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오름 > 인권위, 파장? 파장!

[인권위, 파장? 파장!] 인권위 ICC 등급심사 재보류와 최이우 임명

청와대는 왜 반인권 인물 최이우를 인권위원으로 임명했나?

이성애를 허용할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우리는 이성애라는 죄악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누구를 사랑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무슨 헛소리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냐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동성애에 대한 이러한 태도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어떤 ‘특정한 사랑’만이 죄악이 되고 허용여부를 따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별은 ‘무언가를 기준’으로 그 사람의 존재나 속성, 관계, 신념 등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차별에 저항해온 인권의 역사는 사회적으로 주류 세력에 의해 만들어져 온 그 ‘기준’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는 일이기도 했다. 불과 100년도 안 된 시절에 주류 사회는 여성이 어떻게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느냐며 선거권을 주기를 거부해왔으나 오랜 투쟁으로 여성의 평등한 선거권은 우리 사회 상식으로 자리 잡혀 왔다.

그런데 그 인권의 상식을 뒤집는 사람들이 최근 한국사회에 떠돌고 있다. 그들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을 허용해달라고 하고 있다.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인정하고 허용하는 순간 나이나 종교, 장애, 성별 등등으로 차별이 확대될 것이다. ‘모든’ 사람에서 ‘누군가’를 제외할 때 한 번 더 ‘누군가’를 빼는 일은 어렵지 않다. 존엄하지 않은 인간이 있다고 말하고 난 후에는 언제든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존엄하지 않은 인간을 만들어내기는 쉬운 일이다. 따라서 동성애 혐오세력들이 발흥하는 건 인권의 가치가 바닥에 떨어지는 일이기에 단지 동성애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난 소수자가 아니라며 자신들이 현재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에 따라 혐오와 차별세력들을 바라볼 일이 아니다. 다수와의 거리가 얼마나 멀고 가까운가에 따라 이 문제를 판단하고 자신의 위치가 주류-다수에 가깝기에 혐오세력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끼면 오산이다. 인권의 가치라는 판 전체를 바꾸고 있을 때에 안전한 곳은 없다. 동성애 혐오세력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했고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막았던 일은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렇듯 인권의 가치가 후퇴하고 정부의 인권 관련 정책이 뒤로 가는 것은 수순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옆에 있는 사람이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존엄한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현실 자체가 우리 모두에게 모욕적인 일이다. 우리 모두 존엄한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 그래서 국제인권기구에서 수차례 한국정부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도 2007년 차별금지법안을 권고한 바 있다.

반인권 인물인 최이우 씨의 인권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 반인권 인물인 최이우 씨의 인권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박근혜 정부의 최이우 임명은 인권위 흔들기

그런데 청와대는 국가‘인권기구’인 인권위원으로 차별금지법을 거부하고 동성애 차별 발언을 한 최이우 씨를 임명했다. 그는 CTS 방송 칼럼 (2013.3.28)에서 공개적으로 “동성애라든지 동성혼이라든지 이런 문제까지 교회가 허용할 문제가 아니라”며, “우리 사회에 차별금지법안!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폐해에 대해 기독교가 염려하고 있습니다. 약자에 대한 보호와 사랑, 그 사랑 때문에 우리 삶 속의 그 죄악까지도 용납해야한다는 문제가 만약에 생긴다면 교회가 철저하게 거부해야할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고 했다. 동성애를 허용대상으로 여기고 죄악이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당사자들을 모욕하고 차별하는 발언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젓이 차별 발언한 사람이 어떻게 인권을 논할 수가 있는가. 최이우 씨는 칼럼에 한번 얘기한 정도가 아니라 ‘미래목회포럼’이라는 단체의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역임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적극적으로 조장했던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포함되어있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흐름이 없는 상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거부하는 사람을 임명했다는 것은 또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인권위법 2조항에서 정의하고 있는 차별은 다음과 같다. 차별금지법이 없는 한국사회에서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차별사유 등을 명시한 법이 인권위법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동성애를 혐오하는 세력들은 인권위를 해체하라는 주장을 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인권위법에 있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빼는 개정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그러한 흐름에 함께하고 있는 인물을 인권위원으로 청와대가 임명했다는 것은 사실상 청와대가 이 흐름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김영혜 위원이나 한태식 위원 등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은 연임시키는 방식으로 인권위원 임명과 관련한 논란을 피해왔다. 그런데 청와대가 처음으로 임명한 사람이 반인권 인물이며 차별금지법을 거부하고 인권위법을 개정하여 인권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최이우 씨의 임명은 청와대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국가인권위원회 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정의)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인권”이란 「대한민국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
3.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인권위원 가이드라인의 실효성 없음과 ICC의 권고

