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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유엔 인권질서 무시하나

유엔 자유권위원회 한국정부에 최종견해 발표

한국의 자유권 상황에 대해 유엔 자유권위원회(아래 위원회)가 깊은 우려를 표현하고 강력한 내용의 권고를 발표했다. 11월 3일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최종견해를 통해 △자유권규약 유보조항 철회 △부부강간을 형사범죄화 할 것 △구금시설에서의 계구사용 및 징벌을 통한 가혹행위 금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병역의무에서 제외시키는 다양한 조치 마련 △이주노동자 및 공무원 결사의 자유 인정 등을 한국정부에게 주문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최종견해가 나오기까지 민변, 인권단체연석회의, 양심적병역거부연대회의,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등은 정부 보고서에 대한 반박보고서를 제출했고, 민변에서는 한국정부 보고서가 심의되던 10월 25일과 26일에는 제네바에 있는 유엔 자유권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자유권위원회 회의

▲ 지난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자유권위원회 회의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최종견해에서 개인통보에 대한 위원회의 견해가 단순히 견해로 받아들여지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국내적으로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국내법 권리들과 규약에서 보장하는 권리가 일치하지 않는 점에 우려하고 규약상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며 각 사안에 대해 권고를 채택했다. 또한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한국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각종 제도 및 조치들의 존재여부보다는 이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것을 한국 정부에게 요구했다. 그 세부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다.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

(1) 개인통보에 대한 위원회 견해의 실효성 보장을 위한 즉각적인 절차 마련 (2) 자유권규약 제14조 5항(상소권 보장) 및 제22조(결사의 자유) 유보철회 (3) 테러방지 및 관련 입법 조치들 특히, 통신감청, 수색, 구금 및 추방은 엄격하게 규약과의 일치할 것 (4) 정치, 입법 및 경제 분야에 있어서 여성의 실효적 참여 보장, 국회와 사법부의 여성의 대표성 증가를 위한 조치 (5) 부부간 강간이 형사 범죄로 성립되기 위한 형법 개정 및 담당 공무원에 대한 훈련 (6)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장 (7) 정신병원을 포함한 모든 구금 장소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및 징벌을 통한 가혹행위 금지 (8) 모든 형태의 보호 구금에 변호인의 신속한 접견 보장 (9) 긴급체포의 사용 제한 및 형소법 개정안의 즉각적인 채택 촉구 (10) 어떠한 구금이라도 판사에게 신속히 회부되는 자동적인 권리 보장 (11)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병역의무 면제에 모든 필요한 조치 (12) 긴급한 사안으로 국가보안법 제7조와 이로 부과된 형벌이 규약의 요건에 일치하도록 보장 (13) 공무원의 결사의 자유 보장 (14) 학교, 직업교육 및 공무원에 대한 인권교육 실시 (15) 차기 정부보고서를 시민사회, 비정부기구, 일반대중에 널리 배포 (16) 최종견해를 번역하여 일반 대중, 입법, 사법 및 행정부에 공표 및 배포


자유권규약 상의 권리들을 잘 보장하고 있다는 정부의 거짓말?

위원회의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정부는 다양한 조치들(제도 및 정책)과 계획들을 나열할 뿐 실질적인 진전에 대해서는 정확히 설명을 하지 못했으며, 특히 전문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규약에 있는 권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답변으로 일관해 규약의 몰이해를 그대로 드러냈다.

위원회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테러방지법에 대해 테러의 정의를 ‘유엔이 지정한 단체와 연계하여’로 규정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위원회 의장은 현재까지 유엔이 지정한 테러단체에 대해 존재하지 않음을 상기시키며, 이 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고 이 법안에 대한 상세한 정보 제출을 요구하였다. 장애인차별해소를 위한 의무고용제도에 대해 한국정부의 설명을 들은 후 위원회가 정부기관의 고용 현황을 묻자, 한국정부는 정부기관이 어겼을 때에는 제재조항이 없으며 고용부담금 적용이 안된다고 실토했다.

위원회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받고 있으며 이전의 최종견해 및 개인통보를 통해 국가보안법 7조 개정·폐지 및 국가보안법을 점진적으로 폐지하라고 몇 차례 견해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국가보안법의 엄격한 적용을 주장하며 존속의 암묵적인 의지를 보였다. 결국 위원회는 최종견해에서 ‘긴급한 사안(as a matter of urgency)'으로 국가보안법 7조를 규약의 요건에 일치하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1989년 인권위원회(Commission on Human Rights)의 결의나 1993년 자유권위원회 일반논평 22의 11항(General Comment 22, para 11)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병역의 의무가 국민의 초유의 관심사이며 국회의원 및 그 아들의 병역 의무도 중요한 사안이라 하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인정을 거부하였고 대체복무제도 도입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대답했다.

