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급진적 평등'의 필요성 확인

아시아인권헌장 선언대회 17일 막내려


인간성의 연대를 위한 아시아 인권헌장선언대회가 17일 아시아인권헌장을 선포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이번에 채택된 아시아 인권헌장은 "아시아인으로 하여금 모든 형태의 차별 즉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 토착인에 대한 차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에 대항하여, 급진적 평등을 인정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하에 헌장에서는 생존, 평화, 민주주의, 문화의 정체성, 발전과 사회적 정의, 소수집단, 여성, 아동, 장애인, 노동자, 학생, 재소자와 정치범의 권리 등의 내용을 규정했다. 헌장은 또 "세계인권선언의 보편성과 이념을 수용하면서, 빈곤과 체제의 억압이라는 이중의 고통 속에 있는 아시아 민중들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것으로 평가된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행사 마지막날인 17일, 인도의 아이아(전 대법관) 씨는 "이 헌장은 단지 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민중들의 행진을 위해 존재한다"며, "저항이 실종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서로를 조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아시아인권위원회 위원장 바실 페르난도씨는 아시아 인권헌장 선포 기자회견 에서, "이것은 국가 간의 헌장이 아니라 민중 헌장(People's Charter)이며, 이번 선언으로 아시아 인권헌장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 내용을 더욱 발전시키고, 실현시키기 위해 각국에서는 민중들의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헌장이 담고 있는 내용들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서는, "사법적 장치를 통한 보장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아시아 지역 모든 의회에 우선 보낼 것이며, 모든 이들이 읽고 행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언어로 출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아시아의 현시점에서 제기되는 구체적인 주제들에 대한 결의들도 있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참석자들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제안된 것들이었다.


인니 사태 등 결의안 채택

현재 온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태를 비롯하여, 잔혹한 만행이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동티모르 학살, 인도의 핵실험, 사법적 장치를 통한 인권의 보장, 여성 인권 보장 등 10여개 주제들에 대한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우리와 가깝게는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결의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결의안들은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되는 아시아 각국 정부에 게 보내지며, NGO(민간기구)조직들과도 공동연대의 차원에서 공유하게 될 예정이다.

한편 16일 오전, 타판보세(남아시아 인권포럼 위원장) 씨, 한국의 박홍규 교수(영남대) 등이 참여한 토론회에서는 지역적으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서 아시아 지역 인권재판소, 지역 인권회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대부분이 지역적 장치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가운데, "그러한 장치가 민중 개개인의 권리를 방어하는데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민중의 힘(People's Power)'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의견이 제출되기도 했다.

이어 열린 여성인권에 대한 토론회에서는 "세계화와 군국주의 하에서 실업, 빈곤, 강간, 성폭력, 난민화 등으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이 바로 여성과 아동"이라면서, "여성인권을 인권의 중요한 범주로 사고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모두들 입을 모았다.

광주민중항쟁 18돌을 하루 앞둔 17일에는, 행사 참석자 전원이 군부독재에 목숨을 바쳐 항거했던 사람들이 잠들어있는 5·18 묘역을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롭게 단장된 5·18 묘역은 망월동 묘역이 가져다 주는 비장함을 전해주지 못했는데, 외국인 참석자들도 구 묘역을 돌면서, 5·18민중항쟁의 희생자 뿐 아니라 80-90년대 열사들의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넋을 기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동티모르에서 참석한 마리아 페더러씨는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노태우가 사면되었다는 것에 매우 의아해하는 한편, 묘역을 둘러보면서 "동티모르에서는 인도네시아 군부에 의해 학살된 이들을 이처럼 함께 묻어주고 참배할 수도 없다"면서 안타까와했다.

사전행사를 포함하여 14일부터 17일까지 펼쳐진 이번 아시아인권헌장선언대회는 아시아 민중들의 열망을 반영하는 최초의 인권헌장을 선포했다는데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권운동가들이 구체적 인권상황을 알리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함께 준비·참여할 공간이 별로 없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