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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사형 이후, 평화는 오지 않았다

사형제 폐지 운동이 바라본 사담 후세인의 사형 집행

과연 죽을 만큼의 죄를 진 사람이 있을까? 몇 명의 사람을 죽여야만, 또 어떤 방법으로 죽여야만 사형에 처해질 만큼의 죄를 짓게 되는 것일까? 인권침해의 가해자로서 이름을 떨친 사담 후세인의 처형은 ‘사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사담 후세인의 사형 집행 소식을 듣고 만세를 외치던 사람들은 과연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이 소식을 듣고 더욱 분노하여 거리로 나선 사람들은 또 어떠한가? 사담 후세인의 처형으로 이라크 국민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형은 어느 것도 해결해 줄 수 없다. 분노에 찬 사람들에게 생명에 대한, 인간에 대한 존엄이라는 것은 없다. 분노로 가득 찬 사회가 우리가 원하는 사회인가? 이번 사형 집행은 평화로 가는 길은 인권이 존중될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사건이었다.

사담 후세인은 한 마을 주민 148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후 지난해 12월 30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 사담 후세인은 한 마을 주민 148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후 지난해 12월 30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사담 후세인은 지난 1982년 자신에 대한 암살을 기도했다는 이유로 알 두자일(al-Dujail) 마을 주민 148명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하여 기소되어 지난해 12월 5일 사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시작된 시점은 사담 후세인이 미군에 의해 체포된 후 거의 2년이 경과한 2005년 10월이었으며 지난 7월에 종료되었다. 그 후 2006년 12월 26일 이라크의 최고법원은 그의 사형을 확정하였고 4일 후인 지난 12월 30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번 사형 집행은 인권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사형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 뿐 아니라 또 다른 아쉬움을 남겼다. “사형제도는 어떠한 경우에든 인권의 가장 기본적인 생명권에 대한 위반이며 극단적으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형벌이므로 반대하지만 이러한 극한의 형벌이 불공정한 재판에 의해 집행되는 경우에는 특히 더 혐오스럽다”(국제앰네스티 말콤 스마트(Malcolm Smart)) 사담 후세인은 법원을 거쳐 재판을 받기는 했으나 이미 사형 집행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사담 후세인이 과거 자신의 통치기간 중 저지른 범죄로 체포된 것을 환영하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재판은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그의 정권에 의해 자행되었던 수차례의 인권침해에 대한 정의를 확립하고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라크 최고항소법원에서 행해진 사담 후세인의 재판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공정한 기준에 의한 재판이 아니었다. 정치적인 간섭에 의해 법원의 독립성과 공명성이 훼손되었고 최초의 주임판사가 후임자를 선출하지도 못한 채 사임하였다. 또한 증인과 피고 측 변호사 중 세 명이 적절한 법적 보호 장치의 미비로 인해 재판 도중 살해당했다. 사담 후세인이 체포된 후 최초 1년 동안 그는 법적 자문을 받을 수 없었으며 재판과정에서 그의 변호사가 재판절차에 대해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해서 법원은 적절한 답변을 하지도 않았다. 항소 절차가 명백히 서둘러서 진행됨에 따라 1심 재판에서 제기된 오류들이 바로 잡히지도 않았다. 모든 피고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 분명한 원칙은 사담 후세인의 정권에서 오랫동안 무시되어왔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야 이라크에 공정한 재판문화를 자리잡게 할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기회는 사라졌다.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국제앰네스티 포스터

▲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국제앰네스티 포스터

국제기준을 무시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이러한 재판은 사형이라는 결론을 가져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한 무자비한 정치적 살인이 만연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미국은 전쟁을 시작하며 사담 후세인을 이라크 평화의 적이며 없어져야 될 인물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사담 후세인의 죽음은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라크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이며 ‘인권’의 보장이다.

지난 2006년 한 해는 아마도 국내 역사상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이 가장 심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이는 곧 사형제도 반대에 대한 목소리가 그만큼 커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론에 상관없이 옳은 일을 해야 한다며 사형제도를 폐지시킨 프랑스 정부만큼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반대여론이 높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내심 국회의원들에 대한 기대를 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국가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며칠 전 사담 후세인 사형 집행에 대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애매한 발언은 그가 한국 정부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관료였다는 것을 나타내주듯 사형제도와 인권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형제도의 앞길은 선명하다. 인류가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사형제도는 없어질 것이다. 노예제도가 더 이상 이 세상에 발 디딜 수 없듯이 사형제도도 그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한국 정부가 언제 그 대열에 합류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언젠가는 반드시 폐지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기가 조금이라도 앞당겨지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사람’이 존중받고 ‘생명’이 국가에 의해 유린당하지 않는 사회는 꼭 올 것이다.
덧붙임

김희진 님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