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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한국의 양심을 두드리다

버마 여성과 아동 인권에 대한 토론회 열려

흔히들 인권상황이 열악할 때 가장 그 피해를 심하게 겪는 사람들로 여성과 어린이들을 꼽는다. 세계최빈국에 속하며 유엔에서 인권문제로 자주 논의되는 버마 역시 예외는 아니다.

드러나는 여성인권 침해 실태

1962년부터 지속된 군사독재로 인한 버마의 인권상황은 아주 열악하여서 여러 형태의 인권침해가 국제사회와 한국에 소개되어 왔는데 그 중 버마 여성들의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2년 샨(Shan, 버마동북부지역에 사는 민족)족의 ‘강간허가(License to Rape)'라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부터이다.(보고서 제목부터 강간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버마 군대는 1996년에서 2001년에 샨 주(州)에서 600명도 넘는 여성들을 강간하였다. 강간은 대개 구타, 신체절단 같은 폭력과 고문을 동반하였다.
이 보고서 이후 버마 소수민족 여성들은 강간을 중심으로 한 성폭력 등에 대한 실태보고서를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하나씩 발간하기 시작하였다.
2004년 카렌여성기구(KWO)가 발간한 ‘침묵을 깨며’(Shattering Silence)에는 125명의 여성이 강간당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강간은 강제투옥, 강제노동, 강제 운반이나 농사 와중에 흔히 벌어지고 있다. 강간 피해자는 강간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피해자가 강간을 고발하더라도 그 범죄는 곧 무시되어 버리고 처벌은 대개 미미한 수준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이 범죄를 신고하면 군인들은 죽이겠다고 협박하거나 때리거나 하며 실제로 살해하는 경우도 있다.
2005년 7월에 발간된 ‘Catwalk to the Barracks'(막사에 좁은 통로) 보고서에 의하면 2003~2004년 반군들에 대한 소탕작전 중 정부군이 인근마을에서 ‘위안부들’을 징집하여 낮에는 군대를 위하여 일하게 하고 밤에는 성노예가 되도록 강요하였다. 수많은 강간들이 여성들의 집에서 혹은 다른 마을사람들의 집에서, 또는 다른 가족들 앞에서 저질러졌다.

▲ "강간 허가를 중단하라"는 요구는 버마 여성인권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다.



이런 심각한 인권실태를 한국사회에 알리고 관심을 갖기 위하여 지난 8월 23일 성공회대 아시아NGO정보센터와 국내 시민사회단체, 국내 버마인 활동가들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버마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실태를 버마여성활동가들로부터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군사독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과 어린이의 실태를 버마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들음으로써 버마가 하루빨리 인권과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고민해보고자 하는 자리였다.

버마와 국경을 가까이 접하고 있는 태국에서는 버마에서 넘어온 버마인권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버마여성운동가들 역시 태국에서 어렵게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에 오는 길도 비자 문제 때문에 그리 쉽지 않았다. 한국에 온 2명의 여성운동가는 되 린(Doi Ling, 카친여성연합 회원, 버마여성연대 선전부)과 르웨이 체리(Lway Cherry, 팔라웅여성연합 실행위원회, 버마여성연대 선전부)이다. 버마여성연대(WLB; Women's League of Burma, www.womenofburma.org)는 버마족, 카렌족, 카레니 등 12개의 다민족 여성 조직들이 회원조직으로 가입해 있으며 여성 역량 강화와 지위향상을 위한 교육, 민주주의운동 평화와 민족화해 과정 등 사회전반에서 여성참여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로 “여성이기 때문에 더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었다고 한다.

버마 정부는 보건이나 교육 서비스에 비해 군대에 대한 지출을 훨씬 더 늘려왔으며 버마 여성과 아동은 그러한 불균형의 직접적인 피해자이다.(이하 실태의 대부분은 발표문에서 발췌하였다) 버마내 빈곤, 정치적 불안정, 성역할(gender role) 등의 측면에서 젊은 소녀들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피해자들이다. 만약 버마 군사정권인 국가평화발전위원회(SPDC)가 장악한 지역을 건너 통학해야 한다면 학부모가 자기 딸이 군인들에게 강간이나 기타 성적 학대를 당할까봐 두려워서 딸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기도 한다.
2000년 국제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버마는 보건행정 시스템 전반과 관련, 191개국 가운데 190위에 해당한다. 버마 여성들은 출산과 관련된 보건교육을 비롯한 건강 정보를 포함, 가장 기본적인 건강관리 혜택도 못 받고 있어서 버마 여성의 출산 중 사망률은 매우 높은데 2003년 유엔아동기금(UNICEF)은 10만 명당 230명으로 잡고 있다.
또한 버마 정권의 경제실정, 만연해있는 부패와 취업기회 부족 등으로 인한 인신매매 역시 매우 심각하여 많은 여성들이 인접국인 중국이나 태국으로 팔려가고 있다.

버마의 아이들<사진 촬영; 김영란 님>

▲ 버마의 아이들<사진 촬영; 김영란 님>



버마 어린이, 미래가 있는지

버마 군부는 “버마 아이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양호히 보호받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현실은 정부가 소년병을 모집하거나 아이들을 인신매매하거나 죽임으로써 어린이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버마 어린이들은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전투, 재원 부족, 교원 부족, 학습조건 악화 등으로 인해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2002년 유엔아동기금 보고서를 보면 버마 내 취학연령대 어린이 가운데 약 50%만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취학률은 높은 교육비, 정치적 불안정, 그리고 소수민족 무장그룹과 버마 정부군 간의 계속되는 교전 같은 요인들 때문이다. 또한 군부정권이 GDP의 1%에도 못 미치는 돈을 교육에 쓰고 49%는 군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또 유엔아동기금은 버마에서 매년 출생하는 130만 어린이 가운데 9만2천5백 명이 넘는 수가 일 년 안에, 13만8천 명이 5년 안에 사망하는데, 수많은 어린이들이 말라리아, 결핵, 설사병 같은 치료 가능한 병으로 사망한다고 발표했다.
버마 인구의 4분의 1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어 많은 가계가 일일 식량을 대기조차 버거워한다. 국제보건기구(WHO) 보고서에는 다섯 살 미만 어린이 셋 가운데 하나가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나와 있다.

발표자인 르웨이 체리는 자신의 청소년 시기 강제노역의 경험을 직접 얘기하며 한국사회에 도움을 호소하였다.
“16살 때, 샨 주에 있는 눔숨(Num Sum) 마을에서 버마 군대가 도로를 놓는 일을 도와야 했습니다. 큰 돌들을 나르기엔 아직 무리인 나이였기에, 돌 하나를 옮기는데 다섯 명이 달려들었고, 일은 몹시 고되었습니다. 배고프고 목마른 상황에서도 물이나 양식 같은 건 없었고 집에 돌아와서야 고픈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버마) 이 나라의 (정치) 시스템이 민주주의로 바뀌어야 합니다. 버마를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려면 국제 사회 특히 한국 같은 아시아 주변국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부디 한국 사회에 알려 주십시오”
덧붙임

최미경 님은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버마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시민사회 토론회-버마의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중심으로' 토론회 자료집은 다음 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khis.or.kr/bbs/board.php?bo_table=pds_asia_burma&wr_id=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