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군 인권이 군대 내 인권으로만 갇히지 않기를

백승덕 님을 만났습니다

군대에서 터져나오는 인권침해 소식들을 들으며 백승덕 님이 떠올랐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한 이후로 꾸준히 '군대'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에게 최근의 소식들은 어떤 고민을 안겨주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을 했던 인연도 있는데 오랜만에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사랑방 후원인들에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백승덕입니다. 곰곰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 때 양성을 써보려고 했는데 그 즈음에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어요. 두 분이 각자 삶을 살기로 결정하셨으니 양성쓰기 대신에 활동명을 하나 만들었던 게 곰곰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엔 입대를 거부해서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용산참사와 쌍용차 파업 강제진압이 있었던 2009년 겨울이었습니다. 재개발이나 정리해고 같은 문제에 국가폭력이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건들을 보면서 국가의 법과 폭력 간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부는 법치주의라는 이름으로 땅과 공장을 가진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선 백주대낮에 몽둥이도 함부로 빼드는데,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재개발이나 정리해고를 밀어붙일 수 있는 토대는 결국 군대와 경찰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국가의 법을 비판하기 위해선 그 근간인 국가폭력을 문제 삼아야 할 텐데 그때 마침 제게 징집영장이 날아왔습니다.

출소한 뒤엔 징병문제를 연구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역거부를 하면서 지인들이나 동료 수감자들과 나누었던 대화 속에서 질문들이 생겨났기 때문이었습니다. 흔히 한국사회는 예외적일 만큼 군사주의가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정작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반응들은 애국적이거나 그다지 비장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감옥에서 만났던 몇몇 수감자들 역시 본인은 병역거부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남들도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닌데 왜 굳이 거부를 해서 고생이냐'는 식으로 말할 따름이었습니다. 이렇게 뜨뜻미지근한 반응들이 군사주의를 지탱하고 있다면 이런 감각을 무엇이라고 이해하면 좋을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징병문제를 역사적으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병역이 어쩌다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여지게 되었는지 따져보면 여러 사람들이 일상에서 병역에 대해 느끼는 감각도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감각들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때 징병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 국가가 독점한 폭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잠재력도 더욱 커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일부러라도 스스로를 징병제연구자라고 소개하고 있고 용역조사 같은 것도 하고 있지만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갈 현실적인 토대가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 관심 분야에서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인들과 나누고 싶은 영화나 책,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요시다 유타카가 쓴 <일본의 군대>와 메리 캘도어가 쓴 <새로운 전쟁과 낡은 전쟁>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일본의 군대>는 19세기 말 일본에서 징병제를 시행하면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자세히 보여줍니다. 특히 징집을 당한 병사 개개인이 훈련을 통해서 근대적인 몸으로 변화하게 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식습관이나 신체적인 규율뿐만 아니라 입신출세주의 등 내면적인 지향의 변화처럼 징병제가 가져온 삶의 변동이 상당했음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신분을 가리지 않는 징집으로 인한 평등성의 이면에는 군대에서 규율을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에 끼친 해악이 있다는 사실도 타당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군대>가 근대 초기 징병제 시행이 한 국가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 보여준다면 <새로운 전쟁과 낡은 전쟁>은 현대의 새로운 전쟁양상이 세계의 사회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의 전쟁이 영토나 이념적 목적을 띄고 있었던 반면에 새로운 전쟁의 목표는 공포와 증오를 세계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퍼뜨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징병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보병이 중심이 되어서 전선을 맞대고 대치하는 전쟁에서 유동적이고 일시적인 폭력이 만연한 형태의 전쟁으로 변해왔기 때문입니다. 평시와 전시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일상이 전쟁이 되어가는 시대인데 한국에서는 병역이 관성적으로 요구되고만 있는 현실이라 안타깝습니다.

