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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반공반북의 시대 3] 종북 마녀사냥의 통치성

통치성을 걷어내는 대항운동들, ‘안녕들 하십니까?’

‘종북’을 검색하면 한국사회의 뜨거운 이슈를 알 수 있어

정부정책 중 뜨거운 이슈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종북’을 검색하면 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종북’을 검색하니 처음으로 나오는 기사가 바로 ‘철도노조 내 종북세력 5명 입건’이라는 제목이다. 지금 뜨거운 쟁점은 철도노조 파업인 게 분명하다.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을 9일째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레일이 파업 가담 조합원 8,565명을 직위해제하고, 190명을 형사고소(12월 16일 기준)했지만 파업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낸 국면전환용 카드가 ‘종북’이다.

2011년부터 경찰이 내사했다는 철도노조 내 현장활동가조직 ‘철도한길자주노동자회’에 대한 검찰 송치지시가 12월 13일 내려지고, 12월 17일 경찰이 검찰에 송치했다는 점, 파업을 통해 “철도 물류수송을 마비시켰다”고 한 경찰발표가 있음에도 불구속입건이라는 점은 이번 기소가 여론용임을 말해 준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소가 가능한 것은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등)의 막강한 힘 때문이다. 국제인권기구가 1992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한국정부에게 국가보안법 폐지 및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지 국가보안법 7조의 규정으로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하는 행위나 그런 목적의 단체(이적단체)를 구성하거나 표현물(이적표현물)을 배포나 취득한 경우’에도 처벌하고 있다. 더구나 경찰과 검찰은 애매모호한 7조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이적표현물을 무수히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 경찰과 검찰은 철도노조 간부들이 갖고 있었던 「2013 자주통일운동 대토론회」자료를 이적표현물로 간주하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면 모두 적(그들의 논리라면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논리라면 우리는 정부정책에 입도 뻥끗하면 안 된다. 희망버스를 타도, 밀양송전탑 건설을 반대해도, 강정해군기지를 반대해도 다 종북으로 취급받았다. 이러한 실태를 풍자한 ‘종북 셀프테스트’(http://slownews.kr/16130#q2) 에도 잘 나와 있다.

종북 혐오정치가 규율하려는 통치성

그런데 이러한 ‘종북몰이-종북매카시즘'은 혐오의 정치라는 특징을 띠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독점한 채 북한은 그저 금기대상일 뿐인 현실은 북한 혐오를 증폭시킨다. 그 결과 북한에 대한 자유로운 사고와 발언은 사라진다. 반공이데올로기가 가득한 한국사회에서 경제적 상황이 나쁜 북한을 혐오대상으로 삼는 것은 손쉽다.

문제는 이러한 혐오정치가 북한만을 배제하고 혐오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 종북은 하나의 규율이 되고 사회구성원의 행위, 몸짓, 표현, 생각을 통제하는 수법이 되었다. 그에 따라 종북을 기준으로 ‘정상’이 결정된다. 위에서 언급한 종북 셀프테스트의 목록을 보면, ‘성소수자인권’, ‘학생인권조례’, ‘이주민인권’이 적혀 있듯이, 종북몰이에는 반정부적 입장이나 행동만이 아니라 일정한 ‘규범화’가 내재되어 있다. ‘종북게이’라는 말에서 보이듯이 성소수자나 청소년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시민권을 박탈하려는 경향이 읽힌다. 이러한 종북과 혐오정치의 만남은 새롭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그러한 규범화는 타인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작동한다. 푸코가 1978년 콜레주드프랑스 강의에서 통찰했듯이 통치성은 특정한 권력체제를 구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들의 품행을 인도하는 방식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4대악 척결(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이나 경범죄처벌의 증가에서 이러한 통치성을 엿볼 수 있다. 2013년 국정감사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경범죄처벌로 인한 범칙금 부과액은 올해 11월까지 21억 6,240만원(5만 2,095건)으로 전년 10억 1,156만원(2만 5,971건)보다 113% 급증하였고, 11월까지 경범죄 위반 즉결심판 청구 건수 역시 전년 2만 8,614건에서 올해 3만 2,449건으로 증가했다. 우리는 이를 단순히 세수떼우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경찰이 집행하는 규율이 어디에 집중되고 있는지, 어떻게 사회구성원들의 품행을 인도하려고 하는지도 함께 보아야 할 것이다.

아래의 내용은 어떻게 소수자혐오와 종북매카시즘이 만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종북이 한국사회와 민족의 정체성을 흔들려고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옹호한다는 논리이다. 이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을 부정하는 데도 비슷하게 사용된다. 따라서 우리가 통찰해야 할 것은 종북몰이가 규율하려는 통치성,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제한하며 통치하는가이다.

