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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동북아지역 시민단체들이 공동 활동을 모색했던 자리

“세월호가 침몰해서 300명이 넘게 죽은 참사이지만 제대로 진상규명이 안 되고 있어요. 단순한 사고가 참사가 된 것이 문제라고 보고 있어요. 게다가 구조 활동이 없었는데 구조하고 있다는 허위보도를 했어요. 그래서 유가족들이 단식을 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언론보도가 자유롭지 않나요? 표현의 자유가 일본보다 낫지 않나요? NHK는 방송이라고도 할 수 없거든요.”

“그렇지 않아요. 후쿠시마원전이 폭발했을 때 사람들 중에 SNS로 방사능이 바람을 타고 한국에 올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 정도로 불안한 것이지요. 그런데 정부는 허위사실 유포자를 찾아 처벌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실제 사진작가가 북한사이트 글을 리트윗했다가 구속된 사례도 있어요.”

“후쿠시마원전이 폭발했을 때 언론통제가 일본에서 심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다니 놀랍군요.”

 

위 대화는 <제2회 동북아시아 UPR 권고 이행 시민사회 포럼>(이하 ‘동북아시민사회포럼’)에 참가했던 일본에서 온 카즈코 이토 활동가와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이다. 세월호 참사와 후쿠시마원전 폭발은 별개의 사건 같았지만 표현의 자유로 이어졌다. 뭔가 더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나누는 힘을 만드는 포럼

동북아시민사회포럼은 한참 더웠던 2014년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에서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 이하 ‘코쿤’)의 주최로 열렸다. 중국, 홍콩 , 일본, 몽골,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UPR(국가별인권상황 정기검토) 권고 이행의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UPR 권고의 실효적 이행을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NGO 사이의 교류는 UPR를 넘고 있었다. 일본에서 온 다른 변호사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정권 이후 인권후퇴에 대한 문제를 얘기하기도 했다. 첫날에는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단식장을 방문해 지지를 표현했다. 몽골에서 온 LGBT단체 활동가들을 비롯한 몇몇 활동가들은 한국의 성소수자단체들을 모두 방문하고 함께 서로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UPR이라는 유엔인권시스템을 중심으로 모이긴 했으나 인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교류는 거기에 한정될 수 없다. 그리고 공동 활동을 모색하는 각국 활동가들의 표정과 내용은 매우 진지했다. 그것을 매개로 각국의 시민사회가 연대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사실에 참가자들 모두 즐거워했다. 동북아시민사회포럼의 실질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동북아 차원의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것이다. 거창한 네트워크는 아니어도 적어도 자기가 하고 있는 활동을 알리고 각자가 했던 경험을 배우는 또 하나의 온라인 공간을 만드는 일은 포럼이 평가와 토론에 그치지 않은 실천성을 모색하는 것이기에 알찼다.

 

 

어딜 가나 비슷한 각국 정부,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

두 번째 세션이었던 ‘국가별 UPR권고 이행과 시민사회의 역할’에서는 나라도 다르고 각국의 인권상황은 다르지만 각국 정부가 취하는 태도가 똑같다는 데에 대해 참가자들 모두 놀라워 했다. 각국 정부들은 시민사회와 제대로 된 협의도 하지 않거나 한국처럼 형식적인 만남을 요식행위처럼 하거나 권고를 이행할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각국 정부에게 어떻게 이행을 강제할 것인가, 서로의 자리에서 각국정부에게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하고 머리를 맞댔다. 다른 나라 인권단체들도 정부의 UPR 권고에 대한 이행의지가 없음에 대해 홍보자료를 돌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알리는 작업들을 했다. 특히 몽골 같은 경우에는 한국과 비슷하게 UPR 공동대응 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런 비슷한 정부의 태도와 달리 영국 정부의 태도 변화의 과정을 듣는 것은 인상 깊었다. 영국대사관에서 나온 스콧 위트만은 자신이 관료로 오랜 기간 있으면서 느낀 영국 정부의 인권에 대한 태도 변화 과정에 대해 애기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이전에는 영국정부가 인권단체들의 쓴 소리나 교류를 불편해하고 꺼려했고 인권기구의 권고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시민사회와의 교류, 그를 통한 인권정책의 수립을 하다 보니 이렇게 UPR과 관련한 권고이행을 자발적으로 하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단체의 쓴 소리나 인권정책에 대한 모색과 교류가 중요하고 정부는 그것을 들으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UPR 권고는 영국 정부뿐 아니라 의회에서도 보고되고 검토되며, 중간보고서에는 권고를 받은 것 중 수용하기로 한 것만을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여러 국가인권기구(영국은 국가인권기구가 하나가 아니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또한 영국 정부는 젊은이들에게 UPR 권고를 알리고 인권프레임을 형성하고 논의하는 장을 시민사회와 같이 만들기도 했다. 한국의 형식적인 UPR 중간보고서 이행과는 사뭇 달랐다. 한국 정부나 의회의 적극적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인권’을 정치적 수단으로 여기거나 불온시하는 그들의 태도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니 갈 길은 멀다.

 

 

북한 인권활동가들을 만나고 싶다

인권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어느 나라든 반갑고 궁금하다. ‘저 나라는 어떤 상황이고 그 상황에서 저 활동가는 어떻게 활동할까’라는 궁금증이 샘솟는다. 그럼에도 만날 수 없는 나라가 있다. 대표적인 게 북한이다. 중국도 정부의 통제가 심해서 중국 본토에서 UPR NGO 보고서를 내기 어려워 홍콩에 있는 활동가들이 낸다고 했다. 상시적인 감시와 접근의 한계 등으로 자료나 사실관계 파악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북한과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인권단체들이 1차 북한 UPR 심의 때 NGO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한국은 국가보안법이 있고 북한과의 자유로운 왕래가 어려운 데다 북한상황을 쉽게 알 수 없는 터라 보고서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담당했던 활동가들이 종종 말하곤 했다. 특히 이번 동북아시민사회포럼에는 동북아시아지역 유엔 가입국 중 유일하게 참여하지 못한 곳은 북한이다. 북한에 어떤 활동가들이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두 나라 모두 유엔 가입국이고 각국 정부가 서로에게 권고를 하지만 인권활동가들은 서로 만날 수도 없다니! 새삼 왕래조차 못하는 남북한의 적대적 긴장관계가 실감됐다. 탈출하듯이 한국에 오지 않고 한국에 와도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려면 한국이나 북한이나 인권상황이 나아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자리였다. 이렇듯 평화와 인권은 만날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