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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파장? 파장!] 군형법 92조 6 폐지 권고가 잘못됐다는 인권위원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정면 부정하는 이은경 위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19차 상임위원회 방청을 갔다. ‘기업과 인권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기업과인권NAP)권고’와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권고(NAP)’라는 중요 안건이 있어서였다. 활동가들이나 시민들이 방청을 가지 않고도 회의록을 제대로 제때 받을 수 있다면 아마도 굳이 없는 시간을 쪼개 방청을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방청을 가지 않으면 어떤 의견이 오고가면서 최종 결정이 나왔는지 알 수 없기에 인권활동가들은 주요 안건인 경우 방청을 간다.

인권의식 없는 인권위원들의 방패막, 비공개와 익명처리

방청을 가는 일은 피곤하다. 시간을 맞춰야 하는 것뿐 아니라 회의 때 오고가는 내용을 보면 그들이 인권위원인지 의아할 때가 많아서다. 인권위원임에도 인권위가 그동안 결정한 권고내용을 모르거나 국제인권기구에서 한국정부에게 권고한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물론 인권위원이 인권위나 유엔 인권기구의 모든 권고를 알아야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적어도 안건 심의 전에 안건과 관련된 권고가 있는지는 알아보고 와야 하지 않나.국제인권기구의 주요 권고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냐는 의미다.) 인권위원들이 하는 발언들을 듣고 있노라면 이들이 어떤 자격으로 어떻게 인권위원이 됐는지, 왜 인권위원이 됐는지 의문이 든다. 그들은 인권보다는 다른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인권에 관한 전문가이거나 인권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사람들이 인권위원이 돼야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 인권위의 현재다.

게다가 현재 상임위원회 회의록은 제대로 작성되고 있지 않다. 상임위나 전원위 회의록은 정보공개를 해야 겨우 볼 수 있다. 공개요청을 해서 나온 받아본 회의록에는 회의에 참석해서 발언하는 인권위원들의 이름이 지워진 채 나온다. 인권위원들은 익명 처리된다.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국정감사 때 제출하는 자료까지 그렇다. 그래서 수차례 시민사회와 국회가 시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인권위원들은 법적 근거 없이 아직도 익명처리하고 있다. 자신의 발언이 부끄러운 줄을 아는 것일까? 아니면 인권의 잣대가 아닌 다른 잣대로 인권현안을 결정하고 싶어서일까?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하면 회의나 회의록은 공개가 원칙이다. 아니 법에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국가기관으로서 갖춰야할 투명성과 공개성이 기본이다. 국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회의록을 특별한 사안인 경우를 제외하면 국민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 만약 인권위 회의록이 공개된다면 인권위의 모습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공개된다면 회의 전에 최소한 인권기준을 공부하고 오지 않을까? 인권단체들은 회의록 공개를 하면 인권위의 투명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인권위의 논의도 제대로 될 것이라며, 회의록 공개와 실명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공개 원칙을 지킨다면 회의에 참석하는 인권위원들이 안건에 대한 준비나 인권현안에 대한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오지 않겠는가. 회의 때 인권위원들의 의견이 비문 수정 정도이거나 논의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다수결로 처리하려는 현재의 모습은 개선될 것이다. 무엇보다 인권기준에 근거하지 않은 막말은 사라질 것이다.

군형법 92조 6 폐지는 문제가 있다?

얼마 전 있었던 10차 전원위 회의를 방청 갔던 인권활동가로부터 모니터링 내용을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더 심각했다. 새누리당이 추천한 이은경 비상임위원은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인권위가 그나마 이루어온 인권의 성과를 정면 부정하는 발언을 당당히 했다고 한다.

“논란이 많은 부분, 국민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부분을 일도양단적으로 결정해서 '이것은 인권이고, 이것은 반인권이다'라고 하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면, 검사가 기소유예처분을 할 때 피의자로부터 서약서를 받으면 이것이 인권침해인가. 학생인권조례도 그러하다. 이렇게 중요한 이슈는 표결을 붙여야 하고 논의를 많이 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이은경 위원은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폄하하는데 그치지 않고 “예민한 이슈의 예로 군형법 제92조의 6이 헌재에 올라가 있는데, 인권위에서 폐지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논란이 많은 것에 대해 인권위가 결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근거가 인권의 잣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1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약칭 자유권위원회)가 심의하고 한국정부에게 권고한 내용 중 성소수자 차별 시정이 많음에도 이러한 발언을 하다니 놀라웠다. 그 중에서도 군형법 92조 6라고 조항까지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지적하기까지 했는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유엔 자유권위원회 권고 중>

