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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문헌읽기] 사회진보와 발전에 관한 선언(1969)

2004년 평택 평화대축제에서 문정현 신부가 했던 ‘평화란 무엇이냐’는 연설이 있다. 이 연설에 곡을 붙인 노래도 있는데, 그 내용의 일부는 이렇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 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여기서 ‘평화’라는 단어를 ‘경제·사회적 권리의 실현’으로 바꿔 생각하면 오늘 읽어볼 선언문을 다 읽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인권을 얘기할 때 경제·사회적 권리들을 당연히 포함해 생각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권’이라 하면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 내다가 감옥 간 사람들의 권리’ 정도로 생각하던 시절이었다.(물론 지금도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갇히는 일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인권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경제·사회적 권리는 시민·정치적 권리의 부산물로 여겨졌다. 억눌렸던 경제·사회적 인권에 대한 요구는 20세기 초에야 ‘멕시코 헌법’, ‘노동피착취 인민의 권리선언’, ‘바이마르 헌법’ 등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2차 대전 이후부터는 세계인권선언의 영향으로 시민·정치적 권리와 경제·사회적 권리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시민·정치적 권리가 ‘법적 권리’라는 탄탄대로를, 경제·사회적 권리는 ‘국가정책의 목표’일 뿐이라는 자갈길을 걷는 식이 현실이라 할지라도, 인권의 불가분성과 상호의존성이란 원칙 속에서 경제·사회적 권리는 인권 속에 자리 잡았다. 특히 1966년에는 노동권, 교육권, 사회보장권 등이 국제인권조약으로 규범화된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 제정된 것이다.(하지만 이 규약이 발효되기까진 10년이 더 걸렸다) 그러나 이 규약에 담긴 경제·사회적 권리들은 아주 일반적인 용어로 씌어졌기 때문에 그 구체적 기준과 실현 방법은 물음표로 남았다.

유엔과 여러 전문기구들은 경제·사회적 권리의 구체화와 그 실현을 위한 조건들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전개한다. 오늘 읽어볼 선언은 규약 채택 직후의 그런 문제의식을 담은 것으로 경제·사회적 권리의 실현을 위한 원칙·목적·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선언은 경제·사회적 권리의 아주 포괄적인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때나 지금이나 국제 규범화되지 못한 권리들을 주창할 수 있는 단초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선언이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자주 불려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형태의 차별·불평등·인종차별주의 등의 철폐, 토지소유제도 및 임차제도를 사회정의에 최대한 적합하도록 하는 토지개혁의 이행, 모든 사람의 노동의 권리 보장, 국부 및 국민소득의 공정하고 공평한 분배, 적절한 주거의 보장, 무상 의료서비스의 달성, 환경보호, 전면적이고 완전한 군축의 달성 등이 이 선언의 주 내용이다. 바로 앞에서 살펴본 ‘평화란 무엇이냐’가 담고 있는 바 그대로라 할 수 있다.

5월 이맘때엔 ‘성년의 날’이 있다. 인권의 성년은 선언이 아닌 실현에 있을 것이다. 이 선언을 필두로 경제·사회적 권리에 관한 선언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고, 이제 좀 성년을 맞으라고 우리를 채근한다.

사회진보와 발전에 관한 선언(유엔 총회결의안 2542[XXIV], 1969)

…[전문 생략]
1부 - 원칙

2조 사회진보와 발전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존중에 기반해야 하며 인권과 사회정의의 증진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다음을 필요로 한다.
(a) 모든 형태의 불평등, 인민과 개인에 대한 착취, 식민주의, 인종주의, 유엔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여타의 정책과 이데올로기의 즉각적이고 궁극적인 철폐

4조
(d) 효과적으로 통합된 사회를 성취하기 위하여 사회경제적 진보에 대한 동등한 기회를 불리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에게 보장할 것

6조
사회발전은 모든 사람에게 노동권과 자유로운 직업선택의 보장을 필요로 한다. 사회진보와 발전은 사회 모든 구성원이 생산적이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인권과 기본적 자유, 정의의 원칙, 재산의 사회적 기능에 부합하는 토지 소유형태와 인간에 대한 어떤 종류의 착취도 배제하고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재산권을 보장하고, 인간 사이에 진정한 평등을 낳는 조건을 창조하는 생산방식의 수립을 요구한다.