외국인 노동자지원 노동단체, 여성단체 핵심멤버들은 의식화된 종북(친북)주의자들입니다.
이들은 사실 인권에 관심이 없습니다. 자신들의 투쟁과업에 도움이 될 때만 인권을 이용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법과 범죄 그리고 북한정권의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그렇게 철저하게 무시로 일관하던 자들이 주한 미군 범죄에는 철저히 대응합니다. 물론 주한 미군 범죄에 대응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략)
외국인 노동자들과 연계해 한국사회를 흔들고 정체성을 없애버리려는 겁니다. 공산주의자들이 혁명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서 가족이라는 개념과 민족의 정체성을 없애는 것입니다. 의식화된 종북주의자들이 핵심멤버로 있는 여성단체에서 그토록 호주제 폐지를 외쳤던 것이 그런 연유입니다.
-‘한국인=가해자, 외국인노동자=피해자 이상한 인권의식’, 2011.10.23. 국제교류협력기구 에스더기도운동 기도의 집 자유게시판 게시글


종북 마녀사냥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 지원에 주목해야

2세기가 넘는 기간인 중세말과 자본주의 초기에 이루어진 마녀사냥으로 여러 유럽국가에서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재판을 받고 고문을 당하며 산채로 화형당하거나 교수형에 처해졌다. 실비아 페데레치의『캘리번과 마녀』에 따르면 특히 16세기와 17세기에 이루어진 마녀사냥은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여성노동력을 배제하고 섹슈얼리티를 규율하여 남성노동을 훈육하고 남성과 여성의 대립을 강화하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성이 강조되고 동성애는 금기되었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질서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마녀사냥이 즉흥적인 과정이 아니라 엄청난 공적 조직과 관리를 통해 ‘광기’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크리스티나 라너가 제시한 스코틀랜드 사례를 보면, 당시 행정당국은 마녀확산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면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녀식별법을 가르치며 세뇌작업을 했다. 또한 청교도 잉글랜드에서는 1542년, 1563년, 1604년에 통과된 세 개의 의회법안을 통해 마녀박해를 성문화했고, 특히 마지막 법안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위해가 없더라도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렇듯 마녀사냥은 정치적 기획이었다.

최근 종북몰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법원에서 반국가단체 또는 범죄 단체로 판명된 단체들에 대해 안전행정부 장관이 해산을 명령하고 해산에 응하지 않는 경우 강제해산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실상 국가보안법보다 넓게 시민단체들을 종북단체로 몰아 활동을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종북선동을 하는 보수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진선미 의원실이 낸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2011년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유형을 변경해 ‘국가안보’를 포함시키면서 보수단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증가하였다. 특히 2011~2013년도 비영리단체 공익사업 신청서를 분석해보면, 이들 단체들은 대부분 종북세력 척결을 모토로 내걸었다.

나아가 ‘애국단체총협의회는’ 2012년의 경우 예산지원 신청액이 57억 원이었으나, 이보다 많은 65억 원을 지원하였다. 대부분 비영리단체가 보조금 지원신청액보다 대폭 삭감되어 지원되는 것과는 상반된다. 안보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지원을 받고 있는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제출한 최근 1년간 공익활동 실적에는 2013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해군기지건설촉구국민대회’를 개최하여 종북세력의 반국가행위를 규탄한 것을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통일진흥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통일안보전문가 논객을 위촉하여 칼럼을 주 1회 기고토록하고 원고료 10~15만원을 지급하고, 이를 SNS를 통해 왜곡된 의식화 글에 대응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렇듯 안보교육이라는 방식으로 종북척결 여론형성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사실은 ‘종북 마녀사냥’이 정부주도의 정치적 기획임을 뜻한다.


종북 통치성을 걷어내는 대항운동들, ‘안녕들 하십니까?’

이러한 통치성을 우리는 어떻게 걷어낼 것인가? 푸코에 의하면 통치성은 “권력관계가 갖는 유동성, 변형, 역전의 가능성 내에서 권력관계의 전략적 장”이다.(『주체의 해석학:꼴레주드 프랑스 강의1981~1982』) 통치성의 위기는 저항의 새로운 양상, 대항품행의 형성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 선언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대자보선언에는 그동안 우리의 의식과 행동을 눌렀던 것들에 대해 양심선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항품행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동안 ‘학생이라는 이유로, 취업준비라는 등등의 이유로’ 사고와 행동을 제한했던 과거를 고백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대학생들만이 아니라 고등학생을 비롯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얼마 전 예술인들이 ‘종북몰이에는 종북놀이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종과 북을 치며 ‘종북예술제 DaJaBaGaRa(다자바가라)’를 열고 있다. 그동안 종북몰이에 위축되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풍자로 ‘종북 규범’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징후들은 ‘종북 마녀사냥의 통치성’이 곧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닐까.
덧붙임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