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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구_창] 국내법 체계에서의 경제·사회적 권리의 보호(산드라 리벤버그, Sandra Liebenberg, 2001)

경제·사회적 권리는 국내법보다 국제인권법에서 더 강력하게 주창돼왔다. 하지만 이들 권리의 구체적인 이행이 이뤄져야 할 곳은 국내이고 국내법으로 보장돼야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 논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국가 사례를 통해 국내법 체계에서 경제·사회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출처: A.Eide et al.(eds.),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55-84, Kluwer Law International, 2001)

1. 헌법 조항을 통한 보호

한 국가의 헌법은 일반적으로 최고 법으로 간주된다. 헌법에 권리장전이나 기본적 권리에 관한 장을 두는 것은 인권 보호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따라서 재판 가능한 권리로서 일련의 인권이 헌법에 보장되는 것은 중요하다.

1) 직접보호

개인이나 집단이 경제·사회적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헌법조항을 원용하여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헌법연구에서 여전히 새로운 것으로 간주된다. 전통적인 자유주의적 개념에서 헌법의 권리장전은 국가 권력의 자의적이고 과도한 적용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반면에 경제·사회적 권리는 국가의 사회경제적 자원과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국가 행위를 요구한다. 그래서 경제·사회적 권리를 헌법의 권리장전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이 많다. 그 이유로는 사회정책이나 예산할당과 관련된 행정부 고유의 권한에 사법부가 개입하게 됨으로써 권력분립 원칙을 저해한다는 것, 복잡한 사회적 선택과 관련된 사회경제정책이나 예산할당에 관하여 사법부가 판단할 능력은 없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견해는 권력분립에 대한 경직되고 형식적인 개념을 보여줄 뿐이다. 예를 들어 참정권, 표현의 자유, 공정한 재판에 대한 권리 같은 시민·정치적 권리들도 사회정책이나 예산할당과 관련된다. 1996년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권리장전에 사회·경제적 권리가 포함되는 것이 권력분립으로 귀결된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바 있고, 유엔사회권위원회는 일반논평 9에서 “경제·사회적 권리가 법원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엄격하게 분류, 채택하는 것은 자의적인 것이고, 두 종류의 인권이 나뉠 수 없고 상호의존한다는 원칙에 위배”될 뿐더러 그렇게 하는 것은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집단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원의 권한을 현저히 축소시키게 될 것”이라 했다.

입법·행정·사법부 간에는 ‘헌법에 대한 대화’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하며,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각각의 역할과 권한을 재정의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권력분립의 원래의 목적은 권력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런 맥락에서 사법부는 경제·사회적 권리의 이행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법원은 권리증진을 위해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려는 입법부의 선택을 존중하는 동시에 그런 입법을 자극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법원은 경제·사회적 권리에 대한 헌법적 보장의 견지에서 입법부와 행정부에게 정책 선택의 합리성을 정당화할 수 있는 부담을 지우는 한편, 정당성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헌법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 확인하는 선언적 판결을 할 수 있다. 경제·사회적 권리가 시민·정치적 권리에 비해 규범적 내용이 덜 발전됐다는 사실은 권리의 원래 성격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법원의 판결절차에서 배제돼온 역사 때문이다. 오랜 세월 권리의 내용은 구체적인 사건의 맥락 속에서 지속적인 사법적 해석을 통해 발전돼왔다. 경제·사회적 권리 내용도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발전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중요한 예산 관련 함의를 갖는 상당히 넓은 분야들에 이미 법원이 관련을 맺어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아공 헌법을 비롯하여 많은 헌법은 적어도 한두 개의 사법심사가능한 경제·사회적 권리를 기본적 권리에 관한 장에 포함시키고 있다. 가장 공통된 예는 교육의 권리이다. 남아공 헌법에 대해 좀더 상세히 살펴보면 경제·사회적 권리가 세 가지 유형으로 헌법에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유형은 자원의 제약에 상관없이 보장해야 하는 권리들로 아동의 사회·경제적 권리, 기초 교육에 대한 모든 사람의 권리, 구금자의 권리이다. 두 번째 유형은 가용자원의 한계 내에서 점진적으로 성취해야 할 권리로서 적절한 주거, 건강보호, 식량, 물, 사회보장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이다. 세 번째 유형은 국가뿐만 아니라 사인에게도 해당되는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한 규정이다. 여기에는 ‘모든 관련 상황을 검토한 후에 법원이 내린 명령이 없이’ 이뤄지는 강제퇴거, 긴급 의료 조치에 대한 거부가 포함된다.