2부 - 목적
10조

(a) 노동에 대한 권리, 모든 사람의 노동조합결성, 노동자의 결사, 단체협약의 권리의 모든 수준에서의 보장
(b) 기아와 영양실조의 근절, 적절한 영양에 대한 권리의 보장
(c) 빈곤 철폐, 생활수준의 꾸준한 향상과 정당하고 평등한 소득 분배의 보장
(d) 최상의 건강 수준의 성취와 가능하다면 무상으로 전체 인구에 대한 건강 보호의 제공
(f) 모든 사람, 특히 저소득 집단과 대가족에게 적절한 주거와 지역사회 서비스의 제공

11조
(a) 포괄적인 사회보장제도와 사회복지 서비스의 제공, 질병·장애 또는 노령 때문에 일시적으로나 영구적으로 생계비를 벌 수 없는 모든 사람을 위해, 이들과 그 가족과 피부양자들에게 적절한 생활수준을 보장할 목적의 사회보장과 보험 제도의 증진

(c) 아동, 노인, 장애인의 권리 보호와 복지의 보장, 신체적·정신적 취약자에 대한 보호의 제공
(d) 정의와 평화의 이상, 인류의 상호 존중과 이해속에서의 청소년 교육과 이러한 가치들의 증진, 국가 발전과정에 청소년의 완전한 참여의 증진

12조
(c) 모든 국가의 인민이 자국의 자원의 혜택을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모든 형태의 외국의 경제적 착취, 특히 국제적 독점에 의해 자행되는 착취의 근절

13조
(a)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이룬 과학 및 기술 진보의 평등한 공유, 사회의 사회적 발전 혜택을 위한 과학과 기술 이용의 꾸준한 증가
(b) 과학, 기술, 물적 진보와 인류의 지적, 정신적, 문화적, 도덕적 진전 간의 조화로운 균형의 수립
(c) 인간 환경의 보호와 증진

3부 - 수단과 방법
14조

(a) 균형 잡힌 전반적 발전계획에 통합된 사회진보와 발전을 위한 계획

16조
(d) 경제·사회적 발전에 해로울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채택

17조
(d) 사회의 이익 속에서 토지 이용에 대한 적절한 감시 조치

18조
(d) 정부의 참여 속에서 농촌과 도시 지역 모두에서 저비용의 주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한 조치의 채택

19조
(a) 전체 인구에 대한 무상의료서비스의 제공 및 모두에게 접근가능한 예방과 치료시설 및 의료복지서비스의 제공
(c) ILO 97호 조약과 여타의 이주노동자 관련 국제규범에 부합되도록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조치의 채택과 제공
(d) 정신지체 또는 지체장애인,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재활을 위한 적절한 조치의 제도화, 이러한 조치는 치료와 장비의 제공, 교육, 직업지도와 사회적 지도, 훈련, 선택적 거소, 기타 요구되는 지원을 포함해야 한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 환경의 창조

20조
(a) 노동조합의 완전한 민주적 자유, 단체협약의 권리와 파업권을 포함하여 모든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규정, 노동인민이 여타의 조직을 결성한 권리에 대한 인정, 경제·사회적 발전에서 노동조합의 참여 증대를 위한 제공, 자신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사회적 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노동조합의 모든 구성원의 효과적인 참여

22조
(c) 아동과 일하는 부모의 이익을 위한 적절한 아동 돌봄 시설의 수립

23조
(e) 평등과 비차별의 원칙에 기반한 국제 무역의 확장, 공평한 무역 조건, 개발도상국의 선진국으로의 수출에 대한 보편적인 비보복적·비차별적 특혜시스템에 의한 개발도상국의 상황 개선,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필수 상품 협약의 수립과 이행, 국제기구의 합리적인 완충 제고에 대한 융자

25조 일국적·국제적 차원 모두에서 인간 환경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법적·행정적 조치의 수립

26조
침략자에 의한 침략과 불법적인 영토 점령으로 야기된 피해(성격상 사회적이건 경제적이건)에 대한 보상(원상복구와 배상을 포함하여)

27조
(a) 보편적이고 완전한 군축을 실현하고 그로 인해 생긴 자원을 세계 인민의 복지를 위해, 특히 개발도상국에 유익하도록 경제·사회적 진보를 위해 사용
(b) 특히 핵무기 실험의 전면적 금지, 화학 및 생물학 무기의 개발·생산·비축의 금지, 핵폐기물로 인한 대양과 내수 오염방지를 포함하는 군축을 위한 조치의 채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