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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의 인권이야기] 법치? 유치! 미치!

진정한 떼법의 시대가 온다!



요즘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대한민국 헌법’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아! 대한민국의 최상위법률인 헌법은, 당시의 불의에 맞섰던 불법집회와 불법시위의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았었구나!

법망의 빈 곳은 인권으로 메워져야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다시 한 번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당선인 시절부터 ‘떼법’을 청산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법치’를 말해왔던 이명박 대통령이다. 법치사회란, 더 이상 왕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회, 개인이 아닌 법에 따라서 정치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뜻한다. 그런데 법이 보장한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김황식 대법관을 감사원장에 임명하고, KBS 정연주 사장을 온갖 구실로 해임하고, 미국과의 쇠고기협상에서도 수많은 절차를 무시했던 정부가 법치를 말하다니. 정부에 대한 비판 자체를 금지하는 공안탄압을 ‘법치’라고 표현하는 그 유치한 말장난에 정말 미칠 지경이다.

법이란 아무리 잘 만들어지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빈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빈 곳이 어떻게 해석되고 집행되는지가 그 사회의 인권수준, 민주주의의 수준이다. 예를 들면, “체포한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이내에 제201조의 규정에 의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피의자를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조항은 ‘48시간까지는 붙들어둘 수 있다’가 아니라 ‘48시간 이내에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석방하여야 한다’로 해석되어야 한다. 업무방해의 범위, 명예훼손의 범위, 집회참가의 범위 등도 해석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법망의 빈 곳이다. 이런 빈 곳의 해석은 통제와 감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실현을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갓 쓴 도적떼의 공식적 떼법 시대가 왔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법의 빈 곳에서 인권을 찾으려는 시도마저 꿈같은 얘기가 될지 모르겠다. 지난 9월 1일 18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굴 거면 왜 정권 교체했는지 모르겠다던 거대여당 한나라당의 ‘합법적인’ 독주가 시작된다. 한나라당은 인권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법률은 개악해서 최대한 인권적 여지가 없도록 하고, 자기들의 독재와 공안탄압에 필요한 법률은 새로 만들 것이다.
마스크만 쓰고 다녀도 처벌할 수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안이 준비되고 있다. 개인정보를 권력 맘대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도 준비 중이다. 공기업 민영화를 위해 필요한 법률안이 9월 중에 국회에 제출된다고 한다. 부동산 재개발과 재건축을 무제한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법률과 잠시 주춤했던 대운하특별법도 다시 국회에 얼굴을 내밀지 모른다. 인민들이여, 긴장하라. 갓 쓴 도적떼가 자기들만의 떼법으로 우리도 모르게 우리들의 코를 베어갈지 모르니.
덧붙임

* 아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