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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달의 인권 (2002년 11월)

흐름과 쟁점

1. 고문의 망령은 계속되고 있다…피의자 인권보장 문제 부각

서울지검에서 수사받던 용의자 조천훈 씨가 고문을 받다 죽은 것으로 드러나, 피의자 인권보장을 위한 방안이 다시금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조사받다 10월 26일 사망한 조천훈씨가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10.28) 대검은 직접 고문에 가담한 수사관들을 기소한데 이어 홍경령 주임검사를 고문 사실을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10.30~11.6) 대검감찰부는 조씨 등 공범 혐의자들이 물고문을 당한 사실도 확인해, 이를 공소사실에 추가하고 수사를 종결지었다.(11.13)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의자 인권보장을 위해 검찰의 수사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관행과 밤샘수사․밀실수사 등이 가혹행위를 배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법무부는 조사단계부터 변호인 입회 보장․서울지검 특별조사실 폐지 등 고문방지대책을 발표했으나, 수사권 강화를 위해 참고인 허위진술죄 및 강제구인제 등도 도입하기로 해 인권침해 우려도 함께 낳았다.(11.15)


2. 여중생 사건 무죄 평결, 한미 불평등관계 결정판

미8군 군사법원 배심원단은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건과 관련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니노병장과 워커 병장에게 모두 무죄평결을 내렸다.(11.20/11.22) 재판은 끝났지만 사건의 원인과 책임은 전혀 규명되지 않았고 희생자는 있되 책임져야 할 사람은 없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맞이했다. 미군으로만 구성된 배심원단이나 미군 검찰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러한 문제는 미군 당국이 형사재판관할권 이양을 거부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이에 무죄평결을 규탄하고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소파협정)의 개정을 촉구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됐다.(11.20~) 민주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 등 정치권도 모두 무죄평결에 대한 비판과 소파개정을 주장했다.(11.20) 반면, 정부는 이를 계기로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꾸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한-미 관계 악화’부터 우려해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한편, 부시 미 대통령이 주한 미대사를 통해 간접 사과를 했으나 유가족과 사회단체들은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소파개정에 대한 의지가 동반되지 않는 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11.27)


3. 경제자유구역엔 인권은 없다!

자본의 경제활동의 자유만 거의 제한없이 보장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11.14) 민주노총․민변 등 92개 사회단체 대표단의 국회위원들 면담(11.1), 민주노총의 파업(11.5) 등에 이은 숱한 집회와 기자회견, 서한을 통한 법안 폐기 촉구를 국회는 외면했다.

경제자유구역법은 외자기업에 노동․환경․교육․보건의료․조세 관련 40여개 법률 규정의 적용을 면제해, 경제적 치외법권 지역을 만들 것이란 우려를 강하게 낳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월차휴가 폐지․주휴 및 생리휴가 무급화, 파견근로의 확대 등 노동권의 악화가 불 보듯 뻔하고, 외국인학교․외국인 의료기관의 설립 등을 허용하고 국내 관련 규정을 대폭 면제해 공교육과 의료보장 체계의 붕괴가 예상된다. 환경 관련 규제들을 대폭 감면해 마구잡이 개발을 부르게 된다.

이에 양대노총․민변․환경운동연합 등 110개 단체는 경제자유구역법 폐기를 위한 범대위를 발족하고, 범국민적 저항운동의 시작을 알렸다.(11.27) 범대위는 대통령을 향해 법률에 대한 거부권행사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 중요 판결

․서울지법(아래의 ‘서울지법’은 생략) 민사합의13부(재판장 김희태), 행려자 오인 6년여 정신병원 감금당한 네팔인 노동자에 국가배상 판결(11.6)

․민사83단독(재판장 신해중), 전교조 여성조합원 경찰 알몸수색 국가배상판결(11.6)

․민사83단독(재판장 신해중), 불법집회 참가 우려 대우차 노조원 불법연행․감금 국가배상 판결(11.7)

․민사합의29부(재판장 곽종훈), 대우차 노동자에 대한 경찰폭력에 대해 국가배상 판결(11.7)

․민사30단독(재판장 윤흥렬), 청와대 앞 1인시위자 경찰 강제연행에 대해 국가배상판결(11.7)

․민사합의16부(재판장 홍경호), 치료기회 박탈당한 재소자에 국가배상판결(11.22)

․민사합의18부(재판장 김용호), 직장성희롱에 대해 가해자뿐 아니라 회사도 배상책임 인정(11.26)

․헌재, 찬양․고무 누범자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게 한 국보법 제13조 위헌 결정(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