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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인권보고서] 비시민의 권리

모든 인간은 본질적인 인성만으로 모든 인권을 향유해야 한다. 시민과 비시민과 같은 예외적인 차별은 오로지 그것이 정당한 국가적 목적에 봉사하고, 또한 그 목적의 달성에 비례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보장된 인권의 향유와 ‘비시민’들이 겪는 현실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으며, 이들이 겪는 인권침해는 비시민 구금을 예사로 하는 등 9·11 이후 악화돼왔다. 아래 소개하는 보고서는 비시민의 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 데이비드 바이스브로트(David Weissbrodt) 가 ‘인권증진과 보호에 관한 소위원회’에 제출한 최종보고서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이 2006년 펴낸 것이다. 국제인권법으로 보장되는 비시민의 권리를 살펴보자.


시민과 비시민

시민(citizen)이란 무엇이고 비시민(non-citizen)이란 무엇인가? 이 보고서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을 인용하여, 시민이란, 한 국가에 의해서, 그 국가와 '실질적인 연관(effective link)'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국제법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할 권한을 개별 국가에 남겨 두었는데, 통상적으로, 시민권은 그 국가에서 태어나는 것(출생지주의), 그 국가의 시민인 부모에게 태어나는 것(혈통주의), 귀화, 또는 이러한 방식들의 조합에 의해 획득될 수 있다. 비시민이란,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에서, 이러한 실질적인 연관들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람이다.

비시민의 다양한 형태

비시민 중에도 여러 집단들이 존재한다. 영주권자, 이주자, 난민, 비호처를 구하는 사람, 트래피킹 피해자, 외국 학생, 임시 방문자, 여타 형태의 비이주자와 무국적자 등이다. 이들이 갖는 권리들은 각각의 법률 체제에 따라 따르지만, 대부분이 직면해 있는 문제들은 아주 유사하다. 비시민이라는 상황으로 인한 공통된 문제는 세계인구의 약 3%(약 1억7천5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인권법에 따르면, 비시민은 자의적인 살해, 비인간적인 처우, 노예제, 자의적인 체포, 불공정한 재판, 프라이버시 침해, 강제 송환, 강제 노동, 아동 노동, 그리고 국제인도법 위반으로부터의 자유를 가진다. 그들은 또한 결혼할 권리, 소수자로서 보호를 받을 권리, 평화적인 집회와 결사의 권리, 평등권, 종교와 신앙의 자유,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노동권(예를 들어서, 단체교섭권, 근로자 수당을 받을 권리,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에 대한 권리), 그리고 영사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국가는, 시민들에게 명시적으로 보장된 정치적 권리, 그리고 이전의 자유와 관련하여서만 제한적으로 시민과 비시민을 차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권리들과 비시민들이 직면한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 거의 모든 비시민이 공식적‧ 비공식적인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 외국인 혐오,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언어 장벽과 낯선 관습, 정치적 대표의 결여,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특히 노동권·교육권·건강권을 실현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 신분증명서류를 취득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 자의적인 구금과 기한 없는 유치, 인권 침해에 대해 효과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또한 개선될 수 있도록 할 수단의 결여를 경험한다.

국제인권법의 일반원칙

□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비차별 원칙(제2조 1항)과 법 앞의 평등(제26조)을 모든 사람에 대하여 보장하고 있다. 유엔자유권위원회는 이에 대해 “규약에서 보장한 권리는 호혜주의로, 그 사람의 국적 또는 무국적과는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규약의 일반원칙은 규약의 각 권리가 시민과 외국인간에 차별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유엔자유권위원회는 규약이 적법한 것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한 제한에 의해서만 비시민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 규약에서 국가들에 허용하고 있는 제한은 두 개 범주의 권리에 대해서이다. 즉 시민에게 명시적으로 보장된 정치적 권리와 이동의 자유이다. 규약 25조는 정치참여의 권리, 투표권과 피선권, 자국의 공무 취임의 권리를 “모든 시민”의 권리로 규정하며, 이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합법적으로 어느 국가의 영역 내에 있는 모든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 인종차별철폐협약

