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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는 기본적 인권

[세계의 인권보고서] 프라이버시와 인권 ①

<편집자주> 옥션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유출 사태, 전자여권의 시행 추진 등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인권사안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심각해진다. 다른 국가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정부가 나서서 ‘정책’이라며 추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주민등록제도에 길들여진 한국 사회에서 프라이버시는 편의/불편, 비밀/공개를 다투는 문제 정도로 다루어질 뿐, ‘권리’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접근되지 않고 있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Privacy International)은 매년 ‘프라이버시와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2007년 12월 18일 발표된 ‘프라이버시와 인권 보고서 2006’을 소개한다. 보고서는 인권으로서의 프라이버시를 정의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정보 보호를 위한 노력과 이를 훼손하려는 도전들을 다루고 있다. 30여개에 달하는 하부 항목은 생략하고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괄 부분만 소개한다.

프라이버시의 관점에서 대중 감시 시스템을 우려하는 이유는 ‘지속적인 감시’라는 사실 이상의 것이다. 개인의 활동은 물리적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전자 처리된 사건 기록을 통해 추적된다.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런 결정은 설명책임 없이 오·남용될 기회를 너무 많이 열어놓은 채 비밀리에 이뤄진다. 왜 경찰은 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어떤 한 사람에게 접근하는가? 왜 신분을 드러낸 특정한 사람들이 더한 감시를 받아야 하는가? 국가기관이 개인 처우를 결정할 때 종교나 민족적 출신이 고려되어야 하는가? 누구든 나타나면 머리 위의 카메라에 녹화되는 공공 광장에서 타인을 만나는 것은 무엇으로 귀결되는가?

이런 질문들에 사회가 얼마나 잘 답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런 감시시스템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기 위해 실제로 평가를 수행했는가. 이것은 사회가 투명성과 정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평가하는 척도이다. 또한 이런 시스템의 옹호자와 전문가들이 이런 시스템을 분별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형태의 감시를 둘러싼 논쟁의 질을 재는 척도이다. 프라이버시와 인권에 관한 연례보고서는 이런 토론을 진척시키기 위한 것이다.

물론, 감시 경제의 결정은 그런 기술을 배치하는 국가와 기관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디자인한 회사들에 의해서도 이뤄진다. 데이터 수집범위, 분석 방법, 데이터 보유의 정도, 추가적용의 전망 등은 비디오 감시, DNA 수집, 생체 인식, 인간행위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파는 기업들의 선택을 반영한다.

프라이버시 개요

프라이버시는 기본적인 인권이다. 프라이버시는 인간존엄성의 버팀목이며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여타 중요한 가치들의 토대이다. 프라이버시는 현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권 중 하나가 됐다. 프라이버시는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하여 많은 국제·지역 인권조약에 포함돼있고, 거의 모든 국가가 헌법에 프라이버시권을 담고 있다. 이들 조항은 최소한 가정과 통신비밀에 대한 불가침성을 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쓰인 헌법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에 접근하고 통제할 권리를 포함시키고 있다. 많은 국가들에서 시민·정치적 권리규약과 유럽인권협약 등에 담긴 프라이버시권은 법률로 채택돼왔다.

프라이버시 정의하기

국제 목록화 된 인권 중에서 프라이버시가 아마도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권리일 것이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정의는 맥락과 환경에 따라 아주 다르다. 많은 국가들에서 그 개념은 데이터 보호와 혼동돼왔고, 이는 프라이버시를 개인 정보의 운영이라는 면에서 해석한다.

프라이버시 보호란 흔히 사회가 개인사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느냐에 선을 긋는 방식으로 보인다. 단일한 정의가 없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혹자는 “모든 인권은 프라이버시권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몇 개의 관점

◎ 루이스 브란데이스(Louis Brandeis, 1890년대 미국 대법원 판사를 지냄) : “홀로 있을 권리(right to be left alone)” “프라이버시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소중한 자유이며 헌법에 반영돼야 한다.”

◎ 로버트 엘리스 스미스(Robert Ellis Smith, 프라이버시 저녈의 편집자) : “우리자신에 대한 개인정보를 드러내는 방식·시간을 통제하려는 방해, 침입, 당혹 또는 설명책임, 시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우리들 각자의 열망”

◎ 에드워드 블루스테인(Edward Bloustein) : “인간 인격의 이익(interest)” “프라이버시는 불가침의 인격, 개인의 독립, 존엄성과 보전을 보호한다.”

