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반세계화 시위 전력 외국인 998명 입국금지

아펙 정상회의 기간…형사처벌 경고 안내문도 배포

경찰청이 반세계화 시위로 각국에서 체포된 경력이 있는 외국인 998명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법무부에 신청했다. 또 집회·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은 400여 명에게는 입국은 허용하되 형사처벌을 경고하는 안내문을 공항에서 배포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이들의 입국사실을 출입국관리소로부터 받아 각 지방경찰청에 통보해 국내 활동상황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2일 경찰청 외사1과 관계자는 "반세계화 시위로 시애틀에서는 회의가 무산된 적도 있고 다보스, 칸쿤 등에서도 문제가 돼 각국 경찰로부터 체포 경력자들의 명단을 받아 입국을 금지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어느 나라든 자국의 이익을 따져 입국금지조치를 취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입국금지 조치는 아펙 정상회의가 끝나는 19일까지 계속된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인권을 중시하므로 입국금지 대상자와 기간을 최소화했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폭력시위를 선동하는 등 실정법을 어기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로 안내문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내문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제공된다. 법무부 입국심사과 관계자는 "통상 입국금지는 요청기관에서 사유가 있어 요청하면 그대로 결정했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라 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또 같은법 제17조는 "체류하는 외국인은…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해 정치활동을 한 체류외국인은 활동중지 명령, 출국권고, 강제퇴거 조치 등을 당할 수 있다.

김승환 교수(전북대 법학)는 "(외국인의 입국에 따른) 명백한 위험이 현존하지 않는데도 예방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국금지 조치는) 위헌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 측이 내세우는 출입국관리법 조항은 너무나 막연하므로 기본권 제한의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도 "일부 권리는 외국인에게 제한될 수 있지만 집회·시위는 자국민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보장된 정치적 의사 표현의 권리"라며 "아펙반대 시위는 신자유주의라는 전세계적 통치에 대한 것이므로 외국인에게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또 "입국금지 조치의 근거가 출입국관리법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이라면 출입국관리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며 "(법무부가 입국금지 조치를 결정한다면) 한국은 인권후진국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 위원인 한국인권행동 오완호 사무총장은 "현행범도 아닌데 단지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국금지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세계화 시위라고 해도 평화적으로 이뤄진다면 집회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펙회의가 중요한 국가적 행사라고 하더라도 한국이 성숙한 국가라면 세계화의 폐해에 대한 비판은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