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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기자회견문] 박근혜 정부에 요구한다! 최대의 사회악은 차별이다! 국가인권기본법인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지난달 25일 ‘국민행복’을 위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민주주의 후퇴와 사회적 갈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극에 달했던 이명박 전임 정부 이후에 들어서는 새로운 정부인만큼, 박근혜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오늘 우리는 ‘국민행복’과 심각한 간극을 체감할 수밖에 없는 현재 한국사회의 인권 침해와 차별을 목도하며, 무엇보다 인권 보장과 차별 금지를 위한 법 제정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지난 몇 년 동안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한 많은 인권단체들은 급속하게 후퇴하는 인권과 노골적으로 가시화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해소·예방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차별금지법은 그 동안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청소년, HIV/AIDS 감염인, 비정규직, 비혼모 등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차별과 폭력을 멈추게 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매우 기본적인 인권법이다. 박근혜 정부가 외치는 것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이라면,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바로 그 국민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첫걸음인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수자의 인권신장에 앞장서야 할 역할을 가진 한국정부는 ‘미온적’이라고 평가하기에도 부끄러울 만큼 사회적 기대 수준에 반하는 행보를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2010년 법무부는 1년여에 걸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운영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별다른 발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시민사회에서 오랜 기간 준비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권영길 의원 대표발의)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회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오히려 정부가 극우보수와 극우 기독교 세력과 다름없이 권력을 이용해 차별을 방관하거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와 '사회적 합의의 부재‘를 핑계 삼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어 온 한국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 또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2011년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는 각각 최종견해를 발표하며 한국정부가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시급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 바 있으며, 2012년 8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위의 지난 권고들을 상기시키면서 한국정부의 신속한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2008년 4년마다 시행되는 UN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제도(UPR)의 한국 인권상황 검토 시 한국정부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 놓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UPR에서 또다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권고를 받자 올해 2월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다시금 밝히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에서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차별사유 중 ‘성적지향’에 대해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연구·검토 과정에서 포함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하거나, 이주노동자/아동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협약 비준 및 제도 마련 권고에 대해서는 합법과 불법을 나누며 ‘실정법 위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변함으로써 헌법의 평등 이념을 스스로 위반하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19대 국회에서도 김재연 의원, 김한길 의원, 최원식 의원이 각각 차별금지법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대부분의 인권선진국들이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채택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실효성 있는 법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차별금지 관련 법률의 문제점을 드러냄과 동시에 모든 영역에서 국민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이미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지어 헌병철 위원장의 취임 이후 독립기구로서의 자율성이 흔들리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인권위원회도 올해 1월 차기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주요 12대 인권과제 중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시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시한 상황이다.

이처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날로 높아져 가는 대내외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차별금지법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의지를 명확하게 표명하지 않는다면, ‘불통’의 정부라 불렸던 이명박 전임 정부의 전철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성별·지역·계층·학력·장애여부 등에 의한 차별은 특정 개별 사유나 영역에 한정되기보다 복합적인 형태로, 점점 더 심화된 형태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화에서 정부가 차별과 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고 차별적 현실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지 못한다면 새 정부가 가진 비전으로서의 ‘국민행복’에 대해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바라보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 보수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 5년간의 이명박 정부를 ‘견디며’ 평등과 인권, 다양성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한국사회를 열망했던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신임 대통령은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국민 개개인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박근혜 정부가 그 사회를 향한 소임에 헌신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방패의 역할을 해 주는, 정의롭고 공정하게 실현될 수 있는 인권기본법조차 한국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이 너무나 많다는 절박한 현실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차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변화시키고 헌법의 평등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소수가 아닌 차별 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인권기본법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 박근혜 정부가 최대의 사회악은 치별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며, 이 책임과 역할을 방기한다면 결코 ‘희망의 새 시대’의 문턱에조차 이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2년 3월 6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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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휴먼케어센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새사회연대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인권소식 ‘통’, 동성애자인권연대, 레주파, 망할 세상을 횡단하는 LGBTAIQ 완전변태,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 언니네트워크, 이화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통합진보당 성소수자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개인활동가 쥬리, 칼로, 타리, 토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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