시민‧정치적 규약과 비교해 인종차별철폐협약은 평등의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좁게 해석한다. 즉, 비시민이 유사하게 취급될 것을 요구한다. 비시민에 대하여 일반원칙의 적용을 제한하는 조항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인권법의 총체적 맥락에서 읽을 필요성을 강조한다. 있을 수 있는 제한 조항들을 결코 국제인권법에서 선언되고 인정된 권리와 자유를 훼손하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국가가 다음과 같은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특정 인종‧종족‧민족‧종교 집단들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불관용과 증오의 행위들을 공적으로 비난할 것, 그리고 비차별의 원칙과 비시민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킬 것.
△ 비시민이 법 앞의 동등한 보호와 인정을 누리도록 보장할 것.
△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와 관련하여, 특히 주거, 교육, 그리고 고용 등의 분야에서 비시민이 당면한 문제들에 집중할 것.
△ 시민과 비시민 모두에게 적절한 주거권의 평등한 향유를 보장할 것, 최소생활기준을 보장하는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비시민의 동등한 접근을 보장할 것.
△ 노동 조건과 언어 요건과 관련하여 비시민에 대한 차별 근절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
△ 난민 지위를 구하는 사람에 대하여 그들의 국적을 따지지 말고 난민에 관한 국제 기준을 동등하게 적용할 것, 국제협력을 포함하여 난민이 처한 상황에 모든 이용가능한 수단을 취할 것.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04년 8월에 ‘비시민에 대한 차별에 관한 일반권고 XXX’를 채택했다. 그 주된 원칙들 중 몇 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시민권 또는 이주자 신분에 따른 다른 처우는 그러한 구별의 기준이 정당한 목적에 부합되지 않고, 그 목적의 달성에 비례하지 않는다면 차별을 구성한다.
△ 비시민의 상이한 범주(가령 시민의 배우자가 비시민 여성인 경우, 시민의 배우자가 비시민 남성의 경우)에 따라 처우의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걸 삼가야 한다.
△ 국가는 외국인 혐오주의의 태도와 행동으로부터 비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 국가는 특정 비시민 집단이 시민권 또는 귀화에 대한 접근과 관련하여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모든 비시민에게 사법행정에서 동등한 처우를 보장할 것.
△ 추방 또는 여타의 이동 과정들이 인종 또는 민족적 출신에 따라 비시민을 차별해서는 안 되며, 가족생활의 권리를 과잉 침해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 비시민은 그들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 또는 영토로 돌려보내지거나 추방되어서는 안 된다.
△ 비시민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들, 특히 교육, 주거, 고용과 건강을 누리는데 있어서 장애물은 제거되어야만 한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일반권고 XXX’는 비시민의 권리와 그 해석에 대한 포괄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국가가 시민과 비시민간의 구별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런 구분이 여타 인권기준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지 않는 한에서만 그렇다고 본다.

예를 들어, 아홉 명의 테러 용의자들이 영국 정부가 그들을 구금함으로써 유럽인권협약 제5조에 정한 자유와 안전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바 있다. 시민권 또는 이주자 신분에 기초한 차별적 대우는 만약 그러한 차별의 기준이 인종차별철폐협약의 목적 및 의도에 부합되지 않거나, 그 목적과 의도의 달성에 비례하지 않거나, 또는 비시민에 관한 특별 조치들에 대해서 언급한 위 협약 제1조 제4항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결과적으로 상이한 인종집단에게 별개의 권리를 존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조치), 금지된 차별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덴마크 시민과 결혼한 튀니지인 영주권자가 그가 덴마크 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덴마크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한 사안이 있다. 이에 대한 인종차별위원회는 그가 오로지 덴마크 국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당했고, 또한 국적 요건이 대출상환 보장의 필요성에서 생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적은 대출 상환 의사와 능력을 조사할 때 적합한 요건이 아니므로(신청자의 상시적인 거주 또는 그의 고용, 재산, 또는 가족적 유대가 있는 장소가 이 맥락에서 더 관계가 있고, 시민도 외국으로 이사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에 전 재산을 둘 수도 있으며, 그리하여 변제 요청을 강제하는 모든 시도를 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차별을 당했다고 보았다.

□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마찬가지로 비차별 조항(제2조 2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예외를 규정(제2조 3항)하고 있는데, “개발도상국은 인권과 국가 경제를 충분히 고려하여 이 규약에서 인정된 경제적 권리를 어느 정도까지 자국의 국민이 아닌 자에게 보장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평등 원칙에 대한 하나의 예외로서, 위 조항은 좁게 해석되어야 한다. 즉 개발도상국들에 의해서만, 오직 경제적 권리들과 관련해서만 그와 같은 주장이 성립될 수 있다. 국가들은 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하여는 시민과 비시민 간에 차별을 둘 수 없다.

