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특집 / <인권하루소식>이 선정한 「93 인권 10대 뉴스」

※편집자 주: <인권하루소식> 편집진은 소위 '문민정부'를 첫해를 마무리하면서 독재정권시절에 핍박받았던 국민의 인권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점검해보고자 했습니다. 올해 인권과 관련된 사안 중에 우선 38개 항목을 선정하여 인권단체와 변호사 사무실 등에 발송하여 의견을 묻고, 이를 토대로 선정한 것입니다. 선정된 10대 뉴스 외에도 '서울대 교수 성희롱 사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들의 법조개혁 건의', '안기부법 부분 개정', '민가협 목요집회' 등에도 많은 의견이 있었으며 '<인권하루소식> 발간'은 당사자라서 기초항목에서 제외하였습니다.


□ 이인모 노인 43년만에 귀향, '통일되면 꼭 만나자'

이인모 노인(76세)이 3월 19일 판문점을 통해 43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 노인은 부인 김순임(66)씨와 딸 현옥(45)씨 등 마중 나온 가족들과 42년 7개월만에 상봉을 했다. 2년 동안 이 노인을 모셔왔던 김상원 씨(51세)씨는 '통일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만 하라'며 눈시울을 붉히자, '통일되면 평양에서 꼭 만나자'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50년 8월 인민군 종군기자로 활동하던 중 52년 전쟁포로가 되어 88년 출소할 때까지 34년을 감옥에서 살았다. 다시 고향 땅을 밟은 이인모 노인 송환을 계기로 이북에 고향을 두고 있는 출소 장기수인 김국홍, 함세환 노인 등의 송환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 김기웅 순경, 배병성 씨 억울한 옥살이
사라지지 않는 가혹 고문수사

현직 경찰관인 김기웅(27세) 순경은 살인범 누명을 쓰고 92년 11월 30일 연행된 후 1년이 넘도록 옥살이를 하다 진범이 잡혀 93년 12월 16일(379일)에 풀려났으며, 또한 93년 6월 12일 한총련 시위 과정에서 김춘도 순경을 발로 차 숨지게 하였다며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사죄로 구속기소 되었던 배병성 씨(외대 용인캠퍼스3)도 12월 20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순경은 자신의 범행을 완강히 거부하였으나 동료경찰들이 잠을 안재워 지친데다 싸우다 실수로 죽였다고 하면 살인죄가 아닌 폭행 치사죄로 해주고 탄원서를 제출해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해 주겠다는 꾐에 빠져 형사가 부르는대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말했다. 김순경에 대한 구속영장은 경찰에 연행된지 5일(1백33시간)이 지난 후 발부되었으며, 1심, 2심에서 12년을 선고받아 사실심리까지 마친 상태였다. 배씨 또한 93년 6월 27일 연행되어 4일만인 7월 1일에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수사과정에서 잠을 안재우고 목과 등을 폭행하는 등의 가혹수사와 "자취방에서 나온 메모지로 국가보안법을 걸어 구속하면 더 큰 죄가 된다"고 협박하여 강제로 자술서를 쓰게 했었다.


□ PC통신까지 구속시킨 국가보안법의 위력
문민정부 출범 첫해 구속자 중 77% 국보법 적용

pc통신인 데이콤 천리안에 사노맹의 글을 동호회에 실은 김형렬 씨(20세)를 12월 7일 국보법상 이적표현물 제작, 배포 혐의로 구속하여, 문민정부 첫해에 국보법 폐지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보법 적용이 더욱 더 확대되고 있다. 민가협에 의하면 11월 말 현재 320여명의 양심수 중 247명이 국보법으로 구속되어 77%를 차지하고 있다. 작가 황석영씨, 국보법에 관한 책을 냈던 조국 교수, 인권 활동가인 노태훈 씨, 정당을 준비중인 민정련 원주, 광주지부 회원들, 평화와 군축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김삼석 씨, 금강산 경치에 찬탄했던 철책 근무자 박영생 병장, 심지어 자신이 대표인 pc통신 동호회에 토론자료를 올린 김형렬 씨에 이르기까지 올해도 국가보안법은 그 위력을 떨쳤다.


□ UN 인권위 차별 소위, 종군위안부 특별보고자 임명
「정신대문제 대책 협의회」활동 성과

정대협은 92년 1월 8일 시작한 일본 대사관 앞 수요 시위를 93년 12월 22일 제 200회 째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끈질긴 활동을 벌여왔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정대협은 일본의 관련단체, 필리핀, 대만 등 공동의 피해국들과 연대 활동을 펼치는 한 편 93년 8월에 유인 인권위 차별 소위에 대표를 파견하여 종군 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을 위한 유엔의 노력을 촉구하는 등 일본의 전쟁범죄의 규명과 배상을 위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로 올 8월 25일 유엔인권위원회 「차별방지 및 소수자 보호를 위한 소위원회」는 린다 차베즈(Ms. Linda Chavez)를 특별 보고자로 임명하는 결의안을 투표를 통해 채택했다. 이 결정으로 일본은 역사상 처음으로 유엔 인권기구에 의해 공식적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으며, 일본이 전쟁 중에 조직적으로 저지른 성노예 범죄가 역사적으로 기록되게 되었다.


