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연재] 법 앞에 평등한 자 누구인가?

인권단체연석회의 '헌법 기본권' 연속 세미나 ② 법 앞의 평등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승환 교수

▲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승환 교수



'법 앞의 평등'을 선언하고 특수계급의 존재를 부정하는 헌법 제11조 제1항은 과연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누구에게나 보장하고 있는가? 24일 '법 앞의 평등'을 주제로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주최한 '헌법 기본권' 연속 세미나에서 김승환 교수(전북대 법학)는 "모든 국민을 법적으로 평등하게 취급할 것을 요구하는 일반적 평등의 원칙은 헌법질서를 구속하는 법원칙의 하나이며 헌법과 모든 법령의 해석기준이 된다"면서도 "정당한 이유,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은 허용된다는 것이 학설과 판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권을 보장하는 헌법의 예외

헌법은 평등원칙을 선언하면서도 스스로 예외를 두고 있다. "모든 국민은…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제21조)는 일반적인 결사의 자유에 비해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제8조 제3항)는 특권을 가진다. 하지만 정당은 "그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제8조 제4항) 정부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하고 헌법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과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강제해산된다. 김 교수는 "위헌정당해산조항이 방어적 내지는 투쟁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남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추상적인 규정에 따라 사회주의·공산주의 정당이 위헌정당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복수정당제를 보장한다는 헌법의 본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정당해산조항은 나치에 대한 반성으로 독일기본법에 도입됐지만 1956년 독일공산당에 적용된 바 있다.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 또한 평등원칙의 예외에 속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제84조)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고 그 외의 범죄는 재직중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 내란·외환죄의 경우에도 12.12, 5.18 사건과 같이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을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국회의원도 현행범이 아닌 경우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제44조)과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제45조)을 가진다. 김 교수는 "(불체포특권은) 권력에 의한 부당한 체포 또는 구금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국회의 권한이 강력한 경우 올바른 검찰권의 행사를 방해하는 역기능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면책특권의 남용을 막기 위한 입법례로, 명예훼손의 정도가 심할 경우 '중상적 모욕'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독일기본법 제48조를 소개하기도 했다.


헌법은 기본권 제한의 도구?

헌법은 노동3권을 보장하면서도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제33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공무원에게는 단결권마저도 인정되지 않았다.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인정하면서도 단체행동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단체교섭을 할 수는 있지만 법령·조례 또는 예산에 의해 규정되는 내용 등은 대상이 될 수 없다. 임금 등 노동조건의 대부분이 단체협상의 대상에서 빠져 있어 유명무실하다.

법률에도 평등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행형법은 수용자의 접견·서신을 제한하고, 수형자의 두발과 수염을 짧게 깍도록 하며 작업을 부과한다. 또 공직선거법은 수용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한다. 김 교수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와 수형자를 가리지 않고 재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며 "형이 확정된 수형자의 경우에도 선거권을 부여하는 나라도 있다"고 지적했다.


불평등과 투쟁하는 헌법을 위하여

평등원칙과 관련된 헌법개정 과제로 김 교수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선언을 넘어 장애인 등 차별받는 소수자를 평등의 주체로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은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제34조 제5항)고 규정하고 있어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제36조 제1항)한다는 조항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근간이 되고 있다. 외국인도 모든 기본권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선거권은 물론 국가배상청구권과 범죄피해자국가구조청구권 등에서 내외국인 평등주의가 아니라 상호주의가 적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제119조)는 경제질서의 원칙조항은 "평등 보다는 자유에 치우쳐 있어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행 헌법은 1948년 제헌헌법 제84조가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원칙으로 삼고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고 규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제헌헌법 제87조는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고 못박기도 했다.

한편 세미나에서는 평등원칙을 현실에서 구현할 때 제기되는 역차별 문제도 지적됐다. 이는 유색인종과 여성 등 경제적·사회적 약자에게 국가가 우선적 처우나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를 취하는 경우에 제기될 수 있다. 정당법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하는 여성공천할당제를 도입했다. 공무원임용시험령도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공무원임용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선발예정인원을 초과해 합격시킬 수 있도록 하는 여성공무원채용목표제를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백인이나 남성에게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여성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막 도입되기 시작한 한국에서도 역차별 문제가 다양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