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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_세상] “1차하청 비정규직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지엠 대우 부평공장에서 해고당한 비정규직 노동자 조혜연씨

작년 지엠(GM) 대우는 해고자 1,700여명을 복직시켰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한편으로는 무언가 껄끄러운 것이 있었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어려운 사정’을 이유로 한 회사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자발적으로’ 퇴사한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지엠 대우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당한 조혜연씨를 만나며, 역시나 그건 순진한 생각이었음을 실감하였다.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 뒤에는 여전히 많은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이 은폐되어 있었다.

지엠 대우 부평공장 2차 하청업체인 DYT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조혜연씨.

▲ 지엠 대우 부평공장 2차 하청업체인 DYT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조혜연씨.


조혜연씨는 부평 공장에서 “따로 떨어진 가건물에서 자동차 핸들 앞 플라스틱판의 부품을 조립해 공장 안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2005년 겨울부터 1년 2개월 정도 일하다 올해 초 해고되었다. 조씨는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정규직이 일하고 있는 메인 라인의 경우와 달리 조씨와 같은 비정규직이 일하는 서브 라인의 경우에는 독립 건물에서 일하게 되어 있었다. 지엠 대우 부평 공장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를 아예 일하는 공간까지 나누었기 때문에 ‘불법 파견’ 논쟁을 살짝 비껴갈 수 있었다.

“하청업체인 줄 알고는 있었지만 일단 ‘대우자동차’라고 하니 좋은 점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어요.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계약서는 썼는지 안썼는지 기억도 안나요.” 부평 지역의 경우 지역 사회에서 지엠 대우의 영향력이 강한데다가, 고향에 계신 부모님도 ‘대우’라고 하면 그래도 안심을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녀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어떠한 노동 환경과 조건에서 일하게 되는지 알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법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엠 대우 부평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못하거나, 쓰더라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서도 못 보고 구두로 전해들은 고용 조건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조건도 잘 말해주지 않았어요. ‘한 달 일하시면 130-140 정도 받으실 거예요’ 그래서 들어갔죠. 그 돈은 잔업 특근을 다 해야 받을 수 있는 거였는데, 잔업 특근을 안 하는 날이 있어서 실제로 그만큼 받아본 적은 없어요. 보통 110만원 정도 받았죠.”

게다가 2차 하청업체가 신성산업개발에서 화인테크로, 그리고 다시 DYT로 바뀌며 그녀는 계속 고용의 불안정을 느껴야 했다. “제가 들어온 지 3개월 만에 자금이 딸린다고 업체가 한 번 바뀌었어요. 이후 새로 들어온 업체는 조건도 낮추려 하고, 고용 승계도 제대로 안 해주고, 경력도 인정하지 않아 업체가 바뀔 때마다 수습 기간을 두면서 상여금도 안주려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조혜연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차 하청업체의 직영을 요구했다. “아예 공장이 밖으로 빠진다는 것이 싸우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죠. 그 때 싸웠던 게 1차 업체가 직접 고용해달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합의서에 서명도 받았는데 결국 2차 업체를 새로 만들어 저희를 고용했어요.” 이 외에도 업체에서는 400퍼센트였던 상여금을 200퍼센트로 깎으려 들고, 결근을 하면 월차·주차 수당, 일당까지 3일치를 감봉하는 등 계속해서 근로 조건을 악화시키려 했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

공장의 노동 환경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됐다. “가건물에서 일했는데 난방 시설이라는 게 선풍기 난로였어요. 60명 정도 일하는데 그거 몇 대랑 큰 난로 2대만 있었어요. 난방이 잘 될 수가 없죠. 건물 안 기온이 너무 낮아 안에 있는 것과 밖에 있는 게 거의 똑같았죠. 그래서 손등이 갈라져 피가 나고, 작업복을 아무리 껴입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았어요. 밤에 일하면서 졸다보면 추워서 더 고생했어요.” 게다가 난방용 기름을 관리하던 관리자들은 기름이 떨어져도 제때 채워주지 않았다고 한다. 또 그녀가 일하던 천막 안에는 제대로 된 쉼터도 없었다. “쉴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야근을 할 때는 쪽잠을 자거나 쉴 때는 자재를 쌓아두기 위해 깔아둔 부직포 위에서 쉬었어요. 마치 노숙자처럼 보였을 거예요.” 이러한 작업 공간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할 건강권, 적절한 공간에서 적절한 시간을 편안하게 휴식할 권리를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몸을 축내가며’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저희가 너무 추워서 계속 항의하니 전력이 딸려서 안 된다고 하더니 한참 있다가 난로를 몇 대 사다 줬어요. 그런데 야간에 정전 사고가 한 번 나자 지엠 대우 관리자가 오더니 싹 치워버렸어요.” 이후에도 지엠 대우 측은 ‘전력 문제’를 들어 난방 기구 설치를 비롯한 환경 개선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노동자들의 복장, 작업 속도 등만을 감시하려 했다. “회사 관리자들은 작업장 환경, 작업 속도들만 지적하고 다녔어요. 예를 들어 저같은 경우 회사에서 작업복을 주지 않아서 찢어진 청바지를 작업복 대신 입었는데 회사에서는 이걸 문제 삼기도 했죠.”

