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인권회의 성명서>총체적 부실과 기만으로 점철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거부한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성명서>

총체적 부실과 기만으로 점철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거부한다.


정부가 어제(23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하 'NAP')를 확정, 발표하였다. 이날 발표에서 정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권정책"이 수립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발판으로 "우리나라가 향후 아시아의 인권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NAP는 인권의 원칙과 기준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사회의 인권을 심각하게 악화시키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을 인권계획인 냥 포장하고 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총체적 부실과 기만으로 점철된 정부 NAP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한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NAP안은 유엔에 제출하기 위한 전시행정적인 사업계획에 불과하다. 2006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NAP 권고안을 발표한 지 1년 5개월여 동안 준비하여 발표한 NAP는 2011년까지의 국가의 종합적인 인권발전계획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현재의 시점이 아니라 2011년이라는 시점에서 그 목표를 명확히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분야의 인권상황을 개선, 증진하기 위한 전반적인 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의 NAP안에서 이와 같은 인권증진을 향한 의지와 계획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인권증진을 위한 중장기 목표와 실현 계획은 간 데 없고, 정부부처가 시행하고 있는 단기적인 사업들이 인권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이름표를 바꿔달았을 뿐이다.


주요한 인권관련 법에 대해서는 개정의 의지조차 밝히지 못하면서, 오로지 국회의 입법상황만을 지켜보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보안법, 사형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보안관찰법, 집시법 등의 인권침해적인 법제에 대해서는 아예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침묵하기로 작정했다. 이들 법제들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반인권법안으로 숱하게 지적받아왔던 것이며, 정부는 적어도 향후 5년 안에 반드시 폐지 또는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어야 한다. 우리는 정부의 이같은 태도가 국가권력에 의한 자유권적 인권 침해에 대해 어떠한 해결의사도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할 도리가 없다.


사회권과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정부의 반인권적 정책을 인권정책인양 옹호하는 모습조차 보이고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대적으로 양산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빈곤상황을 악화시킬 것이 명한 비정규악법들(기간제법, 파견법등)이 버젓이 국가인권정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잔여적 복지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생계보조나 하겠다는 정책을 감히 인권정책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군인/전의경, 사회복지시설 생활인은 아예 소수자 영역에서 제외되어 이들에 대한 포괄적인 인권정책이 전무함을 정부 스스로 토로하고 있다. 지난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때부터 노골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정부 정책의 근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유권에서부터 경제사회적 권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인권상황은 후퇴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NAP의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에 대한 맹목에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어떠한 반성과 변화의 의지도 없이, "우리 나라가 인권선진국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기만의 극치이다.


정부의 NAP가 이와 같은 문제가 많은 계획으로 작성된 것은 법무부가 인권정책협의회를 진행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와 민간인권단체들을 배제한데부터 그 원인이 있다. 국가의 인권정책은 다양한 인권행위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갖고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서 수립되어야만 그 실효성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유엔이 권고하는 NAP 작성 과정의 의견수렴과 민주적 의견절차를 무시한 채 법무부와 정부부처들의 이해관계들만 반영하여 작성한 것으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실무 담당을 맡은 법무부 인권국은 적극적으로 민간 인권단체들의 의견수렴과 국가인권위원회와의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NAP를 작성했다. 법무부는 지금처럼 그 내용과 방법에 있어 총체적으로 부실한 NAP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NAP안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아니라 "국가정책에 대한 인권정책 이름 붙이기"에 불과하다. 정부는 NAP가 "세계적 수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계획이며 "개인의 자유를 확대 보호"하고 "삶의 질 향상, 차별철폐"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인권을 가장한 거짓이자 기만일 뿐이다. NAP는 인권목표의 부재 등 총체적 부실과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반인권정책을 인권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기만적 전시행정의 표본에 불과하다. 우리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인권의 증진을 위해 노력해온 모든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전면에서 NAP를 거부한다.


2007년 5월 23일


인권단체연석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