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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민변주최, ‘인권정책으로 본 문민정부 1년’토론회(지상중계)

“현상적으로는 나아진 듯하나 본질적 개선은 별로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대표 : 홍성우 변호사, 이하 ‘민변’) 주최로 “인권측면에서 본 김영삼 정부 1년”이란 토론회가 2월 21일(월) 오후 4시에 변호사회관 서초 별관 5층 대회의실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3명의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지난 1년간 한국 사회의 인권상황 전반 특히 다양한 인권 관련 법규의 개정과 실시를 검토한 후 “비록 지난 1년간의 김영삼 정부 하에서 인권상황이 현상적으로 나아진 듯 하지만 본질적으로 개선된 점은 별로 없다”는 결론을 맺고 3시간이 넘게 걸린 대토론회의 막을 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곽노현 교수(방송통신대)는 “김영삼 정부의 인권정책”, 홍준형 교수(아주대)는 “김영삼정부의 법제도 개혁의 방향과 과제”, 박원순 변호사는 “과거 인권침해에 대한 법적 청산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각각 약 20분 가량의 발제를 하였고, 이엉서 강수림 민주당 인권위원장, 남규선 민가협 총무, 서준식 인권운동 사랑방 대표 및 장명국 석탑노동연구원장은 발제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각자가 본 김영삼 정부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평을 하였다.


주가지수는 650에서 930, 인권은?

곽 교수는 발제에서 최근 ‘국가경쟁력 강화’와 ‘법과 질서 강화를 통한 국가기강 확립’ 등의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등장하면서 ‘인권’이란 단어가 실종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쟁력이 없거나 떨어지는 사람’ 즉 민중들의 사회경제적 인권침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다. 인권의 본질은 약자의 권리보호에 있다고 정의 내린 곽 교수는 김영삼 정부 아래서 주가지수가 650에서 930으로 올라갔지만 인권지수가 과연 그렇게 증가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유적으로 인권상황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곽 교수는 또한 신한국의 구호에는 경제만이 있을 뿐 인권이 빠져있기에 처음부터 체계적이며 정책적인 인권개선 노력이 없었다고 진단하면서 앞으로는 김영삼 정부 아래서 우리 사회의 인권상황은 별 진전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따라서 ‘문민정부’의 본래 의미가 왜곡, 퇴색되어 문민시대가 민중이 아닌 문민엘리트라는 해로운 세력이 지배하는 시대로 전락하고 있다고 김영삼 정부의 인권정책을 비판하였다.


개혁은 법제도의 개편이 성패 좌우

두 번째 발제에 나선 홍 교수는 “선택과 배제의 개혁,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국가 보안법 개폐, 안기부법 개정, 정보공개법 제정, 행형절차법, 공무원 노동 3권 인정 입법, 사회복지입법, 환경보전 및 산업안전 관련법률 개선 등을 비롯한 지난 1년간 논의되었던 주요 법규를 인권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홍 교수는 김영삼 정부의 개혁을 둘러싼 인치(人治)와 법치(法治) 논쟁을 언급하면서 참된 개혁의 핵심은 ‘조치’가 아닌 ‘제도화’ 특히 법제도의 개편이 시작이자 마무리라고 주장하였다.

또 홍 교수는 현정부가 과거 군사 정권에 봉사했던 정치적 지배집단 또는 기득권층을 기반으로 성립하여 기존의 관료기구를 거의 그대로 승계 받은 점과 따라서 개혁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이들과 이해관계의 상충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음을 ‘원초적’ 제약으로 지적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과거 군사정권의 유물인 악법개폐에 이렇다 할 법정책이 표명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문민정부의 개혁이 일회적 에피소드로 끝나 버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였다.


이제 과거청산은 시민의 힘으로

박원순 변호사는 과거청산에 대한 발제 서두에서 최근 유행하는 ‘미래화’ ‘국제화’가 단지 물건을 잘 만들어 외국에 많이 수출하자는 단순논리임을 비판하면서 최근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자족적이며 자아도취적인 경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다. 박 변호사는 나치의 전범에 대한 처리가 과거청산 차원에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과거청산은 지나간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있는 오늘의 문제이자 확실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재심제도, 공소시효문제, 특별검사제도, 국제법의 유용성 및 한계 등 과거청산과 관련된 법적 제문제를 검토하였다.

또 박 변호사는 “과거 청산이 보복이 아니라 정의의 실현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특히 과거 청산은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대적 당위성을 강조하였다. 이제 과거청산은 더 이상 현정부에 기대할 수 없으므로 시민운동이나 인권운동 단체의 투쟁과 압력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시민입법운동, 고소 및 고발운동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법무부 인권과가 사건 무마 내지 호도하고, 외무부 인권과는 과장하여 선전, 홍보만을 치중하는 현 정부의 인권기구의 파행성을 지적하면서 대안으로 정부 내에 인권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인권청’이나 국회에 인권위원회를 신설하거나 법무부에 제대로 된 ‘국’이라도 설치할 것을 제안하기로 하였다.

첫 토론자인 강수림 민주당 인권위원장은 김영삼 정부하에서 인권보장을 위한 개혁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면서 부분적인 개혁은 있었다면 그것은 스스로가 아니라 민주당의 압력과 투쟁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

남규선 민가협 총무는 최근의 인권침해 사례로 44년 복역 최장기수인 김선명 씨와 안기부에서 고문․함정수사로 간첩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삼석 씨의 경우를 예로 들고나서, 부당한 재판에 대한 재심제도가 거의 불가능한 절차상 장애와 부당성들을 지적하였다.