차별금지
12. 위원회는 대한민국 내에 특정한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여러 개의 개별법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도,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의 부재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 특히 인종 차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규정하고 금지하는 법률이 현재 없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바이다. (제 2조, 26조)

13. 대한민국 정부는 명시적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인종,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근거로 한 차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규정하고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채택하여야 한다. 이 법은 공공 및 민간 영역의 행위자들에 의한 직접・간접 차별에 대해 적절한 처벌을 부과하고, 효과적인 구제수단을 제공하여야 한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14 위원회는 다음 사항들에 관하여 우려를 표명한다.
(a)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소수자(LGBTI)에 대한 폭력, 혐오발언과 같은 심각한 차별적 태도
(b) 군대에서 남성 간 합의에 의한 동성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 6
(c) 소위 성소수자에 대한 ‘전환치료’ 행사에 대한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의 장소 대관 인가
(d) 동성애 또는 성소수자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는 성교육 표준안 개정안
(e)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법적으로 인정 받는 것을 제약하는 과도한 요구사항 (규약 2조, 17조 그리고 27조)

15. 대한민국 정부는 소위 ‘전환치료’의 선전, 혐오발언, 그리고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인 형태로 분명하게 명시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성소수자 개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체계를 강화해야하며,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고, 민간단체의 소위 ‘전환치료’ 행사에 공공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며, 학생들에게 섹슈얼리티와 다양한 성별 정체성에 대해 포괄적이고 정확하며 연령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트랜스젠더 성별정정의 법적 인정을 용이하게 해야한다. 또한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의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과 존중을 증진하기 위한 대중 캠페인과 공무원 교육을 개발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 번역: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84개 단체) 사무국

사람이 바뀌었으니 인권위 결정도 바꾸자?

여기에 더 놀라운 발언은 이은경 위원이 “한번 인권위에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인권위가 변경할 수 없는 것이냐. 사람이 바뀌고 시간이 바뀌면 결정도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 "UN이 했다고 우리가 따라야 하는 것이냐. UN이 헌법 이상의 가치를 가지느냐"라고 주장한 것이다.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처벌하지 말라는 차별금지는 우리가 수호해야할 헌법적 가치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를 흔드는 군형법 92조 6를 두고도'헌법'을 어떻게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2011년 인권위가 군형법 92조 6를 폐지하도록 권고한 배경과 근거는 헌법과 국제인권기준, 국가인권위원회법이었다. 인권위는 군형법 92조 6이 ‘동성애에 대한 인권적 접근이 아닌 편견과 남성 간 성폭력에 대한 오해’에 근거했으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인 성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합의에 의한 성행위는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기본권에 해당하며, 서로 합의한 성행위임에도 동성 간 행위만 형사 처벌하는 것은 차별(평등권 침해)이며, 처벌 과정에서 당사자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기(사생활의 자유 침해)에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차별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인이 외박을 나와서 성행위를 했을지라도 처벌이 가능하니 군인이기에 기본권 제한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헌법이 정한 기본권 제한의 원칙에도 어긋난다.헌법에서 국가안보나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 제한하더라도 그 근거인 과잉금지원칙과 최소침해의 원칙에 부합해야 하는데 군형법은 그렇지 않다. 이미 군대 내 성폭력을 처벌하는 조항이 이미 있기에 군대 내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한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2011년 군형법 92조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판결을 내렸다.

▲ 2011년 군형법 92조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이은경 위원이 '인권위원이 바뀌었으니 인권위 결정도 바뀔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듣고서야 인권에 관심이 없는 그가 왜 인권위원이 됐는지 어렴풋 알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인권위의 결정을 뒤로 돌리고 싶은 것이다. 그는 차별금지법 입법 반대에 앞장서는 대형교회의 집사로, <법무법인 산지>에서 함께 일하는 이태희 변호사와 함께 ‘인권보다 신권(神權)이 중요하다’며 차별금지법 및 동성애자 인권 반대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의 배경과 발언을 연관시켜보니 그가 인권위원이 된 이유가 혹시 인권위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데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은 아닐까 의심되기까지 했다.

군형법 92조 6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이런 글을 쓰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렇게 인권위가 거꾸로 가지 않았다면, 이은경 같은 무자격자가 인권위원이 되지 않았다면, 적어도 헌법재판소 판결 전에 인권위가 헌법재판소가 낡은 인식을 깨고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판결을 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 정도는 발표하지 않았을까 싶다.
덧붙임

명숙 님은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이자,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