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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운명을 결정지을 한 달

[인권을 꿰고 깨고] ‘인권’이 거리에서 살아 숨쉬며 꿈틀대고 있다

촛불시위가 ‘변질되어’ 번지고 있다. 5월 초부터 청계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고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를 외치던 이들은 이제 광장을 넘어 거리로 나가기 시작했다. 10대들이 시작한 촛불시위를 이제는 20대, 30대, 40대가 이어받았다. 시민들은 이제 미국산 쇠고기 반대만 주장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대운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정책에 반대한다. 주동자도 없고, 거리에서 즉석으로 행진방향을 정하고, 오히려 국민대책회의가 시위 종료와 해산을 ‘고시’해도 동이 틀 때까지 게릴라성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광장을 넘어 거리로

이 촛불집회와 거리시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대체로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10대들을 협박하여 광장에 오지 못하도록 만들었지만, 10대들이 열어놓은 민주주의의 광장을 다른 세대들이 이어받았다. 5공 시절의 공안기관대책회의를 부활시키면서 국정원까지 참석시켰지만, 거리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외에 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진실과 과학적 주장들에 대해 정부는 계속 ‘괴담’이라고 우기면서, 이 ‘괴담’의 확산을 차단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무지와 몰이해를 탓하는 아전인수식 해명은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시민들은 거리로 뛰어나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나.

정부는 눈치를 보느라고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장관 고시를 계속 미루어 왔다. 고시가 불러올 반발에 대한 우려와,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고 한미FTA를 한시라도 빨리 체결하려는 조급함 사이에서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여기서 밀리면 다른 정책들도 밀릴 수밖에 없고, 출범 석 달째를 맞는 정부가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하면서 장고 끝에 악수를 선택하는 길로 가고 있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 공안기관들을 총동원하여 ‘평화적인 촛불시위’와 ‘불법적인 거리시위’를 분리하고 후자에 대한 강제진압과 시위자 연행 등 사법적인 처리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으로서는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화해할 길은 없는 듯하다. 이 싸움에서 ‘거리의 정치’가 이길 것인지, 아니면 공권력에 진압당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 국면은 새 정부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지우려고 애쓰는 그간의 민주화운동의 성과, 인권운동의 성과는 이미 국민들의 의식 속에 탄탄히 자리 잡고 있음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음 아고라를 비롯한 인터넷 카페들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에 대한 토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토론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은 130만 명을 넘어섰다. 이 토론의 장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제안하고 토론하다. 자연스럽게 흐름이 만들어지고 네티즌들은 그 흐름에 따라 촛불광장에도 나오고, 거리시위에도 참여한다. 시민들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들을 ‘찌라시’, ‘쓰레기’로 비난하면서 스스로의 언론을 만들어간다. 현장에서 찍은 동영상도 각자 편집해서 올리고, 아예 현장중계까지 한다. 경찰이 연행하려고 하면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경찰을 디카와 핸드폰 카메라로 찍으면서 감시활동을 벌인다. 거대 언론으로부터 소외된 민중들이 직접 언론활동을 하면서 여론을 형성한다.

검찰과 경찰은 이 새로운 집회와 시위 양식에 대해서 때로는 배후가 있고, ‘치밀한 계획’이 있다고 몰아세우면서도 이들을 처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거리에서 공권력을 무력화시켜가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확장해가는 흐름은 거대한 항쟁으로 발전할 징후를 내비치고 있다. 인권이 실정법에 우선한다는 진리를 이처럼 생생하게 역설하는 사례가 어디 있을까.

통제 불능의 국회가 온다

17대 국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4년 노무현 탄핵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등에 업고 국회 의석 과반수를 차지했던 열린우리당(현재 대통합민주당)은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다.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몰락은 필연이었고, 18대 총선에서 총선에 참여한 46%의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주었다. 한나라당과 선진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넘는 보수국회가 5월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고, 6월 5일 개원국회를 열게 된다. 이미 알고 있듯이 민주노동당은 겨우 5석을 차지하였을 뿐이다. 민주노동당이 연대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정당으로 보였던 창조한국당은 이회창의 선진한국당과 손잡고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자유주의자 문국현의 이미지는 이제는 보수주의자로 채색될 판이다.

이런 국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킬 법률들이 참으로 많이 개악될 공산이 크다. 우선은 집회·시위를 한층 억압하기 위해서 복면금지, 소음 규제 강화, 양해각서 등을 법으로 보장받으려고 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고쳐서 불심검문을 강제화하려고도 하고, 국정원법을 개악하여 국정원을 강화하려고도 한다.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도 제정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비밀보호법을 비롯해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법률들도 개악될 예정이다. 그 외 경제관련 법률들을 보면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라는 입장에서 기업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악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필수업무유지제도의 확대를 통해 공익사업장에서 노조의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등 ‘노동규제개혁’라는 새로운 로드맵을 향해 치닫고 있다. 나아가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내년까지 개헌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구상도 발표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개헌이라는 것은 권력구조의 변경 문제만이 아니라 기본권을 대대적으로 후퇴시키고, 경제민주주의 조항(헌법 제119조)과 같은 조항을 삭제하여 신자유주의 경제제도를 헌법으로 보장 받으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법률들이 개악될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18대 국회는 국회의원들을 모아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악을 늦추기 위한 싸움의 여지가 거의 없다. 법치를 포기한 인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인치(人治)를 포기한 형식적인 법치(法治)를 통해 인권억압체계가 본격화될 수 있다.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몰락한 국회에서 최소한의 입법운동은 크게 그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입법을 통해 권리의 진지를 다지는 것은 당분간 먼 나라의 얘기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입법기관이 기득권 세력의 입맛대로 입법을 하지 못하도록 거리의 정치, 민중에 의한 직접정치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의 후퇴를 촛불시위와 거리시위로 지연시키고 있듯이 말이다. 통제 불능의 입법기관을 통제할 힘의 형성, 그것은 사회운동의 활성화이고, 사회운동이 구체적인 힘을 확보할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며, 그것은 지금부터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할 일이다.

