황을 정리해보면, 한편에서는 과거청산의 도도한 흐름이 진행되었던 반면에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에 대해서는 공권력의 즉각적인 개입으로 인한 철저한 진압의 양상을 띄었다. 철거현장에서 벌어졌던 봉천동 성폭력사건이나 아암도 이덕인 씨의 죽음 등이 이를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노동현장에서도 이런 양상은 관철되었다. 현대자동차 해고노동자 양봉수 씨는 5월12일 분신하여 6월13일 사망하였다. 그의 분신으로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은 파업에 돌입하였고, 현총련의 집단적인 행동이 잇따랐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입체적인 진압작전이었다. 경찰은 그의 유골마저 강제로 탈취해 비난을 받았다.

또, 6월에는 대우조선의 박삼훈 씨가 회사의 신경영전략을 비판하며 분신했다. 12월에는 병역특례 노동자로 4년6개월간 수배 중이던 조수원 씨가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노동자들이 사람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을 웅변해주고 있다.

지난 4월 노동부 앞에서 해고노동자들의 집회에 대한 원초적인 폭력진압, 그리고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던 사당의원에 난입한 공권력의 무분별한 태도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 외국인 노동자 명동성당 농성
미봉책에 그친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대책

지난해 뚜렷이 부각된 현대판 노예노동자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이 지난 1월 명동성당에서 9일간의 농성을 벌여 외국인노동자 문제의 심각성을 대중적으로 알려냈다. 이들이 한국에서 당한 인권침해에는 고객을 들지 못하게 했다. 산재, 체불임금의 문제, 폭행, 성폭행, 감금의 문제 등등은 산업현장이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노예로 부리며 착취를 하는 곳임을 충분히 알렸다.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의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에 노동운동가들과 인권단체들이 결합해 「외국인 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게 이른다.

한편, 정부의 약속은 산재보험의 적용 등 일부만 지켜졌을 뿐 노예노동이라 비난받는 산업연수생 제도의 개선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산재를 당하고 임금을 체불당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들이 한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미 귀향한 이들의 산재보험금과 체불임금을 찾아주려는 노력도 외국인 노동자 단체에서 벌이고 있다. 또한, 외국인 인권공대위는 외국인노동자보호법의 제정을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