 

◇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자원활동을 했던 인연도 있는데요, 사랑방을 어떻게 알게 됐나요? 후원을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권운동사랑방이 해온 활동에 대해선 예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특히 시위 현장에서 인권침해감시단 조끼를 입고 이곳저곳을 분주히 다니던 활동가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랑방에서 자원활동도 잠깐 했는데요. 출소를 하고서 선배가 초대해줘서 인권연구소 창에서 진행하는 공공성 세미나에 참가를 하면서 자원활동도 하게 됐습니다. 사랑방에서 활동을 해보면 인권운동에 대해서 잘 배울 수 있을 거라던 선배의 조언도 있었고, 사랑방 활동가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책의 개념을 철거민이나 파업노동자들의 상황과 대조해가며 토론을 하니 살아있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출소한 직후라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거나 사람들을 만나서 사귀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직업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원활동을 해보려 하니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부유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군대에 다녀온 전역자들 보다 사회에 적응을 더 잘하려는 욕심을 내서 그랬는지, 자원활동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한 뒤로 반 년 쯤 지나고서 우울증을 뒤늦게 겪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자원활동을 하면서 상도4동 재개발 구역에 방문하고 중림동 재개발과 관련해서 주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들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사랑방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방 활동가들이 사무실 이사를 하지 않고 안정적인 재정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턱없이 적은 후원금이지만 후원으로라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 국회 개헌 논의 중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할 권리를 명시하자는 제안과 이르다는 반박도 있다고 하네요. 행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나 헌법재판소나 국회가 모두 뒷짐만 지고 있는데 어떻게 변화를 일굴 수 있을까요?

 

대체복무제를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인권적 배려라고 본다면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제자리에 맴돌 것 같습니다. 저 또한 태어날 때부터 병역거부자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국방부가 스스로 백지화해버린 대체복무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국가폭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체복무제를 요구하면서 병역을 거부했습니다. 입대를 하는 사람들에게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든 대체복무제는 필요합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군대 내 인권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군대에서 폭행과 추행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즘 들어 군대 내 폭력이 갑자기 증가한 것 같기도 하고, 그간 은폐되었던 일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군대 내 인권을 요구하는 민간단체들의 폭로와 성명이 병영참사에 주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군인권센터나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와 같은 단체들이 열심히 활동을 해왔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지만 그것도 꾸준히 하면 바위의 색이라도 바뀐다고 하던데, 웬만한 정보는 대부분 군사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민간뿐만 아니라 국회의 접근도 막으면서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군대를 상대로 인권활동을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여러 단체들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그러니 은폐될 뻔했던 사건들이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민간단체는 군대를 상대하기엔 너무 약합니다. 단체 활동가들의 헌신에만 기대기에는 군대라는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폭력이 너무 큽니다. 민간단체에 의해서 드러난 잔혹한 병영폭력을 보면 이러한 단체들의 여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은폐된 죽음과 고통들이 많을 것임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대체복무제는 그래서 매우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대체복무제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인권적 배려라기보다는 국가가 징병제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보수적인 장치에 가깝습니다. 한 달 가량의 훈련을 피해보고자, 병영 막사에서 머무는 것을 피하고자, 짧게는 반 년에서 길게는 일 년 가량을 더 오래 복무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을 리는 없습니다. 만일 그렇게나 가기 싫다면 병영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군대를 운영하는 이들은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자신들의 경쟁조직인 대체복무를 의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대체복무제는 병영에 복무하고 있는 병사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입니다.

 

◇ 병역을 거부하고 수감생활을 하게 된 후로도 한국의 징병제나 군사주의 문제를 꾸준히 탐색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최근 군대 내 인권 문제가 종종 불거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들을 보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며칠 전 흥미로운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남성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 글인데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려있어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제목이 ‘군대 가기 싫어서 프랑스로 망명한 사람이 한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병역을 거부하고 프랑스로 망명한 이예다씨의 인터뷰 기사를 소개하는 글이었습니다. 그 기사에서 이예다씨는 한국의 군대가 감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다음 부분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넷 남초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오면 보통은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반응으로 도배되는데, 글을 올린 사람이나 댓글을 다는 사람들 모두 엄청난 공감을 표하고 있었습니다. 망명한 이유가 납득이 된다면서 말입니다.

