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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성명서] 재계의 반인권, 특권의식을 엄중 규탄한다.

<성명서>

재계의 반인권, 특권의식을 엄중 규탄한다.
- 경제계에 인권 NAP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를 대표하는 5개 단체는 지난 17일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권고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 성명에서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인권 NAP) 권고를 재검토할 것과 정부에 대한 이의 거부를 요구하고, 노사관계에 국가인권위가 관여하지 말 것, 심지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재검토까지 주문하였다. 인권과는 담을 쌓고 반공주의로 돌아가자는 <조선일보>의 논지를 그대로 빼다 박은 재계의 성명은 인권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반인권 논리의 성찬이며, 이는 스스로 인권을 보호는커녕 자신들이 지금까지 저질러온 인권침해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들의 성명에는 우리 사회 인권의 증진을 위한 진지한 고려와 고민이 없으며, 오로지 자신들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특권만을 존중해달라는 억지만이 존재한다. 재계는 지금까지 노동자들의 희생과 중소영세기업들 위에 군림하면서 국가권력의 특별한 정책적 배려 속에서 특권적 이익을 누려왔다. 그들이 말하는 “안보와 안정적인 사회질서”는 IMF 사태가 터지든, 국제경제 여건이 악화되든 ‘기업하기 좋은 나라’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는 친기업적인, 친자본적인 구조를 말한다.
이런 안보와 사회질서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사회 구성원의 인권을 심각하게 후퇴시켜왔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생존권 위기에 몰린 민중들이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비극이 매일처럼 일어나는 게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인권상황이다. 이런 생존권적 위기 상황은 기업하는 자본가들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OECD에서도 가장 유연한 노동시장마저 더 유연화하려는 상시적 구조조정, 정규직을 밀어내고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기업문화의 정착, 설비투자보다는 부동산 투기에 온힘을 쏟아온 천민자본주의의 풍토 속에서 자신들만의 이익을 향유해온 이기적인 기업 이윤 추구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지금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의 현장은 바로 고용불안과 비정규직이 비상식적으로 확대되는 노동시장이다. 이 노동시장에는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마저 준수되지 않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유수의 대기업이 무노조 신화를 이어가고 있고, 하청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서 정규직을 밀어내고 비정규직을 들여오는 차별적 관행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노조활동마저도 봉쇄해온 것이 지금까지 재계가 보여 온 모습이지 않았던가.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분열시키고, 노조 대의원들을 매수하고, 노조의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영향력을 행사하여 왔던 것 또한 이들이 아니었던가. 노동자들의 파업 때마다 위장폐업을 하고, 경찰을 불러들이고, 노동부에 직권중재를 졸라댔던 장본인, 그리하여 유엔이 제정한 국제인권조약과 국제노동기구에서는 당연한 노동자들의 파업권이 실현될 수 없도록 만들어왔던 장본인이 재계가 아니었던가.
더욱이 노동자들의 회사 앞 집회와 시위를 차단하기 위해서 위장집회신고를 내놓고, 경찰과 더불어 집회·시위 문화를 원천적으로 부정해왔던 판에 이제 와서 폭력시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아닐 수 없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인정도,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참여도 대한민국이 가입하고 비준한 국제인권조약에서는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인권의 항목들이고,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 늘 국제사회에서 지적받아왔던 점을 애써 외면하는 꼴이다. 마치 이런 민주사회의 인권기준들이 준수되면 사회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혹세무민하는 마타도어 수법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나아가 재계의 성명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NAP 권고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결정을 넘어선 것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반헌법적 기관인 양 매도함으로서 인권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NAP에 대한 몰이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제인권기준을 국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1993년 유엔이 개최한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서 각국에서 설치하도록 권고되었던 사항이다. 국제인권조약을 비준해놓고도 그 기준을 국내적으로 실현하기에는 인색한 국가를 감독하기 위해서 모든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국가가 이행해야 할 인권기준을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본연의 임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감독 범위 안에 기업과 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낳는 인권침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업의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해 노사관계에 관여하지도 말고 권고조차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기업을 인권침해의 사각지대, 기업의 특권만을 보장하는 예외지대로 인정해달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노동인권 분야가 공격을 당하게 되고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정책도 보잘 것 없는 노동인권마저도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노동인권 문제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손도 대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장이나 기업, 국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더 과감하게 인권의 원칙에 따라 감시하고, 개입하지 않는 것에 문제를 느낀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들이 정치적 고려 속에서 선임되지 않고 오로지 인권활동의 경력과 그 감수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위원들로 선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NAP 권고는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제시하거나 지적한 수준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앞으로 6년 후 정부가 이루어야 할 인권 청사진이고, 목표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밖에 제시하지 못한 것이 인권단체들의 불만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권 NAP 권고를 마치 진보세력의 입장만을 반영한 것이라는 재계의 주장은 자신들이 얼마나 반인권적인 권력구조에 안주해왔는가를 스스로 반증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에 우리 인권단체들은 재계에 대해 인권 NAP의 모든 쟁점에 대해서 공개적인 토론회를 제안한다. 우리는 이 토론회에서 왜 재계의 입장이 반인권적이며, 왜 독선적인 특권의식인가를 일일이 지적할 것이다. 재계는 우리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바란다.

아울러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재계는 인권 NAP 권고에서 제시한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라!
2. 정부는 인권 NAP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도 없이 선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범정부적인 인권 NAP 이행기구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하고, 실행계획을 마련하라!
3. 국가인권위원회는 권고안을 실현하기 위해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라!

2006년 1월 19일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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