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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민중의 인권현장] 버마인들의 토지에 대한 권리

군부의 대규모 토지 강제징수에 고통 받고 있는 버마 민중들

플레이 레 씨는 2000년 초 태국 북부에 있는 카레니 난민 캠프로 도망나왔다. 버마 군인들은 플레이 레 가족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땅을 빼앗고, 플레이 레 씨에게 1주일 중 3일간 빼앗긴 땅에서 군인들을 위하여 농사를 짓도록 강요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곤 태국행 뿐이었다.

이는 플레이 레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버마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화와 그에 따른 토지 강제 징수로 고통 받고 있는 소수 민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버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화

1989년 이후 버마 군부는 ‘군사력이 국력을 좌우한다’는 선전 하에 군사력 증강에 총력을 기울였다. 단기간 내에 급속히 진행된 군사화는 군부대와 군사시설의 전국적인 확장을 가지고 왔다. 특히 무장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소수 민족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1989년 이전에는 카레니 주(*)에 3개의 대대만 주둔했었다. 그런데 현재는 27개의 대대가 주둔해 있다. 16년 사이에 거의 3배 이상의 군사화가 진행되었다. 다른 소수 민족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군부독재 기간 동안 국방비가 GDP의 30%-40%까지 늘어났다. 대부분의 예산이 군사시설의 근대화에 쓰이고 있다.

버마 국경지역에 있는 매써리 마을의 학교와 아이들. 이 아이들의 부모들은, 버마 군인들의 토지 강제징수와 강제노동을 피해 고향을 떠나 국경지역까지 도망 나왔다. 아이들의 머리속에서는 강제노동을 위해 버마 군인들에게 끌려간 부모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 버마 국경지역에 있는 매써리 마을의 학교와 아이들. 이 아이들의 부모들은, 버마 군인들의 토지 강제징수와 강제노동을 피해 고향을 떠나 국경지역까지 도망 나왔다. 아이들의 머리속에서는 강제노동을 위해 버마 군인들에게 끌려간 부모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군사화로 진행된 토지 몰수가 농민들의 생존권을 침해

그러나 부정부패와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버마 군부는 군인들의 월급이나 식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군부는 자력갱생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즉, 각 대대가 필요한 식량이나 기타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지역의 사령관들은 군인들에게 가축을 사육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을 확보하라고 명령한다. 각 대대는 위 명령에 따라 농민들의 땅을 빼앗고 필요한 경우 농민들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강제한다.

각 대대는, 다년생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100에이커의 땅과, 채소를 재배하기 위한 10에이커의 땅, 테미날리아 벨레리카(채소 일종)를 재배하기 위한 100에이커의 땅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1000마리의 암탉, 1000마리의 수탉, 10마리의 돼지, 5마리 염소, 10마리의 소, 12개의 연못을 위해 10에이커의 땅을 확보해야 한다. 한 대대를 위해 이만큼 필요하다고 하니, 대대가 늘어날수록 얼마나 많은 농민들의 땅을 빼앗을까.

이러한 군사화가 농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 인구의 약 60%가 소수 민족 지역이나 농촌에 거주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농사, 사냥, 채취, 벌목 등 농지나 산림이 주는 혜택에 의지해 살고 있다.

카레니 주 코이코에 사는 수레 씨는 ‘군대가 내 땅 7에이커를 뺏아 갔다. 그들은 1에이커 당 250짯의 보상금을 지급하였으나 그 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때때로 군인들이 토지 몰수에 대해 보상을 한다고는 하나 터무니 없는 금액을 지불한다. 수레 씨의 경우에도, 몰수 당시 1에이커당 시가가 15,000짯인데, 군부는 250짯만 지불했다. 그 돈으로 다른 경작지를 구입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군인들은 농번기나 수확철 등 농사일로 한창 바쁠 때, 농민들로부터 몰수한 경작지를 위해 주민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

토지몰수로 인해 전통적인 토지 소유 개념 파괴

아직도 버마 농촌이나 소수 민족 지역에는 근대적 토지 소유권 개념이 아닌 전통적인 토지 제도가 있다. 토지는 자연지역, 마을 공동산림, 전통보호지역, 성지 등으로 나누어져 있고, 독특한 관리, 또는 소유 시스템이 있다. 예를 들면, 카렌이나 카레니의 일부 지역에서는 개인이나 가족이 벌집을 포함한 나무만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소유’는 법률적 개념도 아니고 법률 문서화 되어 있지도 않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관습일 뿐이다.

지역 주민들은 전통보호지역이나 성지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땅을 경외하며 보호한다. 이런 땅에서는 사냥이나 낚시, 벌목 등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버마 군부는 군사화라는 미명하에 토지를 강제몰수 하면서 공동체의 관습과 땅을 파괴하고 있다.

운동장과 학교, 기숙사, 그리고 몇 채의 집. 이게 매써리 마을의 전부이다.

▲ 운동장과 학교, 기숙사, 그리고 몇 채의 집. 이게 매써리 마을의 전부이다.



민중들의 터전을 빼앗는 개발프로젝트

한편, 버마 군부는 인프라 구축이라는 미명하에 민중들의 땅을 빼앗고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 카레니 개발 연구 그룹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Dammed by Burmese Generals, http://www.salweenwatch.org/pub.php)는 카레니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로피타 수력발전소가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 때문에 고향에서 쫓겨났고 물자원은 사유화 되었다. 더구나 이런 수력발전의 혜택은 버마 중부에 사는 일부 사람들에게 돌아갈 뿐, 지역 주민들과는 무관하다. 더 이상 사람들은 자유롭게 농사를 짓거나 낚시를 하거나 벌목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소박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던 그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지고 파괴적인 것으로 변하고 있다.

계속되는 버마 군부의 폭력

버마 군부는 오늘도 계속해서 민중들의 토지를 빼앗고, 땅에 대한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버마의 현행법 하에서는 이와 같은 버마 군부의 범죄행위를 고소하고 하소연할 길이 전혀 없다. 현재 버마에는 헌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버마 민중들에게 땅은 그들의 생명이자 삶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땅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지금까지 민중들로부터 빼앗은 토지를 반환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에 대한 그들의 관습을 인정해야 한다.

버마 민중들의 식량 안보와 진정한 평화는 탈군사주의화와 함께 지역과 소수 민족 지역의 토지에 대한 권리가 보장 될 때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 버마는 7개의 도와 7개의 주로 구성되어 있다. 7개 주는 그 지역의 주요 소수 민족의 이름을 따서 ‘카레니 주’, ‘카렌 주’, ‘아라칸 주’, ‘몬 주’, ‘샨 주’, ‘카친 주’, ‘친 주’ 등이다.
덧붙임

슈에 묘딴 님은 태국 치앙마이에 본부를 둔 엔와이 포럼(NY Forum, Nationalities Youth Forum)의 대표입니다. 버마 카레니 출신으로, 버마 랭군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다가 버마 민주화 운동을 위해 태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엔와이 포럼은 버마 소수 민족들의 인권과 버마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