형사절차 및 변호인 접견과 관련해 위원들은 수많은 질의를 통해 관심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수사 시 적법절차 준수 등 인권보호 등이 포함된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인권보호를 위한 최고의 법안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언제 형사소송법이 통과되겠느냐는 위원회의 질문에 통과여부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답변으로 장황함을 무색하게 했다. 더구나 계구사용 및 징벌에 대해서도 수갑, 사슬, 안면마스크 등의 사용과 30일의 독방구금의 가혹함과 잔혹함에 대한 위원들의 질문에, 한국정부는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행형법을 통해 사용을 제도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육체적 고통을 주거나 신체의 기본적 기능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본원칙을 명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주노동자 결사의 자유 관련해 규약 제22조 1항에 ‘모든 사람은’ 노조설립 및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고 하였고 이주노동자들도 이러한 권리를 향유해야 한다는 위원회의 지적에 대해 한국정부는 체류의 합법성을 여부로 이주노동자의 노조설립을 거부한다고 답변했다. 공무원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위원회의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정부는 답변 도중 심의에 참석한 정부대표 역시 5급 이상들임을 강조하면서 마치 정부의 주장대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제한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듯이 첨언했다.

7년 전의 견해와 한번 비교해 볼까?

이번 3차 자유권규약 심의와 최종견해를 보면 한국정부가 지난 7년 동안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거의 이행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99년 제2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위원회의 최종견해와 7년이 지난 2006년 최종견해를 비교하면 거의 유사하다. 7년 전보다 실질적으로 인권이 증진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테러방지 및 관련 입법 조치들의 △규약 일치 △변호인의 신속한 접견 보장 △긴급체포의 사용제한 및 형소법 개정안의 즉각적인 채택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인정 및 군복무 면제 등이 추가되면서 국내에서 이슈가 되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1999년, 2006년 자유권위원회가 한국정부에게 동일하게 권고한 내용

(1) 개인통보에 대한 위원회 견해의 실효성 보장을 위한 즉각적인 절차 마련 (2) 15년 전부터(1991년 정부의 최초보고서에 대한 위원회의 최종견해)이후부터 제기되어온 국가보안법 폐지 및 긴급사안으로 7조 개정 (3) 한국정부가 유보한 제14조 5항(상소권 보장), 제22조(결사의 자유) 철회 (4) 규약의 권리 보장 (5) 부부간 강간의 형사상 범죄구성 요건화를 위한 입법조치 (6) 공무원의 결사의 자유 보장 (7) 어떠한 구금이라도 판사에게 신속히 회부되는 자동적인 권리 보장 (8) 피구금자의 권리보장 (9) 여성차별금지 및 모든 영역에 있어서 여성의 실효적 참여 보장 (10) 최종견해 및 정부의 정기보고서를 정부기관 및 시민사회를 포함한 일반인에게 널리 배포할 것.


마지막으로 최종견해에서 위원회는 최종견해 및 차기 보고서가 널리 배포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보고서 심의 전 위원들과의 민간단체 대표단과 가진 비공식회의에서 ‘정부보고서 영문 및 한글본에 대한 접근성의 어려움, 위원회의 최종견해에 대한 각 정부 및 일반인들에 대한 홍보 부족, 공표를 단순히 홈페이지에 올림으로 이해하는 태도, 최종견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 부처간 혹은 민간단체들과의 협력 부족, 일반인들에 대한 홍보 부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결과였다. 심의 마지막 발언에서 한국정부는 “위원들의 다양한 견해에 대해 검토 후 심도 있는 대화를 가질 것이며 정부가 검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정부의 유엔 인권이사회 진출, 유엔 사무총장 배출 등 국제인권무대에서 한국의 위치는 자못 상승한 듯하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그저 내용 없는 아름다운 말잔치에 불과하거나 문서상의 서약으로 끝난 것이 지난 15년 동안 한국정부가 보인 태도였다. 한국정부가 마지막에 발언한대로, 과연 자유권규약을 포함해 총 6개의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한 당사국으로서 국내 절차를 확립하고 쌓여만 가는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인권운동은 꾸준히 지켜볼 것이다.

시민적 정치적권리에 관한 위원회 (Committee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혹은 Human Rights Committee)

한국 정부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에 1990년에 4월 10일에 가입하여 동년 7월 10일에 그 효력이 발효하였고, 최초 보고서 제출 이래 세 번째 정기보고서를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 혹은 자유권규약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제출하였다. 위 규약에서 보장된 권리들을 각 당사국이 잘 이행하고 있는 지를 감시하기 위해 1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5년마다 한 번씩 제출된 각 정부의 정기보고서를 심의하며 그에 대한 최종 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채택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가입 후 1991년(최초 보고는 가입 후 1년), 1999년, 2006년에 각각 한국 정부 보고서에 대한 심의를 받았다. 심의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은, 정부의 정기보고서 제출 → 정보보고서에 대한 위원회의 쟁점 목록(List of issues) → 정부보고서 심의시 쟁점 목록에 대한 정부의 답변 → 위원들의 추가 질의 → 정부의 추가 답변 → 위원들의 심의 후 최종 견해 채택이다.
덧붙임

문정호 님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간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