최근 병영사고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군 인권’이라는 인식도 사회적으로도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군대는 특수사회라고 해서 인권과 어울리지 않는 조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군인은 제복을 입은 시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 된 것이니 어느 정도는 긍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군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직면하고 있는 큰 문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군 인권을 보장하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징병제 대신에 모병제를 운영하면 군인권이 보장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제 웬만큼 상식이 되었습니다. 진보진영의 모병제론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던 김종대 의원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모병제’는 2025년까지 병력수를 40만 명으로 줄이고 6개월 의무복무를 유지하되 병력의 대다수는 직업군인으로 채우는 식의 구상입니다. 참여정부에서 내놓았던 국방개혁안의 연장선인데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 정치권에서 모병제를 주장하는 논리는 간단합니다. 인구수가 갈수록 주는데 현재 병력수를 고수한다면 현역복무에 부적합한 병사들이 군대에 더 많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총기사고나 자살 등 끔찍한 병영사고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고요. 그러니 병력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서 ‘가고 싶은 사람들만 가는 군대’를 만들자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모병제를 운영하는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이들의 주장을 마냥 좇을 수는 없습니다. 미군의 경우 현역 군인들 중 10만 명 당 17~1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미국인 평균 자살률이 10만 명 당 13명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게다가 미군주둔지에서 미군에 의해 민간인 성폭행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최근 성폭행 및 살해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주민들이 기지철수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가고 싶은 사람들만 가는 군대’가 과연 답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동부전선 GOP총기사고 사건,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등 심각한 병영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정신이상자’를 관리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이 또한 비현실적인 주문입니다. 작년 병무청 국정감사에서도 현역복무부적합자에 대한 심리 및 인성검사를 강화하라는 주문이 이어졌는데요. 현역복무부적합 판정을 받고 귀가한 병사들 중 35퍼센트가 정신과 질환 진단을 받았다는 통계가 그 근거였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신이상자’들을 보다 과학적으로 걸러 낼 방법을 모색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일선 부대에서 폭력 피해자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고 현역복무부적합 판정으로 전역까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정치권에서 필터링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말에 더욱 큰 상처를 입습니다. 작년에 군 인권 관련 실태조사를 하면서 만났던 군복무 피해자 가족들이 가장 원통해하는 점도 이런 것이었습니다. 피해를 입고서 나왔더니 ‘현역복무부적합자 필터링 강화’라는 말에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는 말이었습니다. 병영사고가 마치 피해자들의 정신 탓처럼 보이게 하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지요.

군 인권과 관련한 논의가 직면하고 있는 두 번째 문제는 군인권의 대상에 대한 것입니다. 지금의 군 인권 논의는 마치 ‘군 인권=군대 내 인권’처럼 그 대상을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입대를 해서 고생하는 장병들도 시민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권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군에 의해서 인권침해를 겪는 것이 장병들만은 아닙니다. 군 기지건설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제주 강정이나 경북 성주의 주민들 역시 군 문제의 당사자들입니다.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운영했던 한국군 ‘위안부’ 피해자들 역시 군대에 의해서 인권침해를 당한 당사자들입니다. 국방부에서 군전역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면서 군가산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할 때 그 대척점에 서게 돼버리는 여성 구직자들도 군대에 의해 인권침해를 받습니다.

요컨대 군 인권이라는 말이 상식이 되면서 장병들을 시민으로서 인정하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군 인권이 군대 내 인권으로만 갇히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군대 문제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군 인권의 당사자로서 이야기하고 발언권을 얻을 때 군대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가능해집니다. 군 인권에 대한 논의의 성격과 범위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펼치는 활동들 중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사랑방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서 열심히 찾아보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정상화라거나 국가폭력 감시와 같은 활동들에 대해서 기사로 접하고 반가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따름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문제 같은 경우는 사랑방 명숙 활동가의 칼럼을 통해서 접했으며 예전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태 이후에도 문제가 크게 시정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방이 국가폭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개선시키고자 오랫동안 노력해온 단체이기 때문에 응원하고 싶습니다. 비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연대를 조직해나가는 단체라는 점에서 또한 크게 신뢰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미안함 대신 반가운 마음으로 얼굴을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촛불 이후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과 여전한 현실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요즘, 인권운동사랑방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문재인 정부에서 발족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둘러싼 논란들을 보면서 이 시대엔 공론화 자체가 공론화 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대의 다른 사회문제들과 비슷하게 탈원전이라는 목표 역시 안전, 노동, 지역 문제 등 복잡한 논점들과 부딪히고 있습니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지만 공론화위원회 자체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갈등은 여러 방식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그것들을 조율할 중간집단은 점차 얕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정파 갈등을 비롯해서 잇따르는 성폭력 가해지목, 세대 갈등 등 논란은 계속되지만 그것들을 중재할 만한 권위 있는 중간집단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갈등은 단체 탈퇴나 법정소송 등으로 이어지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촛불 집회에서 터져 나온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단순히 정권교체로 이루기가 어려운 가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건 소집단 차원에서건 민주적인 방식으로 공공성을 키워가기를 바라는 목소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새로운 사회를 발명해야 할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수자들의 곁을 지키면서 새로운 연대를 고민해온 사랑방이 중간집단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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