최저 임금 + @, 그리고 잔업 야근. 여가를 꿈꾸기 힘든 시간들

조혜연씨가 일했던 DYT의 경우 정부에서 결정하는 최저임금이 임금 인상의 주요한 기준이 되었다. “보통 9월에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1월에 시행되니까 거기에 맞춰 올해로 미루었어요. 그리고 기존 사람들은 일당이 2만6천원이었는데 새로 온 사람은 2만5천원을 받아서, 이것도 올려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지켜지지 않았어요.” 조혜연씨가 일하고 있던 2006년 당시 정부는 일당 24,800원을 최저임금으로 결정했다. DYT는 국가가 정하는 최저임금에 약간의 돈을 더한 수준에서 임금을 결정했던 것이다.

여가 생활은 할 수 있었냐는 물음에 조혜연씨는 “여가 생활을 하고 싶어도 보통 저희가 일하는 게 주간 때는 일요일에 특근이 잡히고, 야간 때는 토요일 아침에 퇴근하니까 자다가 하루가 끝나요. 결국 하루 정도 시간이 생기는 데 물론 친구를 만날 때도 있지만 밀린 청소랑 빨래를 하면 시간이 다 가서 진짜 맘먹지 않으면 영화를 보거나 산에 가는 건 생각할 수도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아줌마들의 경우엔 애들이랑 남편도 챙겨야 하니까 평일에도 퇴근 늦게 하고 가도 일을 해야 하니 주말에는 ‘출근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하시는 분도 있어요.”라는 게 그녀의 이어진 설명이다.

조혜연씨가 부평으로 이사 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친구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만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일하는 시간대가 다르니까 자주 못 봐요. 특히 1년 365일 강제 잔업, 특근을 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부평으로 온 다음에는 거의 못 봤어요.”

노동 3권을 피하는 기막힌 방법들

DYT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어쩔 수 없는 처지를 이용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강요했다. “비정규직들 중에는 50대 초반, 40대 후반이 많은데 사실 나가면 갈 데가 없잖아요. 구인광고가 나도 나이 제한에 걸리고, 그러니 그냥 있으려고 하셨죠.” 생계에 대한 위협은 회사와의 싸움에도 영향을 미친다. “40대 중반은 그래도 젊은 축에 들었는데 공장 이전이 결정되는 순간에 ‘그래도 나는 일은 해야 할 것 같아’ 하며 빠지시더라구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발탁 채용(1차 하청에서 지엠 대우로 직접 채용)’, (2·3차 하청에서) 1차 하청업체로의 이직 가능성이라는 미끼가 주어진다. “저희는 1차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월급도 많이 주고 안정되어 있고 해서……. 지엠 대우에서도 가끔씩 정규직 발탁 채용을 하는데, 미끼를 쓰는 거죠. 예전에 ‘발탁 채용’을 했을 때에도 항의를 많이 했던 업체 두 군데가 아예 한 명도 안되자 관리자들이 ‘쟤네들 봐라. 저렇게 시끄럽게 하니 안되지’ 했다고 하더라구요. 예전에 공장 앞에서 선전전을 할 때는 이야기를 들어주던 분들이 발탁 채용 기간만 되면 선전물을 받지 않으려 하고 눈에 띄는 행동을 안 하려고 하죠.”

현재 조혜연씨가 일하던 사업장은 철수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복직은 지루하지만 끈질긴 싸움을 요구한다. “저희같은 경우는 업체가 빠져서 원직복직은 안 되니 다른 업체로라도 넣어 달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업체가 없으니 쉽게 될 것 같지는 않아요. 가능성이 있으려면 노조를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회사는 조혜연씨를 비롯한 해고노동자 5명에게 8천1백만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저희가 돈이 없으니 실제로 받아내려고 한다기 보다 ‘이렇게 하면 이런 게 떨어진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대의테크의 다른 계열사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퍼트린다고 하더라구요.” 이들 업체들은 이러한 ‘위력시위’를 통해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모든 노동자는 자신들의 정당한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단결권을 비롯한 노동3권을 갖는다. 그러나 ‘노동의 유연화’를 부르짖는 많은 회사들은 ‘정규직 고용’이라는 미끼,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 그리고 체념과 노동자들 사이의 내분 등을 교묘히 이용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억누르고 있다. 인천 부평에서 만난 조혜연씨도 다른 일반적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은 처지에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