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특집> 세계인권선언, 그 의미와 현재 ⑥ 제 6·7·8조

법 앞에 평등

[
제6조 : 모든 인간은 어디에서나 법 앞에서 한 인격체로 인정받을 권리를 갖는다. ]

[ 제7조 :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며,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법의 동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 모든 사람은 이 선언을 위반하는 그 어떤 차별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한 차별의 선동에 대해서도 동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 ]


세계인권선언에 따르면, “법 앞에 평등”이란 모든 사람이 “한 사람의 인격적 주체”(6조)로서 “차별없이 동등하게”(7조)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언이 채택될 당시, 제6조는 신체적 자유에 관한 권리와 똑같이 중요한 권리로 여겨졌다. 노예제도의 금지(제4조)가 ‘신체적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모욕’을 금지한 것이었다면, 제6조는 ‘법적 관점에서 인간 모욕의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이었다.

‘법 앞에 평등’을 규정한 제7조는 법학자들의 논쟁을 불러 왔다. 즉, 그 ‘법 앞에 평등’이 단지 법의 적용(사법과 집행)에 국한되는 평등인지, 아니면 입법권력까지 구속하는 평등(내용 상의 평등)인지에 대해 해석이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법의 내용 자체가 불평등할 경우, 법의 적용이 평등하더라도 결과는 불평등할 것이라는 점에서 ‘법 앞에 평등’을 입법권력까지 구속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통설로 정착해왔다. 법률은 만들어질 때부터 평등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88년 희대의 탈주극을 벌였던 지강헌 씨가 세간에 남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어떠한 탁월한 법률가보다도 명료하게 한국의 법 현실을 묘사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판사의 자유심증주의는 흔히 불평등하고 왜곡된 사법처리를 정당화시킴으로써 평등권의 대원칙을 무색케 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난 95년 광주에서 대형 건물의 무단 증·개축에 대한 단속이 벌어졌을 때, 작은 음식점의 주인은 구속된 반면, 혐의가 무거운 대형백화점 건물주는 ‘지역유지’라는 이유로 불구속수사를 받았다. 거액의 떡값을 받은 정치인들은 ‘최소한’의 사법처리를 받아 왔지만, ‘피라미’ 공무원들은 기백만원의 뇌물만으로도 줄줄이 철창행이었다.

우리의 법은 적용과정에서만 차별적인 것이 아니다. 94년 천안교도소에서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한 재소자는 열흘만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교도소 내에서 계속 통증을 호소했고, 심지어 “폐암으로 의심된다”는 보건소 진단을 받기도 했지만, 폐결핵 치료약만을 복용하다 폐암말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반면, 당뇨와 고혈압 증세 등을 보였다는 이유로 석방된 권노갑 전 국회의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적인 사회활동에 복귀했다.


[ 제8조 : 모든 인간은 헌법 또는 법률이 부여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해당 국가법정에서 유효한 구제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 ]

제8조는 선언의 기초위원회가 마지막 순간에 첨가한 조항이다. ‘효과적인 이행 없이 인권은 실체없는 그림자’일 뿐이며, 따라서 ‘구제받을 권리’는 핵심적인 인권규정인 것이다. 이 조항은 해당국이 제정한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적용되는 조항이다.

우리의 경우, 법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행위를 구제하는 기관은 사법부며, 헌법재판소는 최후의 권리구제 기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그 자체가 반드시 기본권 침해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법부가 바로 섰는가?

헌법재판소가 이제까지 내렸던 결정들을 살펴보면, △“고문에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각하(95년 3월) △“재정신청 대상의 제한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함으로써 삼청교육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수단 박탈(97년 8월) △“기업 파산시 퇴직금 우선변제가 헌법에 불합치하다”고 결정(97년 8월) △보안관찰법 합헌 결정(97년 11월) 등, 인권문제 전반을 관할하는 헌법재판소가 오히려 곳곳에서 인권의 진전을 가로막았음을 알 수가 있다.

“국내법원으로부터 유효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실효성 여부는 그 나라 사법부가 바로 서 있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유엔은 오늘날 해당국 법정에 의해 구제가 불가능할 경우, 여러 가지 구제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이러한 구제장치에 충분한 실효성을 보장하는 것 또한 우리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