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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_세상] "보육노동의 가치가 무시당하는 게 속상해요"

집 안에서, 집 밖에서 그녀의 이중의 노동, 이중의 착취

저출산 고령화의 시대. 이를 해결하고자 ‘보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으로 임신과 양육에 대한 여성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정부가 보이는 자신감을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는 박은숙(가명) 씨를 찾아갔다. 그녀를 만난 시간은 밤 10시. 7시 반에 퇴근하고 최근 다니기 시작한 학원이 끝난 뒤밖에 시간이 되지 않는다고 해 ‘집에 가서 쉬고 싶을 텐데, 내일 일할 때 힘들면 어쩌나’ 미안한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보육노동자의 하루 일과

“민간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대부분은 법적으로 출퇴근시간이 정해져있어요. 오전 7시30분에 열어서 오후 7시30분까지, 이렇게 12시간을 기본으로 하고 있죠. 밤 10시까지 하는 어린이집의 경우, 야간교사를 따로 두고 있고요. 근무지침에서는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가 없어요. 아이들 오기 전에 맞이할 준비하고 아이들이 가야 퇴근하는 것을 상식이라고 보니까요. 그러다보니 기본근무시간만으로는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어 연장근무를 하게 되고. 그래서 대부분 근무시간이 9시간, 아니 10시간 이상 되지요.”

같은 시간으로 따졌을 때 일반 사무직 노동과는 노동 강도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보육노동. 저임금에, 연장근무마저 불가피하고, 보육시간에는 화장실조차 마음껏 갈 수 없는 형편이라 보육노동자들의 이직률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한다.

“보육노동자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해야 해요. 이것을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데, 악용하는 민간 어린이집도 많아요. 그러다보니 민간 어린이집의 대다수 보육노동자들은 해고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원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노조에 대한 접근은 꿈도 못 꾸는 거죠. 아이들을 좋아하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거지, 10시간 일하고 나면 정말 체력이 남아나질 않아요. 그러다보니 집에 있어도 정작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힘들고. 무엇보다도 보육시간이 하루 8시간 노동이라는 근로기준법만 따라줘도 좋겠어요.”

<출처; www.detroitartistsworkshop.org>

▲ <출처; www.detroitartistsworkshop.org>



엄마와 보육노동자 사이에서

“결혼 전에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은 없어요. 근데 아이 키우면서 생활하려니까 100만 원 조금 넘는 남편 월급은 쪼개 써도 한없이 부족하더라구요. 아이들이 좀 커서 일하려고 하니까 일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지 않고, 그래서 보육교사가 된 거에요.”

은숙 씨에게는 초등학생 자녀가 두 명 있는데, 지금은 방과 후 활동을 하는 학년이라 급식이 있어 다행스럽다고 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 입장에서 양육의 부담이 가장 클 때가 바로 급식을 하지 않는 학년이거나 방학일 때라고. 어린이집의 배려가 있을 때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어린이집에 와서 식사도 하고 일도 도울 수 있지만 대다수의 어린이집에서 그런 배려를 얻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어린이집 저녁 시간일 때 집에 가서 아이들과 남편 저녁식사를 챙겨주고 올 때가 많아요. 남편이 아이들 밥을 챙기지 않거든요. 아이랑 남편 식사 챙겨주는 것도 힘든 것이 현실이에요.”

일 끝나고 바로 학원에 가야 하는 은숙 씨는 학원이 끝나면 어린이집에 들러 청소를 하고 집에 돌아간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 아이들이 무척 서운함을 느낀다고 한다.

보육의 사회화를 위한 정부 지원?

“연장근무가 불가피하다보니 정부에서 보육노동자들에게 시간외노동 수당으로 1년에 50만 원씩 주겠대요. 그것도 생색내기 식으로 한 달에 5만 원씩 쪼개서 지급하는 거죠. 계속 근무하도록 묶어두는 거예요. 원래 법적으로 시간외노동 수당은 임금의 150퍼센트예요. 시간외노동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는 것도 아닌데 잘 모르니까 보육교사들은 그렇게 지급되는 수당을 그저 감사하다고만 여기는 거죠.”