피할 수 없는 대결이 될 6월

6월은 한층 역동적인 한 달이 될 전망이다. 모든 것이 예측 불허다. 이미 유가는 초국적 자본의 투기에 의해서 경유와 휘발유가 모두 리터당 1,800원대를 넘어섰다. 계속되는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그렇잖아도 취약한 한국경제를 옭죄고 있다. 수출조차 후퇴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물가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고 있다. 벌써부터 공공요금의 대대적인 인상 기미가 보이고 있다. 물가를 비롯한 경제 상황의 악화는 민중들의 생활을 압박하고, 민중들의 인내심은 점점 한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축산업 농민들의 잇따른 자살은 이런 민중들의 생존권 악화를 보여준다.

그런데다가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가 본격화된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장들을 자신들의 충복으로 심어놓는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의 압박에 의해서 공공기관의 장들이 줄지어 사퇴하고 있지 않은가. 법률로 보장된 임기도 포기한 채 말이다. 그런 뒤에 대대적인 민영화가 추진된다. 그 민영화는 사실은 공공기업의 사기업화이고, 이미 확보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영역을 시장으로 넘겨주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은 인권의 대대적인 후퇴와 침해로 귀결된다. 수돗물, 철도, 도로, 가스, 전기, 병원 의료보험, 방송 등을 시장으로 넘겨주고 이제 국민들은 사회적 서비스를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고, 그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면 서비스로부터 배제되는 것이 공공부문 민영화이다. 거기에 4.15 교육정책을 통해서 보는 것처럼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등록금도 인상되어서 결국은 빈부의 신분 구별이 뚜렷한 사회로 가는 길목을 만들 것이 확실하기에 우리는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시장은 인권과 양립할 수 없다는 명제를 인정한다면, 인권의 이름으로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투쟁의 조직은 당연하다.

또 마침 6월은 민주노총이 임단투를 집중하기로 한 달이기도 하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이 1천일을 넘어섰고, KTX 승무원들의 투쟁은 8백일,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은 1년을 앞두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장기투쟁 사업장이 확대되고, 그들의 투쟁을 권력과 자본이 무력화하기 위해 법과 공권력, 용역깡패까지 동원하며 짓이기고 있음에도 질기게 싸워 버텨내고 있다.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 계약해지가 예고되고 있는 게 6월이다.

만약 지금의 촛불집회, 거리시위가 6월까지 이어지고, 그 흐름이 노동운동의 이런 흐름들과 연결된다면, 그 폭발력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다. 한 순간에 민주적 권리를 되돌리려는 반동의 흐름에 맞서 권리를 방어하고 확장하려는 민중들의 피할 수 없는 결전의 한 달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시민·정치적 권리만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방어하고 확장하려는 정치투쟁이 바야흐로 거리를 중심으로 일어날 수 있다.

그럼, 정부와 보수 세력들은 손 놓고 지켜만 볼 것인가. 그들은 촛불시위 정국을 통해서 중요한 교훈을 얻고 있을 지도 모른다. 위기의 관리, 저항의 관리 방법을 터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저들은 자신들의 신자유주의 정책, 개발주의 정책의 실행을 단계화하고, 분산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이것을 우회하기 위해서 하천정비사업으로 수정하고 있지 않은가. 공안기구들을 총동원하여 물리적인 탄압을 가할 것이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분할하듯이 진보운동진영과 시민들, 민중들의 정치적 진출을 분할하려는 기도가 치밀하게 진행될 것이다. 거기에 대중들의 경제적 욕망을 자극하면서 공포를 조장하고, 희생양을 찾아 나선다. 그 첫 번째 대상자가 무권리 상태의 이주노동자이고, 민족적 동화를 강요받는 이주자들이다. 보수세력들은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를 조장하며 치사하고 야비한 방법으로 반동행위에 나설 수 있다. 이런저런 정부와 자본의 음모와 공세에 대응할 방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 닥칠 대변화

그런데 6월과 7월에 한반도에 대변화가 올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고, 부시가 7월초 G8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을 방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이런 흐름과 국내의 민주주의 수호와 인권의 수호를 위한 투쟁은 어떻게 맞닿을지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6월, 우리는 어쩌면 몇 년 같은 한 달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 한 달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운명을 결정짓는 한 달이 될 수 있다. 지금 모든 것이 안개처럼 불투명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격동적인 한 달을 보내야 할 지 모른다.
덧붙임

박래군 님은 인권운동사랑방(http://sarangbang.jinbo.net)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