반인권인물인 최이우 씨가 임명되고 나서 바로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ICC)의 등급심사 소위에서 등급심사 재보류를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014년 3월에 이어 두 번째 재보류 결정이다. ICC는 2008년 2014년 인권위의 독립성을 담보할 ‘인권위원의 투명하고 참여적인 인선절차’를 마련하라고 하자 급하게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지명의 원칙과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부, 국회, 대법원에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은 법에 명시된 게 아니기에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인권단체들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인권위원을 인선하도록 인권위법을 개정하는 안을 2013년에 발의했다. 인권위는 그 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기보다는 형식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부랴부랴 만들었다. 청와대는 그 가이드라인을 비웃듯 무자격을 넘어 반인권 인물인 최이우 씨를 비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청와대나 국회, 대법원은 “인권위원의 선출-지명에 관하여 공석에 대한 정보 및 진행한 절차와 예정된 절차를 관보, 공보,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여야”하며 “인권위원을 선출 지명하는 경우 해당 인권위원의 경력, 자격 요건 등을 포함한 지명 이유 등을 공표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가이드라인에는 인권위원은 “국제인권기준을 국내적으로 실현하고 국제적 인권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가이드라인에 있는 어느 것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인권위는 청와대에게 한마디 말도 하고 있지 않다.

사실 가이드라인이 없어도 이미 차별금지법을 거부하고 동성애 차별발언을 하는 인물은 인권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5조 2항) 상으로는 인권위원의 자격은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어야 하니까.

이러한 현실을 이미 파악한 ICC 승인소위는 “제시된 가이드라인이 파리원칙 준수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음”, “제시된 가이드라인은 구속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에 “명백하고 통일된 기준, 이러한 기준이 동일하게 사용되어 모든 자격 있는 지원자의 실력을 평가 할 것이라는 점, 심사 및 선출과정에 있어서의 광범위한 협의를 증진할 수 있는 메커니즘, 지원, 심사, 선출 과정에 있어 광범위한 참여를 증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인권위원 선출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권고 했다.

ICC 승인소위의 10월 등급심사 재보류 권고 중

위원 선출을 위한 명백하고 투명하며 참여적인 선출 및 임명과정이 관련 법, 규정 혹은 구속력 있는 행정 지침에 적절하게 포함되어야 한다. 자격기반 선출을 도모하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국가인권기구 고위 지도층의 독립성 및 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승인소위는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조건을 포함하는 구체적 과정을 해당 법에 형식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
a) 공석을 널리 공고
b) 다양한 사회 계층 및 교육 자격을 가진 잠재 지원자의 수를 최대화
c) 지원, 심사, 선출과정에서의 광범위한 협의 및/혹은 참여 도모
d) 선결되고 객관적이며 공시된 기준을 바탕으로 지원자들을 심사
e) 대표한 기관보다는 개별 역량을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 선출

승인소위는 파리원칙 B.1과 ‘국가인권기구 의사결정 기구의 선출 및 임명’에 대한 일반견해 1.8을 참조한다.

정신 못 차리는 인권위

ICC 승인소위가 인권위에게 제자리를 찾으라는 권고를 했건만 인권위는 성찰하고 변화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를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ICC 승인소위가 내린 이번 권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ICC 승인소위의 우리나라 법과 제도 및 상황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은가에 대한 의문점을 갖게”된다고 했다. 이런 인권위의 태도가 나온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성명 발표를 결정하는 인권위원들 중 인권과 관련 있는 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권위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서는 현병철, 유영하, 최이우를 비롯한 무자격 반인권 위원들이 사퇴하는 인적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노골적인 인권위 흔들기에 나선 최이우 씨의 사퇴를 이끌어내야 한다.
덧붙임

명숙 닝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이자,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