◎ 루스 가비손(Ruth Gavison) : 프라이버시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비밀, 익명성, 고독이다. 이것은 그 상태에서의 개인의 선택 또는 타인의 행위를 통해서 상실될 수 있는 상태이다.

◎ 영국의 캘커트(Calcutt) 위원회 : “그 어디에서도 프라이버시에 관해 전적으로 만족할 만한 제정법의 정의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프라이버시를 정의하는 것은 가능하다. (프라이버시란) 자신의 개인 생활 또는 개인 사안 또는 가족의 그것에 대한 침입(직접적인 물리적 수단에 의해서 또는 정보의 출판을 통해서)으로부터 보호받을 개인의 권리다.”

◎ 호주 프라이버시 헌장의 전문 :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는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며, 국가와 사조직 모두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권력을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 프라이버시는 인간존엄성과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핵심 가치들의 버팀목이다. …프라이버시는 기본적 인권이며 모든 사람의 합리적인 기대이다.”

프라이버시의 분야

프라이버시는 다음처럼 구분되면서도 연관된 개념으로 나눌 수 있다.

◎ 정보 프라이버시 : 신용정보, 의료기록, 정부 기록 등 개인 정보의 수집과 취급을 다스리는 규범의 수립과 관련된다. 이것은 또한 “데이터 보호”로도 알려져 있다.
◎ 신체 프라이버시 : 사람들의 신체적 자아를 유전자 검사, 약물 검사, 신체의 구멍(cavity) 수색 등 침해적인 절차로부터의 보호와 관련된다.
◎ 통신 프라이버시 : 우편, 전화, 이메일, 기타 형태의 통신의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포괄한다.
◎ 영역 프라이버시 : 가정, 작업장 또는 공공장소 등 기타 환경에 대한 침입을 제한하는 것과 관련된다. 수색, 비디오 감시, 신분증 검문 등이 포함된다.

프라이버시 보호의 모델

네 가지 주요한 보호 모델이 있다. 그 적용에 따라서 이들 모델은 보충적일 수도 있고 모순될 수도 있다. 조사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몇 가지 모델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국가들에서는 이들 모델이 전부 함께 사용되고 있다.

포괄적 법률

세계 많은 국가들에 공공부문과 사적 부문 모두에 의한 개인 정보의 수집·이용·유포를 다스리는 일반법이 있다. 그리고 감독 기구가 그 수행을 보장한다. 이것이 정보 보호법을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선호되는 모델이고, EU도 이를 채택했다. 이런 법률들의 변종은 “공동규제모델(co-regulatory model)”이라 하는데 캐나다와 호주가 채택했다. 공동규제모델에서는 기업이 이행해야 할 프라이버시 보호 규범을 개발하고, 사적 기관이 감시한다.

영역별 법률(Sectoral Laws)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정보보호를 위한 일반법 제정을 회피하고 영역별 법률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비디오 대여 기록과 재정(financial) 프라이버시에 관한 법’을 만드는 식이다. 이 경우 집행은 일련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뤄진다. 이 접근법의 주요한 결점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새로운 입법이 요구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정보보호가 뒤처지게 된다. 미국에서 인터넷상의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는 것이 그 한계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예이다. 또한 감독 기관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많은 국가들에서 영역별 법률은 특정 범주의 정보(전자통신, 경찰 기록, 소비자 신용 기록 등)를 더 상세히 보호함으로써 일반법을 보충하려고 사용된다.

자기 규제(Self-Regulation)

정보보호는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자기 규제로 이뤄질 수 있다. 즉, 기업체와 산업체가 행위규범을 만들고 자율 단속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 특히 미국에서 자기 규제 노력은 실망스럽다. 규범의 목적이 잘 이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 적절성과 집행이 자기 규제 접근의 주요 문제이다. 많은 국가들에서 기업체의 규범은 단지 약한 보호와 약한 집행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프라이버시 기술

최근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기술에 기반을 둔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프라이버시 보호가 개별 이용자의 수중으로 이동했다. 인터넷 이용자는 다양한 수준의 프라이버시와 통신 안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채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암호화, 메일의 익명화, 프록시 서버(proxy servers), 디지털 현금이 포함된다. 이용자들은 이런 도구들이 모두 프라이버시를 효과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빈약하며 일부 프로그램은 법 집행의 접근을 쉽게 하려고 만들어질 수 있다.

프라이버시권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정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다. 코란과 마호메드의 발언에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정이 있고 성경도 프라이버시에 대해 무수한 언급을 했다. 유대법은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개념을 오랫동안 인정했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에도 또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보호가 있다.