□ 직업병 대명사 원진레이온, 치료대책 노사 합의

수많은 직업병 환자 발생으로 관심을 모았던 원진직업병 문제가 11월 9일 「원진비생대책위원회」와 회사가 '원진재단법인 설립', '폐업수당 지급' 등에 합의하고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93년 12월 현재 310명이 이황화탄소 중독 직업병 환자로 판정되고 이 중 퇴직자가 66% 이상을 차지해 현직, 퇴직 노동자를 불문하고 잠재적인 직업병 환자로 인식이 되어 재취업이 어려운 상태이다. 90년 34명, 91년 96명, 93년 1백 10명 등 직업병 발병 비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원진 노동자들은 필사적으로 원진 직업병 전문 병원 설립 재취업 방안 마련 등을 요구하며 8월 24일 - 28일, 9월 21일-25일 등 두차례에 걸쳐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하였다.


□ UN 인권위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장의균, 김성만, 황대권 씨 자의적 구금 결정, 석방 권고

UN 인권위원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93년 4월 30일 장의균(42세), 김성만(37세), 황대권(40세)씨의 구금은 한국정부가 비준한 국제 인권법 기준에 위배되는 불법 구금이라고 결정하였다. '실무그룹'은 한국정부가 비준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제 7조(고문, 인체실험의 금지), 제9조(신체의 자유), 제14조(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제19조(표현의 자유)를 위반하여 자유를 박탈하였다고 밝혔다. 한국정부는 이 결정에 따라 사건을 재조사하고, 진상을 밝혀야 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으며, 실제로 많은 장기수들이 이에 해당되고 있어 주목된다. 장의균 씨는 87년 7월 5일 연행되어 9월 4일 발표될 때까지 고문수사를 받고, 8년형을 선고받았다. 김성만, 황대권 씨는 85년 6월 6일 연행되어 8월 5일까지(60일 간) 고문 수사를 받고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 발표되었다. 김씨는 사형을 선고받은 후 무기로, 황씨는 무기에서 20년형으로 감형되었다.


□ 강기훈 씨 사건 관련 홍성은 씨 양심선언
검찰의 협박으로 거짓진술

'유서대필사건'으로 3년 형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서 복역중인 강기훈 씨가 10월 11일 서울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의 결백과 검찰의 정치적 의도에 따른 조작 수사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앞서 홍성은 씨는 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수사를 지휘하던 강신욱 부장검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너도 구속시키겠다'는 협박과 60시간이 넘는 수사과정에서 심신이 피로했던 상태에서 검찰의 의도대로 진술하였다"라고 폭로하였다. 한편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0월 23일 방영하기로 했던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 누가 유서를 썼는가'가 대법원 등의 압력을 받고 취소되었다.


□ 케네스 마클 유죄 판결 및 윤금이 공대위 활약
0.7%만이 기소되는 주한미군 범죄에 경종

92년 10월 28일 케네스 마클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윤금이 씨 사건을 계기로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60여개가 넘는 단체가 참가하여 결성한 「주한미군의 윤금이 씨 살해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케네스 마클의 단죄를 위한 운동을 대중적으로 전개해 유죄 판결을 받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윤금이씨 살해사건 이후에도 서초동 레벤호프 주인에 대한 성폭행(5월 28일), 미군의 열차안 난동사건 (6월 25일), 김경실 씨 폭행사건(10월 8일) 김대웅 씨 폭행사건(10월 21일), 한창열 씨 대검상해사건(12월 16일) 등 미군의 범죄는 끊임없이 이어져 이 문제를 담당할 상설기구로 10월 26일「주한미군범죄 근절을 위한 운동본부」를 결성하였다. 미군이 들어온 후 10만여건, 하루에도 5건씩 일어나는 미군 범죄 중 0.7%만이 재판에 회부되어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법 집행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 주한 미군 범죄를 근절하기 위하여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의 개정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 서울지방변호사회 당직 변호사제 실시
초기수사단계부터 피의자의 인권보호 노력

경찰 수사단계 등 기소이전에 형사피의자에게 법률적 도움을 주기 위한 당직변호사제도가 93년 5월 1일부터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창국)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 현재 서울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직변호사 수는 3백 50여명에 이르며 11월까지 하루 평균 3-4건, 총 6백 35건의 접견 의뢰를 받았다. 부산, 대구, 대전, 대구, 수원, 인천 등 6 곳의 해당지방변호사회에서도 당직 변호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된 수사기관의 불법 연행 및 구금, 가혹 행위 등의 수사관행으로부터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무방비상태에 있는 피의자들에게 법률적인 조언을 하기 위한 것이다.


□ 유엔세계인권대회 25년 만에 열려
국내 인권단체 공동참여로 모범 보여

유엔 세계 인권대회가 93년 6월 14일부터 25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렸다. 90년 유엔총회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되었던 세계인권대회는 68년 테헤란대회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인권문제가 논의되었다. 대회에서 채택한 「비엔나 선언」은 인권보장에 대한 책임이 각국 정부에게 있음을 다시 확인하고, 인권의 보편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인정하였으며, 빈곤에 의한 인권침해, 개발의 권리, 여성과 아동의 권리 등을 강조하였다. 또한 엠네스티를 비롯한 많은 민간단체들이 강조한 인권고등판무관을 유엔총회에서 우선적으로 다루기로 하여, 12월 20일 총회에서 신설하기로 결의하였다. 국내에서는 13개 민간인권단체들이 3월 12일 「유엔세계인권대회를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조직적으로 참가하여 6월 17일에 '아시아 국가들의 국보법에 의한 인권침해' 심포지움을 개최하는 등 가장 조직적이고 모범적인 활동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