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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대한 ‘인권통제’ 시급하다

‘직무질문-신원확인-동행요구’로 이어지는 불심검문 강화 법안 국회 계류 중

8월 1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인권보장을 위한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의 개선방향’ 토론회가 박영선(민주당), 이정희(민주노동당), 조승수(진보신당) 국회의원실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 대안으로 지난 4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경직법 개정안이 도마 위에 올라 대해 집중 검토되었다.

8월 1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인권보장을 위한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의 개선방향’ 토론회 모습.

▲ 8월 1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인권보장을 위한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의 개선방향’ 토론회 모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안인 경직법 개정안(아래 개정안)의 독소조항은 크게 △불심검문 강화 △소지품 검사 및 차량검색의 강화 △유지장 수용자 처우의 문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개정안에 대해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문병효 교수는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등 위헌 소지가 있는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여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을 위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경찰의 이해만을 반영하여 국민 기본권 보호의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국민의 기본권 존중을 무시한 채 경찰의 권한강화만을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직무질문-신원확인-동행요구’로 이어지는 시민에 대한 통제

개정안에서 불심검문 행위는 ‘직무질문-신원확인-동행요구’로 3단계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현재 불심검문이 ‘질문과 동행 요구’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에 개정안에는 불심검문 대상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까지 경찰에게 주고 있다.

개정안을 살펴보자. 경직법 개정안(아래 개정안)은 ‘불심검문’을 ‘직무질문’으로 바꾸고(3조1항) 현행 경직법에 있는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조항(현행 경직법 3조7항)을 삭제했다. 특히 개정안은 불명확한 표현이 많아 경찰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남용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개정안 3조는 “수상한 행동이나 그 밖의 주위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라고 하여 질문하는 경찰관이 임의로 판단할 수 있게 했다.

문 교수는 “ ‘수상한 행동’이라는 불명확한 문구는 삭제되어야 하고, 질문의 내용도 이름과 성, 국적, 주소만으로 한정하며, 그 이상의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위험을 방지할 목적으로만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문 교수는 제3조 1항 1호 “어떠한 죄를 지었거나 지으려고 하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서 ‘어떠한 죄’라는 표현도 매우 포괄적이고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신원확인 제도 신설

이번 개정안에서 경찰의 권한강화 의도를 확실히 엿볼 수 있는 것은 ‘신원확인 제도의 신설’이다. 개정안은 신원확인제도를 신설(3조2)하고 직무질문의 요건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직무질문의 요건인 “수상한 행동”, “어떠한 죄를 지었거나 지으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 등의 표현은 매우 부정확하고 포괄적이다. 이러한 요건이 그대로 신원확인의 요건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상한 행동이라든지 어떠한 죄를 지었거나 지으려한다는 것을 판단하는 주체인 경찰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신원확인을 통해 국민들을 통제를 할 수 있다. 경찰의 통제는 시민의 권리 제한으로 이어질 것은 뻔하다. 문 교수는 “이동의 자유 제한뿐만 아니라 무시할 수 없는 시간소실을 동반한다. 그가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고 그의 진술이 신뢰받지 않을 경우 경찰은 그를 경찰서에 동행할 가능성도 있고 지문을 감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고는 규정되어 있을 뿐 그에 대한 거부권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문 교수는 “만약 신분증 제시가 강제되는 경우에는 강제수사단계에서 인정되는 진술거부권이 범죄수사와 구별되는 임의적 수단인 직무질문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의절차가 강제절차로 변질되기 때문에 신분증 제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문 확인은 자기정보결정권 침해

또한 개정안 3조의 2에서는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연고자나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지문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방법 등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문 교수는 “신원확인을 목적으로 지문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것은 임의절차로서의 신원확인 범위를 넘는 것으로 임의절차에 적합한 수단이 아니다. 지문확인은 과잉금지에 반하고 자기정보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성격을 가지므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의적인 임의동행

직무질문은 신분증 제시 등 신원확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신분증이 없을 경우 임의동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만으로도 위축되거나 위협적일 수 있다. 문 교수는 “임의동행은 임의수단일뿐 원칙적으로 임의동행 자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임의동행을 요구받은 상대방은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있으며 경찰관은 동행요구를 할 때 거절할 수 있음을 상대방에게 알려야 하고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개정안은 3조의 3 제1항 2호에서 질문이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교통의 방해가 되는 경우 임의동행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 3조 3의 4항에서 변호인 참여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예외사유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게 되면 자칫 변호인의 참여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예외사유를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도록 제안했다.

소지품 검사 확대 및 차량 검문검색 근거 마련

개정안 3조2항은 물건이 소지 여부 관련해 흉기, 무기에 한정하지 않고 ‘그밖에 위험한 물건’을 포함시키고 있어서 소지품 검사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또한 3조3항을 통해 현행 경직법에는 없는 차량 등에 대한 직무질문 및 차량 적재물 검사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외피검사만 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stop and frisk’ 원칙의 범위를 훨씬 벗어난 검사를 허용하여 영장 없는 사실상 압수수색을 광범위하게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경찰의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자동차 검문의 대상이 확대될 우려가 있고 영장 없는 무제한 자동차 검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강제절차로 마련되지 않으려면 거부권이 명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 9조 유치장 내 처우문제와 관련해 문 교수는 “경직법이 유치장에 관한 규정을 둘뿐만이 아니라 유치인에 대한 신체검사, 소지품 검사, 위험한 물건 제출 요구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경찰법 체계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문 교수는 개정안보다는 현행법의 내용대로 유치장을 둔다는 내용만 두고 신체검사 등의 내용을 포함한 신설내용을 폐기하든지 독일 경찰법과 같이 수형자 또는 미결수용자와 구별되는 처우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개정안은 경찰장비의 종류를 10조 2에 규정하고 장비의 사용기준에 대해서는 대통령령(경찰장비사용기준 등에 관한 기준)에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경찰장비의 사용은 국민의 신체를 침해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법률에 종류별로 사용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개정안 10조 5항은 최루제 및 그 발사 장치를 새로 도입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공청회를 개최하고 국회 안전성 검사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대상을 최루제 이외의 장비까지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불심검문 강화 방향에 대해 이성용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테러나 다중 범죄로부터 법익보호라는 행정경찰적 목적을 보완하는 것은 사법경찰과 행정경찰 작용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폭탄테러나 지하철 방화 등 중대한 법익침해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경찰작용으로서 소지품 검사는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교수는 “개정안에 ‘위험한 물건’이나 ‘공공의 안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 등을 조사 대상에 추가해 그 대상이 불명확하고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은 입법 기술적 측면에서 불확정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그 판단에 있어서 경찰의 재량이 인정되지 않고 완전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토톤회에서 문 교수는 “현행법에 있는 기존의 수단들로도 경찰 업무를 수행하고 위험을 방지하는 데 부족하지 않는데도 경직법 개정안에 △신원확인 △유치장에서의 신체검사 △위험물 제출 요구 등을 신설하고 경찰의 권한 강화를 시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따라서 개정안을 즉시 철회되어야 하고 굳이 개정하려면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방향으로 새로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안전을 위해서 자유를 포기하는 경우 안전마저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며 안전은 자유를 위해 필요하며 둘은 선택사항이 아니고 양자는 동등하게 병행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경직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경찰은 불심검문에 대해 거부권을 넣겠다는 등 보완조치를 발표했으나, 전반적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