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오름 > 일반

한국,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있나

인권개선 의지, 입후보 절차 등 총체적 부실

5월 9일(한국시간 5월 10일) 유엔인권이사회(아래 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 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초대 이사국으로 입후보했다. 하지만 독단적인 입후보 과정, 부실한 공약, 국내외적 인권 개선 전망 부족 등 비판이 제기되면서 한국의 초대 인권이사국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다.


초대 이사국 선거, 인권이사회 초기 판도 가름

인권이사회 이사국은 유엔총회를 통해 총 47개국을 선출하고 총회의 절대과반수인 96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선출될 수 있다. 초대 이사국의 임기는 선출된 이사국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1년, 2년, 3년 중에서 임기를 결정하게 된다. 총 47개의 이사국들은 지역별로 할당국을 배정받게 되는데 아시아 13개국, 아프리카 13개국, 중남미 8개국, 서구 7개국, 동구 6개국으로 배정되었다. 2일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는 바레인, 방글라데시, 레바논,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스리랑카, 요르단, 이라크,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키르키즈스탄,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한국 등 18개국이 입후보한 상황이다.

이사국 선출 시 유엔총회 회원국들은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대한 후보국의 기여 △후보국들의 자발적 공약사항들을 고려해야 하고, 선출된 이사국들은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있어 최고의 기준을 지향하고 △인권이사회와 협력을 다해야 하며 △임기 중 자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초대 이사국이 인권이사회의 의제 및 절차규칙 결정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가별 결의안 채택 여부 △특별절차 운영 △보편적 정례검토 제도의 세부사항 △NGO의 참여방식 등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초대 이사국들의 입장은 주요하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가 내놓은 주요 공약

한국정부 역시 이사국으로 입후보하면서 자발적 공약안들을 제출했다. 국제인권 상황과 관련해 한국정부는 차별을 당한 여성 개인 혹은 집단이 직접 구제를 청원할 수 있도록 한 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 가입, 국내 구금장소 방문 및 조사를 가능하도록 규정한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뿐만 아니라 완전한 삼심제를 인정하지 않는 국내 군법체계와의 충돌 때문에 유보해왔던 시민․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 14조 5항(모든 사람의 상소권 인정)과 호주제 때문에 역시 유보해왔던 여성차별철폐협약 16조 1(g)항(가족 내 성씨 및 직업의 동등한 선택권) 등에 대해서도 유보 철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ILO 기본조약 중 87호(결사의 자유), 98호(단체협약권), 29호(강제노동), 105호(강제노동 폐지)를 2008년까지 비준하고, 시민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동등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인권 상황과 관련해서는 △공공정책의 개발과 이행, 평가의 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파트너십 강화 △2006년 말까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07~2011) 말까지 확정 등을 공약안에 포함시켰다.

지난 4월 26일 유엔인권정책센터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는 유엔인권이사회 신설의 의미와 한국정부 공약안에 대한 각계 비판이 쏟아졌다.

▲ 지난 4월 26일 유엔인권정책센터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는 유엔인권이사회 신설의 의미와 한국정부 공약안에 대한 각계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정부 공약, 과정과 내용 모두 문제

한국정부의 공약에 대해 조시현 교수(건국대 국제법)는 “한국정부 공약에는 실질적 내용이 부족하고 이행 계획 역시 구체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유엔인권정책센터 김기연 사무국장도 “인권정책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고민이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일축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4월 26일 유엔인권정책센터 주최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신설과 국제인권레짐의 변화’ 간담회에 참여해 한국 정부의 공약이 가진 한계를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사형제 폐지를 이행하도록 한 시민․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와 이주노동자협약 등 한국정부가 아직도 가입하지 않고 있는 조약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헌법 상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자유권규약 22조, 상호주의 적용에 관한 난민협약 7조에 대한 유보를 철회할 의지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정부기구(NGO)의 참여와 역할에 대한 입장도 한국정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정부는 국내인권 상황에 기여하기 위해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파트너십 강화’를 공약 사항으로 내걸었지만, 어이없게도 이사국 입후보를 위한 인권정책 공약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어떠한 논의도 진행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팀 조형석 사무관도 “공약의 내용이 추상적이며 그 이행에 있어 정부의 의지와 실제 주무부처 간의 협력이 미비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인권사회부 임훈민 서기관은 “공약을 만들면서 NGO와의 논의뿐 아니라 관계 부처간 회의, 공청회 등은 없었다”며 “공약은 ‘제출해야 되는 것’의 의미가 강했고 이렇게까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아름다운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는 “정부는 인권이사회 공약을 영문으로만 제출했다”며 “국민들의 인권정책에 대한 접근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정부정책은 인권을 무시한 것인가, 아니면 국민이 무지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사국 자격 놓고 근본적 우려 터져나와

한국 정부가 과연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도 터져나오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평택 주민들의 거주권과 발전권 침해, 나아가 한반도 전체 민중의 평화적 생존권 침해는 분명 주요 국내 인권현안이다. 또한 정부가 강력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건강권, 교육권, 노동권, 식량권 등 이후에 불어닥칠 거대하고도 종합적인 인권침해를 이미 예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버마 군사독재 정부와의 협력 속에서 벌이고 있는 대규모 가스개발 사업은 버마 민중들, 특히 소수민족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천주교인권위원회 조백기 활동가는 “전세계 어떠한 정부라도 인권침해를 자행하지 않는 완전무결한 정부는 없겠지만 한국처럼 국내외적 인권침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전망이 부족한 정부가 어떻게 국제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될 수 있겠는가”라며 “한국 정부가 인권개선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사국으로 선출된다면 유엔인권이사회의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올 수도 있다”며 한국 정부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에 대해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