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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 ‘국민행복’에서 국민은 행방불명되다(1)

취임사와 최근 행보에 나타난 박근혜 정부의 인권의식-노동자의 집단적 권리

사람의 감각이라는 게 상대적이다. 사람이나 일을 평가할 때, 옛날의 경험보다는 가깝게 경험했던 것에 비교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도 다소 감각적 평가에 가깝다. 이전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에서 호되게 다치고, 심각한 인권후퇴를 경험했다보니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보다는 낫지 않냐는 안도감과 막연한 기대가 섞여 있다. 더구나 친(親)기업정책을 기조로 삼아 노골적으로 인권후퇴적 조치를 취했던 이명박 정부와는 다르게, 복지와 일자리 공약을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내세웠던 것을 상기해본다면, 사람들이 기대를 거는 데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발표된 취임사와 국정과제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최소 근거자료이다. 취임사보다 먼저 발표된 140개의 국정과제 중 5대 국정목표는 일자리 중심 창조 경제, 국민 맞춤형 복지, 창의 교육과 문화 강국, 안전과 통합의 사회, 통일시대 기반 구축이다. 취임사에서는 이중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중심으로 국정운영 방향을 선포했다.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국정과제에서 빠진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는 언급도 있다. 아직 국민행복의 실체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어려운 시점이지만, ‘실용의 시대로 가자’며, 선진화를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결이 박근혜 정부의 취임사와 국정과제에 보이는 게 사실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위기”라는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시대의식, 위기의식이 그 배경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사진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사진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성찰 없는 경제부흥’이 불러올 미래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자본주의에 대한 재검토도 할 것 같은 태도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전임대통령의 오만불손함과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취임사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과 연구실에서”를 되뇔 뿐, 과거 개발독재시기에서 대한 반성적 성찰은 없다. 60~70년대의 경제성장에 대한 환상이 있는 사람들의 지지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성찰이 전제되지 않은 ‘경제부흥’은 과거 유신처럼 ‘핏물 가득한’ 제 2의 한강의 기적이 될 수 있기에 위험하다. 작년 9월 24일 후보시절,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사과했던 기자회견의 발언이 진심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당시의 경제부흥이 사실상 부흥이라기보다 일방적인 노동자의 희생과 인권유린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적어도 경제부흥을 위해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가 포함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대선공약과 취임사, 그리고 국정과제에 ‘노동인권’은 없다. 일자리 창조는 바로 노동자 인권과 동일어가 아니다. 물론 후보시절부터 강조했던 ‘비정규직 차별해소나 공공기관의 상시적 지속적 업무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이번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었듯이 확실히 이전정부와는 다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가 묻게 된다.

‘집단적 권리 없는 노동자’를 원하는가

왜냐하면 여전히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결권, 행동권,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는 현실, 노동3권을 형벌대상화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MBC 노조 등의 큰 사업장만이 아니라 홍익대청소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수십, 수백억의 ‘업무방해죄 적용과 손해배상청구’가 걸려있는 현실이다. 한국에서 노조활동, 쟁의행위, 파업 등 노동자로서 집단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서도 권고한 바 있는 노동자 쟁의행위에 대한 불법화, 업무방해 적용의 재검토는 국정과제에 없다. 또한 이전 정부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해고자가 조합간부로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법화하던, 노동자의 결사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태도가 새 정부가 들어선 현재에도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2013년 정부는 해직 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전국교직원노조의 규약을 근거로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도 “조합원 자격요건 등의 결정에 행정당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권고했고, 정부 눈치 보는 국가인권위원회조차도 2010년 고용노동부에 “일시적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 해고된 자를 근로자 개념에 포괄하도록 노조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사실을 상기한다면, 아직 새 내각이 아직 구성되지 않았으므로 새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고 변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후보시절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보이지 않던 노동3권이, 이렇게 노동3권을 부정하는 현실로 나타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자로 호명했느냐, 국민으로 호명했느냐를 따지지 않더라도, 취임사에서 강조하고 있는 국민의 위대함과 헌신에 대한 찬양은 ‘얌전히 일할 노동자’, ‘노동인권이 없는 국민’을 주문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 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맞춤형 복지가 레토릭에 그치지 않으려면

선거시절부터 취임사까지 강조되고 있는 복지는 ‘국민맞춤형의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으로 표현되지만 후보시절 공약보다는 조금 후퇴한 국정과제 때문에 시민사회는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국민맞춤형 복지정책은 “국민들이 근심 없이 각자의 일에 즐겁게 종사하면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일을 위한 복지, 일과 복지를 연계하는 이른바 생산적 복지, 선별적 복지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복지를 받는 사람들을 낙인찍거나 노동유인효과로서 복지를 바라볼 뿐, 복지를 권리로서 바라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정과제에서도 ‘일을 통한 빈곤탈출 지원’, ‘복지 일자리 확충 및 처우개선’이 큰 방향이라는 점이 이를 확인시켜준다. 그러한 방향이다 보니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은 국정과제에서는 단계적 개선으로 후퇴하는 등 장애인복지정책도 후퇴하는 양상이다. 물론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기초생활수급체계의 개편,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등은 구체화되고 진전된 복지정책도 있다. 부양의무자기준 개선은 유엔 인권기구에서도 권고한바 있을 정도로 기초생활수급자의 권리를 막아 왔다.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공공지원이 함께 살지도 않거나 생계지원도 하지 못하는 가족이 생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복지수급을 가로막을 수 있었던 ‘부양의무자기준’을 새 정부가 어떻게 개선하는지 실제 진행을 지켜봐야 한다.

그 외에도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복지공약은 선거캐페인용일 뿐이었다라는 말을 하는 현실에서,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이나 노인 임플란트 진료비 경감 등과 같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복지가 어떻게 될지도 보아야 한다. 하지만 증세 등 재원마련계획이 보이지 않아 새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덧붙임

명숙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