지역 기구들

지역 인권법은 대체로 지구적 기준들이 제공하는 보호에 부합되지만, 그 기준과 예외가 구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인권재판소는 허용가능한 추방에 관하여 유럽 시민과 비유럽 국적을 가진 개인들을 구분했다. 미주인권재판소는 중미 국가들의 국민, 스페인 사람, 이베로아메리칸(스페인, 포르투갈과 양국 식민지였던 곳의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귀화를 허용한 코스타리카 헌법의 귀화 규정에 대하여 비차별적이라 했다. 이들이 코스타리카인들과 더욱 가까운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유대를 공유하기 때문이며, 처우의 차이가 정당한 목적을 가지며 정의와 이치에 반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차별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가 헌법들

국가들의 헌법은 ‘시민’에게 권리를 보장하는 반면 국제인권법은 모든 사람에게 권리를 제공하려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헌법은 인권을 시민에게만 보장하고, 나이지리아 헌법은 출생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과 여타의 시민에게 보장된 권리를 구별한다. 반면에 아제르바이잔 헌법은 인종차별철폐협약에 언급된 권리의 대부분을 차별없이 보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특히 아르메니아, 러시아, 쿠르드 소수민족에 속한 사람들이 실제로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나아가, 단지 헌법에 비차별의 일반 원칙을 언급하는 것만으론 인권법의 평등 요청에 대한 충분한 답이 아니다. 국가는 모든 형태의 차별과 싸우기 위해 효과적인 입법뿐만 아니라 그러한 법 위반에 대한 보상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구제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비시민의 권리 사례

□ 무국적자

태어난 곳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했거나 상실한 사람(일정한 등록기간에 등록을 하지 못했고, 그 이후로는 등록을 거부당한 경우),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시민권을 청구할 수 없는 사람, 출생지주의만을 인정하고 있는 국가의 비시민인 부모에게서 아동이 태어났는데, 그 아동이 태어난 곳은 혈통주의를 택하는 국가인 경우 등이 있다.

국가들은 특히 아동을 우선순위로 하여 영주권 허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무국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국적자를 그 선조들의 기원이 되는 국가들로 강제송환해서는 안되며, 오랜 기간 관계를 가진 국가나 거주국가로 들어갈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된다.

□ 난민, 비호처를 구하는 사람

비호처를 구하는 사람(Asylum seeker)이란 난민 지위를 얻기 전에 피난처를 찾아 일단 외국으로 도피해 온 사람을 말한다. 이들이 불법적으로 입국했다며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의적 구금, 구금기간의 장기화, 테러리즘 또는 국가안보를 빌미로 한 모호한 구금, 이주 아동의 구금, 법률 지원과 사법심사절차의 무시, 일반 범죄자와 같이 구금하는 것, 독방 감금, 신체의 보전을 위협하는 방법의 사용, 과밀‧열악한 위생 조건 등 부적절한 시설 수용, 의료조치의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다.

난민의 적격성 심사는 신청자의 인종적‧민족적 출신을 따져서는 안되며,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궁핍한 상태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난민 신청자를 구금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하며 특히 가족을 찾아 온 사람에 대해서 그러하다.

□ 비시민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

시민권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를 가지며, 정부들은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비시민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은 정당하고 우호적인 노동조건을 누릴 권리를 가지며, 이것은 안전, 건강, 노동시간, 임금 등에서 시민권이나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국가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비시민 노동자가 노동조합사무실을 갖는 것을 방해받아서는 안되며 파업할 권리가 제한돼서도 안된다.

국제노동기구의 8대 조약들은 시민권과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미주인권재판소는 비차별과 평등권은 이주 자격과 상관없이 모든 거주자들에게 적용되는 권리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들은 미등록 노동자의 고용이나 노동권 제한을 정당화할 목적으로 이주자의 지위를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고용 서류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 일을 제공하지 않거나 추방할 권리가 정부에 있다고는 하나, 일단 고용관계가 개시됐다면 미등록 노동자도 공인된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고용과 노동권에 대한 자격을 갖는다고 했다.

□ 비시민 아동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비시민인 아동, 소수자 집단에 속하는 아동의 권리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이주현상의 전개를 다루기 위한 포괄적인 정책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시민 아동은 이름을 가지고 국적을 획득할 권리를 갖는다. 비시민의 아동이 무국적 상태가 되지 않도록 출생 즉시 등록되고 국적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법적 신분이 없는 비시민 아동이 학교에서 배제돼서는 안된다. 국가들은 비시민 아동의 교육권을 비롯하여 아동이 사회에 통합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결론과 권고

그동안 비시민의 권리 옹호는 난민, 무국적자, 이주자, 트래피킹 피해자 등 각각의 개별적인 집단에 초점을 두었다. 물론 개별 집단이 독특한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처한 유사한 상황과 목표에 대한 통일된 노력, 전체로서의 비시민의 권리를 조명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 보고서가 그렇듯이 비시민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적 노력들은 ‘비시민의 권리를 다루는 분명하고 포괄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을 우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비시민이 당면한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는 주요인권조약들과 그 관련기구들이 구체적인 기준을 채택하고, 비시민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당사국들과 대화를 강화하고, 공통의 일반논평과 권고를 만드는 것이 비시민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일관되고 구조적인 접근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임

서신 님,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http://khrrc.org) 연구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