이에 따르면 모든 경제·사회적 권리에 내재된 ‘금지된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 법원이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자의적인 강제퇴거와 부당한 사회복지 급여의 종결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기본적’ 권리의 범주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 의무를 강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기초교육에 대한 권리는 ‘그러한 교육권을 추구하는 속에서 방해받지 말아야 한다는 단지 소극적인 권리가 아니라 기초교육이 모든 사람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적극적 권리를 창조’한다고 확인했다. 또 다른 예로 남아공 고등법원은 교정당국에 HIV 양성반응자에게 규정된 백신바이러스를 투약하도록 지시하면서 국가 비용으로 ‘적절한 의료적 치료’를 제공받을 수인의 권리를 이행할 것을 명령했다. 마지막으로 가용자원의 한계 내에서 점진적 실현의 의무도 사법적 통제의 범위에 속할 수 있다. 역행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정당성을 정부로 하여금 증명하도록 하는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 헌법재판소는 보건부 설립과 관련된 법률의 개폐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헌법에 보장된 건강권 조항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2) 간접보호

시민·정치적 권리 조항의 적용이나 해석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제·사회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 ‘평등’과 ‘공정한 절차’에 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헌법은 경제·사회적 권리를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차별 없이 법 앞에 평등한 보호를 받을 규정’을 적용하여 사회복지급여에 대해 다룰 수 있었다.

또한 ‘생명권’이나 ‘개인의 안전’ 같은 특정한 시민·정치적 권리의 의미를 확대해석함으로써 경제·사회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대법원은 ‘생명을 빼앗기지 않을 권리’(인도헌법 21조)에 적절한 영양, 의복, 주거 등 생활의 기본적 필수품을 담은 ‘생계에 대한 권리’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이런 해석이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수단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법으로 수립된 정당하고 공정한 절차 없이 사회·경제적 급부를 상실하거나 생계를 위협받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기초가 된다.

3) 객관적 법률 규범으로서의 경제·사회적 권리

지도 원칙 또는 입법 명령의 형태로 경제·사회적 권리는 헌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이런 객관적 규범이 법원에서 직접 시행될 수 있는 주관적 권리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해석 지침’으로서 간접적으로 경제·사회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 헌법에서 법원은 사회국가 원칙에 의지해왔다. 가격규제를 목적으로 한 입법이 자유로운 계약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사회국가가 과대한 식비, 의료 및 주거비용과 싸울 의무 하에 있다는 원칙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국가 원칙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정의의 증진 사이에서 법원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법원은 지도 원칙을 따르지 못한 법률에 대해 ‘위헌’이라는 선언적 판결을 내리거나 강제 명령을 통해 헌법적 의무 수행을 요구할 수 있다.

4) 국제법상 경제·사회적 권리의 헌법적 지위

국제법이 국내 재판에 당연히 원용될 수 있도록 하거나 헌법과 유사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해석하는 헌법이 있는 반면 별도의 입법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국제조약이 다른 법령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시행되는 ‘자동발효 성격’을 갖는 권리가 사회권규약에 다수 포함돼 있다고 본다. 여기에 해당되는 조항은 ‘남녀평등,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노동조합에 대한 권리,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보호, 초등의무무상교육’ 등이다. 차별하지 않을 의무는 일반적으로 법률에 기대지 않고도 즉각 법원이나 행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의무이다.

2. 법률을 통한 이행

유엔 사회권규약 2조 1항은 입법조치의 채택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입법은 경제·사회적 권리의 맥락에서 다음의 목적에 복무해야 한다.
- 국제조약과 국내헌법에 규정된 권리의 범주와 내용에 대해 더 상세한 정의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사회권규약 11조의 ‘적절한 주거’ 개념을 정교화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
- 권리의 전달을 위한 자금조달에 관한 조정을 명문화해야 한다.
- 전국 및 지역의 상이한 정부 영역의 정확한 책임과 기능을 규정해야 한다.
- 권리의 전달을 위해 일관되고 공동작동될 수 있는 제도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공무원과 사인(지주, 고용주, 기업, 은행 등) 둘 다에 의한 권리침해를 예방하고 금지해야 한다.
- 권리의 침해에 대해 구체적인 구제를 제공해야 한다.

3. 기타 국내 기관의 역할

법원 외에 여타 기관도 경제·사회적 권리의 국내적 이행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옴부즈맨, 공익 집단 및 인권 옹호자들이 포함된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이들 기관이 경제·사회적 권리 분야에서 할 수 있는 활동유형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 교육 및 정보 프로그램의 증진
- 기존 법률, 행정 조치, 법률안 및 기타 제안들이 경제·사회적 권리에 부합되도록 감시
- 기술적 지원의 제공 또는 표본조사 수행
- 사회권규약에 따른 의무 실현을 측정할 수 있는 국내 차원의 기준
- 경제·사회적 권리가 실현되고 있는 정도를 확인할 목적으로 구상된 연구조사 수행
- 사회권규약에서 인정된 구체적 권리를 준수하고 있는지 감시, 공적 기관과 시민사회에 그에 대한 보고서 제공
- 경제·사회적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제소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