서구 국가들에서는 법적 보호가 수백 년 동안 있었다. 1361년, 잉글랜드의 치안판사들은 엿보거나 사적인 대화를 엿들은 사람들을 체포했다. 1765년 영국의 캄덴 경(Lord Camden)은 집에 들어가 문서를 압수하려는 영장을 기각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이 영장대로라면) 이 나라에는 피고인이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변명할 수 있는 법이 없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사회의 모든 위안을 파괴할 것이다. 문서라는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가장 귀한 재산일 수 있다.” 영국 하원의원 윌리엄 피트(William Pitt)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오두막에서는 왕의 모든 지배력을 거부할 수 있다. 그 오두막은 빈약하고, 지붕이 흔들리고, 바람이 치고, 폭풍이 들이칠 수는 있어도 잉글랜드의 왕은 들어갈 수 없다. 왕의 모든 힘은 몰락한 집의 문지방이라도 그것을 감히 넘을 수 없다”라고 썼다.

이후 수 세기 동안 많은 국가들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구체적 보호를 발전시켰다. 1776년, 스웨덴 의회는 ‘공적 기록에 대한 접근법’을 만들었는데 이에 따르면 정부가 보유한 모든 정보는 정당한 목적에만 이용돼야 한다. 프랑스는 1858년에 사적 사실의 출판을 금지하고 위반자에게 엄격한 벌금을 과했다. 1889년 노르웨이 형법은 “개인적 또는 가정사”에 관한 정보의 출판을 금지했다.

1890년 미국 변호사 사무엘 워렌(Samuel Warren)과 루이스 브란데이스(Louis Brandeis)는 프라이버시권에 관한 독창적인 책을 썼는데 여기서 프라이버시를 “홀로 있을 권리”로 기술했다. 이 책의 출판 이후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 불법 행위 개념이 미국 전역에서 점차로 보통법의 일부로 채용됐다.

국제적 차원에서 현대 프라이버시의 기준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으로, 특히 영역 프라이버시와 통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사생활, 가정, 주거 또는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인 간섭을 받지 않으며, 자신의 명예와 신용에 대하여 공격을 받지 아니한다. 모든 사람은 그러한 간섭과 공격에 대하여 법률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12조)

수많은 국제인권조약이 프라이버시를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국제 시민·정치적 권리규약 17조, 이주노동자협약 14조, 아동권리협약 16조 등). 지역 차원에서는 다양한 조약이 프라이버시권을 법적으로 집행 가능한 것으로 하고 있다. 유럽인권협약(1950년) 제8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1. 모든 사람은 그의 사생활, 가정생활, 주거 및 통신을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 2. 법률에 합치되고, 국가안보, 공공의 안전 또는 국가의 경제적 복리, 질서 유지와 범죄의 방지, 보건 및 도덕의 보호, 또는 다른 사람의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이 권리의 행사에 대하여는 어떠한 공공당국의 개입도 있어서는 아니된다.”

유럽인권위원회와 유럽인권재판소가 이 협약에 따라 만들어져서 집행을 감독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가 프라이버시권의 집행에 적극적이며 지속적으로 제8조가 보호를 폭넓게 보고 그 제한을 좁게 해석해왔다.

무수한 앵글로 색슨 및 프랑스 저자들에게 “사생활” 존중에 대한 권리란 프라이버시권, 사람이 원하는 한 공표(publicity)로부터 보호받으며 살 권리이다. 그러나 유럽인권위원회의 의견에선 사생활 존중에 대한 권리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만들고 발전시킬 권리를 포함하며, 특히 자신의 인격의 발전과 실현을 위한 정서적 장에서 그러하다.

유럽인권재판소는 회원국들의 법률을 검토하고 정부와 사인에 의한 전화(전신) 도청을 규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국가들에 제재를 부과했다. 또한 정부 파일에 담긴 자신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적절한 절차를 보장하기 위해 개인의 권리 사례를 심사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협약 제8조의 보호가 정부 행위를 넘어 사인의 행위에도 미치는 것으로 확장했으며, 정부는 사인들에게 사생활침해행위를 금지해야만 한다.

또 다른 지역 조약들도 프라이버시 보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주인권협약 제11조는 세계인권선언과 유사한 용어로 프라이버시권을 규정했다. 1965년 미주기구가 미주인권선언을 선포했는데, 여기서는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보호를 요구했고 미주인권재판소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덧붙임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http://khrrc.org) 연구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