전국보육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외침

▲ 전국보육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외침



보육노동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 반에 교사가 두 명 배치되는 투담임제가 일부 어린이집에서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평가를 통해 서열화되고 이것이 보육교사들에 대해 압박으로 작용하며 보육의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해 그것 역시 적절한 대책은 아닌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보육교사들이 갖는 만큼 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보육교사들에게 의무화되어 있는 교육이 있어요. 이 교육에 참여해야 급수가 올라가고 급수에 따라 급여도 달라져요.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많아요. 무엇보다 교육이 보통 평일 저녁에 진행한다는 것이 문제에요. 아이들과 함께 했던 하루 일과가 끝난 뒤, 교육에 참여하면 밤늦게 끝나고. 그러면 다음날 수업준비도 하기 힘들거든요. 보육교사를 위해 교육을 추진한다는 그네들이 정작 보육교사를 배려하지 않는 거죠.”

그녀는 보육예산이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과 보육을 맡기는 엄마들에 대한 지원으로 사용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지원이 보육의 사회화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었다.

“보육교사들에 대한 인건비 일부를 보육시설에 지원해주고 있어요. 문제는 지원을 받아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저임금에 보육노동자들이 놓여있다는 것이죠.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은 저소득 가정일 때 이루어져요. 요즘 저출산 대책으로 보육비 지원을 늘이겠다고 하면서 셋째 아이를 낳을 경우에는 월 20만 원 정도를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글쎄요. 그 정도 지원을 받으면서 엄마들이 셋째 아이를 낳으려고 할까요?”

보육공공성을 향해

육아에 대한 여성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질 좋은 보육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여성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돌봄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돌봄 노동의 가치가 높이 평가 될 때 보육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 상승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유아들 보면 얼마나 예쁘고 소중해요. 그런데도 이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 노동의 가치는 무시하니 참 속상해요. 여성가족부 역시 보육노동에 대해 이런 시선을 갖고 있다는 점은 더 화가 나는 일이죠.”

지금 보육노조는 공공노조의 범주 안에 묶이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보육이 사회 공공성의 영역에 포함되어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공공성, 말 그대로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거죠. 정부의 경제적, 인적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구요. 현재 부모가 육아에 참여하는 형태인 공동육아가 늘고 있고, 기존의 보육 형태보다 낫다고 보지만 대부분 비용이 많이 들어 저소득층은 접근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죠.”

보육노조가 외치는 ‘보육의 공공성’이라는 구호는 △무상보육의 실현 △보육관련 기관의 정부 직영 △보육노동자의 정부 직접 고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실현될 보육공공성은 보육 노동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고 육아의 사회화를 현실가능케 할 것이다.

보육의 공공성을 위한 길거리 보육 캠페인

▲ 보육의 공공성을 위한 길거리 보육 캠페인



그녀의 바람

보육노동에 종사하며 더 나은 보육환경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그녀. 그녀가 갖는 최근의 바람은 바로 셋째 아이를 갖는 것이다.

“아이들은 낳을수록 이뻐요. 제 경우 첫째는 그냥 신비로워서 좋았고, 둘째는 표현할 것도 없이 너무너무 좋았어요. 주변에서 그러는데 셋째 아이는 더 이쁘대요.”

어느덧 열두시가 넘어 밤이 깊어가는 사이 아이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하던 그녀는 눈을 반짝였다. 열악한 보육노동과 넉넉지 못한 가사노동의 현실에서도 그녀는 아이들과 기쁨을 나누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삶을 구성하는 두 영역, 곧 공적 영역으로서의 일과 사적 영역으로서의 가정이 누구나 향유해야 하는 삶의 필수적 부분임을 다시금 일깨워주었고, 이를 위해 보육의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함을 알게 했다. 그리하여 엄마로서, 돌봄 노동을 하는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그녀의 삶이 풍요로워질 때 우리 사회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