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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혐오에 대항하는 평등의 힘을 키울 때

“인권운동은 혐중에 어떻게 맞서야 할까” 토론회 후기

세계인권선언일이 있는 12월 우리의 인권현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곤 한다. 전쟁과 파시즘이 인간의 존엄을 무너뜨린 자리 위에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 속에 인권을 세워왔다. 비상계엄을 경과하며 맞는 세계인권선언일은 남달랐다. 적대정치라는 토대 위에 시도된 내란은 특검과 재판 등의 절차 속에 수습되고 있지만, 내란의 파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등장한 ‘혐중’은 보수정치의 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 혐중으로 결집한 극우세력의 집회는 중국관광객이 많은 지역을 겨냥하더니 중국동포가 많이 사는 동네로 확산되었다. 일상의 공간에서도 ‘노 차이니즈 존’을 내걸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지세력을 결집하는데 혐중을 부추기며 ‘중국인 3대(의료, 선거, 부동산) 쇼핑 방지법’ 추진을 내걸었다. 혐오에 대응하겠다며 민주당은 금지와 처벌을 골자로 한 여러 입법을 쏟아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혐중 선동과 결집,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행보가 이어질텐데 인권운동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 답을 함께 찾아가기 위해 인권운동 연대체인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에서 12월 16일 토론회를 열었다.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며 다양한 이슈와 영역에서 활동해온 다섯 명의 패널 이야기를 먼저 나누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님은 “혐오 확산의 키는 정치가 쥐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국회에는 혐오/혐중 대응의 일환으로 각종 법안이 발의되어 이미 통과된 법들도 있다. 그간 표현의 자유 운동 그리고 혐오대항 운동이 쌓아온 논의와 성과를 담지 못한 채 급급하게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이러한 법적 규제가 혐오시위를 일부 제재할 수 있다 해도 정작 이를 지원하는 정치인들의 혐오선동을 전혀 규제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도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혐오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바로 대항운동을 키우는 것임을 강조했다. 일본에서 혐한시위로 ‘일본인 vs 조선인+한국인’으로 갈라치기하는 인종주의자들을 오히려 고립시키면서 대립구도를 전환한 카운터스 운동을 떠올리며 혐중세력을 고립시킬 수 있는 정치적 실천이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랑희(공권력감시대응팀) 님은 일베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부추겨진 혐오가 2010년대 이후 가시적인 집회로 나타나며 사회적 문제로 주목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를 회피하는 것처럼 국가가 평등을 위한 정책과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기보다 검열, 금지, 처벌이라는 규제만 밀어붙이는 현 상황을 문제로 짚었다. 소수자를 위협하며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혐오집회를 사전에 가려내서 금지할 수 있을지, 공권력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때 다양한 정치적 비판과 견해를 드러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집시법은 이미 집회를 통제하는 조항이 가득하며, 상황이 우려된다면 현장에 경찰력을 더 배치할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이 부딪히며 긴장관계에 놓이는 것이 아닌, 존엄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상호보완관계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며 그 길을 찾아야 할 인권운동의 과제를 환기해줬다. 희우(디지털정의네트워크) 님은 ‘가짜뉴스’ 근절을 말하며 추진한 정통망법 개정이 공익적 비판과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허위조작정보’ 규제라는 프레임으로 공론장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혐오 대응은 검열이 아니라 평등이라는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혐오와 검열이 중첩되는 현 상황은 사회구조적 문제와 분리되지 않기에, 이러한 문제를 우리 사회가 함께 다루어가면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론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현(청소년인권운동공간 지음)은 ‘청소년 극우화’를 문제로 삼으면서 그 방안으로 훈육과 선도가 이야기되는 것은 나이주의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성적으로 줄 세우고 ‘다문화’라서 문제학생일 거라고 전제하는, 학교라는 공간의 운영방식과 문화가 극우적 또는 극우친화적인 것이 아닌지 질문했다. 혐중-극우가 걱정된다면 청소년의 스마트폰 금지가 아니라, 잘못된 정보를 접했을 때 바로 잡을 수 있는 기반, 신뢰하고 의지하는 공동체, 의미 있게 사회와 세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마련해야 하며 이는 청소년만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수수(한국성폭력상담소) 님은 윤석열의 계엄 직후 “폭주하는 남성성의 시대는 끝났다”는 페미-퀴어 운동의 선포는 극우정치의 종언을 고한 것이었음을 소개했다. 폭력을 범죄로만 다루고, 폭력이 일어나는 혐오와 차별은 부정해온 윤석열처럼 극우정치는 사안에 반응할 뿐 구조적 접근을 막는다. 그래서 부정의와 불평등의 문제에 대응하는데 폭주하는 남성성의 렌즈, 곧 젠더 관점으로 구조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나아가 혐오의 정서가 불안처럼 부정적 감정뿐 아니라 소수자를 적개하며 얻는 ‘우월감을 주는 감정적 만족감’일 때 이를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혐중에 맞설 전략을 고민할 때 감정의 토대를 만드는 구조를 어떻게 다루어갈 것인지도 같이 고민해가자는 제안을 해주었다.

이어진 플로어토론에서 구심점인 혐오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방향과 함께 혐오세력을 약화하고 평등세력을 키우는 방향에 대한 여러 고민과 이야기가 펼쳐졌다. 금지와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입법 시도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인들에 대한 규제가 우선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를 법제도로 규율할 때 그 범위와 대상, 판단주체 등 우려 또한 남는다는 점도 함께 짚어졌다. 혐오에 대응하겠다면 우선적으로 우리 사회에 평등을 원칙으로 확인하는 차별금지법 먼저 제정하라, ‘불법체류자’라는 말부터 쓰지 않는 것부터 하라 요구해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대림동 혐중집회 소식에 인근 학교 교사들이 나섰고, 환대의 거리인 이곳에서 추방되어야 할 것은 혐오와 차별이라며 맞불집회로 모인 동료시민들의 연대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경험처럼 이주민의 고립을 막고 인종주의자를 고립시킬 정치적 실천들을 다양하게 떠올리면서 평등을 말하는 공론장을 만들어갈 과제를 폭넓게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다양한 이슈와 현장에서 움직여온 서로의 경험들, 이번 토론회에서 나눈 고민과 질문들을 엮고 지렛대로 삼으면서 내란의 파동을 멈춰 세울 길을 찾아야 한다. 극단주의가 무너뜨리려 하는 인권의 기초를 어떻게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갈 것인지, 2026년 그 길을 내는 시간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