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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공동성명]정부는 사형집행 재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

정부는 사형집행 재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

최근 법무부장관이 청송교도소를 방문하여 보호감호제도의 부활과 사형장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하고 사형집행 재개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이며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사형집행 재개를 반대하는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힌 김형오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올바른 모습을 보여 준 것으로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하다.

참혹한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할 일은 그러한 범죄가 야기 된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교정교화를 통한 재범방지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깊이 검토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근본적 처방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사형집행재개를 거론하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대응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사형폐지의 당위성을 이미 수십차례의 토론회와 성명서를 통해 밝힌 바 있지만 다시 한번 사형집행 재개를 추진하는 정부의 그 어떤 시도도 강력히 반대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힌다.

첫째, 사형집행은 사형폐지의 완전한 폐지라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다. 192개 유엔 가입국 중에서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국가는 고작 25개국에 불과하며, 167개국에서는 최근 단 한건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았다. 매년 2~3개국씩 사형을 폐지해 나가고 있으며, 현재 139개국이 법률상 내지 사실상 사형제도를 폐지하였다. 대한민국도 이미 12년이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앰네스티로 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라는 영예로운 분류를 받기도 했다. 한국의 사형폐지 운동은 아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인권국가로 도약해야하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대한민국 정부가 사형집행을 재개하려고 한다면 이는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 될 것이다. 지난 12년간 쌓아온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라는 영예를 스스로 모독하는 일이며 국제사회로부터 야만적 반인권 국가로 낙인찍히게 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는 작년 유럽연합 소속 모든 국가를 포함한 46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와 범죄인도인조약을 추진하며 유럽평의회 회원국에서 인도된 범죄인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기로 서약하여 사형폐지의 국제적 흐름에 동참할 것임을 표시하였다. 만일 이 서약을 무시하고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신의 없는 국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범죄 후 유럽으로 도피한 범인은 사형집행을 면하고, 국내에서 범한 동종의 범죄자에게는 사형을 집행한다면 이것 또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셋째, 이미 UN은 두 차례(1987년과 2002년)에 걸쳐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여 사형제가 살인 억지력을 가진다는 가설을 수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며, 조사 결과 통계수치는 사형제를 폐지하더라도 사회에 급작스럽고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객관적인 억제효과도 증명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사형집행을 한다면 생명을 무엇보다 존중해야할 국가의 책무에 위배되는 일일 것이다.

넷째, 강력범죄 발생 직후 형성된 일시적 사형찬성 여론을 근거로 사형제도를 정당화 하려 하는 정부의 태도에도 찬성할 수 없다. 모든 형사정책은 여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치국가의 원칙에 따라 이성을 가지고 냉정하게 집행되어야한다. ‘눈에는 눈으로’라는 복수심에 따라 형벌을 집행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형의 폐지 여부는 프랑스에서의 예처럼, 입법부가 결단 할 문제이지 국민여론이나 정서를 빙자하며 판단되어서는 아니 된다.

다섯째,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2010. 2. 25)은 결코 사형집행을 용인하거나 사형제도 존치의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4명이 사형제도가 위헌이라 결정하였고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들 중에서도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회가 사형제도의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을 정부와 국회는 분명히 기억해야한다.

여섯째, 사형제도는 오판가능성이란 인간사법제도의 한계를 무시한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한강인도교폭파사건의 책임을 지고 처형당한 최창식 공병감이 사후에 무죄로 판명되었고, 인혁당 사건으로 처형당한 여덟 명과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오늘날은 이와 같은 정치적 사형집행은 없어졌다고 강변할지 모르나, 아무리 건전한 사법제도하에서도 오판가능성은 필연적인 것이다. 과거의 잘못된 기소와 판결에 대해 반성하면서 이를 사형폐지를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법무부가 오히려 사형집행 재개를 암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일곱째, 사형집행은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그들이 슬픔을 딛고 다시 일상을 돌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물질적, 제도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한날 한시에 노모와 부인, 외아들을 잃고도 그 범인이 사형집행 되어도 내가 행복해 질 수 없을 것이라며, 그 또한 한 아이의 아버지라며, 절대 사형 시키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사형폐지 운동에 앞장 선 고정원씨의 호소를 잊어선 안 된다.

사형집행을 재개하거나 보호감호제를 부활시키는 것은 강력범죄를 예방하는 대책이 절대 될 수 없다. 범죄예방과 국민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처벌만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반복해서 내 놓은 것이 벌써 수년째다.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 이후 상당기간 범인이 잡히지 않아 국민들은 극심한 치안 불안감에 시달렸다. 1997년 97.4%였던 강력범죄 검거율은 2008년엔 89.2%까지 떨어졌다. 국민의 불안함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와 검거를 하지 못한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형집행을 거론하여 정부로 쏟아지는 비난을 피해보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정부와 국회는 범죄예방과 국민보호를 위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기 바란다.

사형집행은 절대 안 된다. 사형집행은 단순히 사형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형집행을 막자는 것은 대한민국의 인권을 지키자는 것이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자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국가가 법의 이름을 빌어 직접 국민을 죽이는 일을 이 땅에서 용납할 수 없다.

2010. 3. 24.
사형집행 재개에 반대하는 종교시민인권학술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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