토론문안으로 제출한 이양원 변호사는 정치적 피압박자의 입장에서 부분적으로 인권이 개선된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의 인권은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이 변호사는 과거 군사정부의 탄압에서 자동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았던 인권운동은 소위 문민정부 하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권 운동방식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인권문제의 최대 해법은 시민 인권의식의 제고라고 말하였다.

서준식 인권운동 사랑방 대표는 김영삼 정부 하에서 인권상황이 나아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인권하루소식」에서 현정부를 ‘문민정부’가 아니라 ‘문민적 정부’로 규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소위 문민정부가 군사 정권 하에서 자행되었던 인권 침해를 분명하게 시인하지 않고 오히려 방치하고 있음은 스스로 군사정부와의 본질적 차이가 없음을 드러낸 증거라고 지적하면서, 그 예로 강기훈사건, 문국진 고문피해사건, 황석영 씨 사건, 최근 민정련 회원 구속사태 등을 열거하였다. 또한 국가보안법 관련 양심수가 90년의 32%에서 94년 2월에는 80%를 넘어섰다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국민들이 ‘문민정부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나마 개혁과 진전이 있었던 것은 양심적 시민과 민주세력 및 인권운동가의 노력에 의한 것이므로 토론회의 주제가 ‘김영삼 정부의 1년’ 이 아니라 ‘인권운동의 1년’ 이 되어야 더 현실에 부합된다는 주장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서 대표는 인권교육이 미래의 열쇠이므로 유치원 때부터 인권교육을 제대로 실시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국민학생에게는 아동의 권리를, 고등학생에게는 피의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 등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 경찰관이나 교도관의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대한변협이 만들어 정부에 건의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토론자인 장명국 석탑노동연구원장은 지난 90년과 93년의 감옥생활을 비교하면서 현상적으로 정치범에 대한 대우가 다소 좋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일반수형자에게는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인권운동의 대상이 소수의 양심수(정치범)에 국한되지 말고 다수인 보통사람과 청소년 등 일반범에게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 또는 청산의 대상이 되어야 할 기득권 계층이 개혁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현정부가 한계이자 모순임을 지적하면서 일하는 사람 즉 민중의 참여가 중요함을 역설하였다. 마지막으로 변호사, 검사 및 판사가 인권증진과 보호에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음을 전제하면서 “사법연수원생이 1주일만 구치소 생활을 하면 인권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면서, 실제로 토론회에 참석한 변호사에게 감옥 경험을 권유하기도 하였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민변의 박인제 변호사는 발제와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1년간 인권에 부분적이며 제한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체계적이며 구체적인 인권 정책이 부재했고 앞으로의 과제가 더 많기에 김영삼 정부 1년에 대해 비판적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고 토론회를 평가하였다.

3시간에 걸쳐 진지하게 진행된 토론회는 주최측인 민변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인권과장, 민자당 인권관련 국회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보다 본격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김영삼 정권의 인권정책 : 분석과 전망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1. 서론과 개관
2. 인권의 본질 : 약자의 권리
3. 김영삼 정권의 인권정책 : 분석과 평가
1) 과거청산정책
2) 반인권악법 개폐정책 : 국가보안법과 노동법을 중심으로
3) 인권관련기구에 대한 정책
4) 인권의식 제고 정책 : 인권교육 및 홍보방안
4. 맺는 말 : 문민정부의 엘리트성을 경계한다.


선택과 배제의 개혁,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 김영삼 정부의 법제도 개혁에 대한 평가
홍준형 (아주대 교수)

1. 머리말
1) 김영삼정부 1년, 무엇을 했나
2) 문민정부와 개혁
3) 법제개혁과 인권
2. 개혁과 법치주의
3. 인권에 관한 법제개혁의 성과와 문제점
1) 문민정부의 법제개혁, 무엇을 볼 것인가
2) 법제개혁의 성과, 무엇이 문제인가
-공안권력의 통제와 인권의 보호/ 정보의 자유와 알 권리의 보호/ 정치적 권리의 보호/ 행정관정에 있어 개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 노동에 관한 인권의 보호/ 사회복지 및 사회적 약자의 보호/ 건강한 환경과 안전한 삶에 대한 권리의 보호/ 사회적 자율성의 신장/ 사법개혁을 통한 인권의 보호
3) 인권에 관한 문민정부의 법제개혁 : 평가
5. 맺는 말


‘과거청산’의 법적 제문제 -인권침해사건의 해결방안을 중심으로
박원순 (변호사)

1. 서론
1)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들
2) 우리 현대사와 ‘과거청산’의 과제
3) ‘과거청산’의 개념과 범주
2. 미해결의 사건으로 가득한 한국 현대사
3. 과거청산의 법적 도구, 그 유효증과 한계
1) 개관
2) 재심제도
3) 시효문제
4) 특별검사제도
5) 국제법상의 근거와 그 이용 가능성
4. 김영삼 정권과 ‘과거청산’의 시종
1) 김영삼 정부 하에서 ‘과거청산’ 시발
2) 또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매몰되는‘과거청산작업’
5. 외국에서의 경험과 사례
1) 살아오는 역사
2) 남미 등 대규모 유린에서의 경험과 교훈
6.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