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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이번이 아니면 언제 만들겠어요

22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만들어 봅시다

지난 여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의 활동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차제연의 활동을 찾아보시는 후원인들은 차제연이 활동을 쉼 없이 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계실 듯 합니다. 극우 세력의 혐오선동에 맞서는 대림동 집회에 함께 하기도 하고, 대구 무슬림 사원 건립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회토론회도 공동으로 주최하며 바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최근에는 기독교인을 위한 차별금지법 안내서 <차별금지법이 궁금한 당신에게>의 제작-모금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많관부!!)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차제연의 활동 소식이 격조해진(?)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이재명 정부- 구체적으로는 22대 국회 내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하겠다는 논의를 시작하며 입법 로드맵을 가열차게 준비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포함하라는 10,729명의 서명을 모아서 이재명 정부에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딛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광장의 열망 속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말하면서도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 의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아 왔는데요. 결국 국정과제에서도 ‘혐오·차별 방지 법제화 검토 및 공론장 마련으로 인권존중문화 확산’이라는 언급만을 반복하며, 새정부가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나갈 경로를 제대로 잡아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최소한의 요구이기도 한 차별금지법 제정 앞에서 이렇게 머뭇거리기만 한다면 다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문은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차제연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움직이지 않는 정부와 국회를 바꿔내기 위한 결의를 다지기로 하였습니다.

22대 국회 내에 제정 합시다

결의의 시작은 지금의 정치, 사회적 조건에 맞는 차별금지법 ‘입법 로드맵’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당장 나서라는 투쟁을 펼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차제연의 숱한 투쟁들도 마음만으로 시작하지 않았더라고요.

2021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10만명의 국민동의청원을 달성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 사회를 사는 시민들의 지지가 담긴 요구임을 확인시킨 바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지지를 모아내며 21대 국회에서 4개 법안을 발의하고 37명의 국회의원을 발의에 동참시켰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투쟁이 이어졌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차별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보수개신교 세력의 눈치를 보던 정치권은 차별금지법을 논의하는 것조차 두려워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도 마지막까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고요. 이에 차제연은 21대 국회의 입법 과정의 실패를 정치의 실패로 규정했는데요. 바로 이 정치의 실패의 배경인 개신교 세력들이 결국 지난 겨울 내란을 주도하고 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서는 극우 세력으로 다시 등장하고 성장한 것이었죠. 차별금지법은 결국 이 극우 개신교 세력들과 이에 여전히 휘둘리며 정치를 실패하게 만드는 정치권을 바꿔내는 시작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차제연의 입법로드맵 논의는 22대 국회 내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중지를 모아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발의부터, 공청회, 국회 내 상임위원회 논의, 본회의 통과까지 거쳐야 하는 국회 내 단계가 많은데요. 이 단계들을 22대 국회 내에서 반드시 모두 통과해나가자는 논의를 지난 8~9월의 연속 워크숍을 통해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9월 한겨레·한국정당학회가 공동기획 한 유권자 설문조사 결과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의견은 64.1%로 반대의 두 배 가까운 수치를 보였습니다. 별다른 입법 국면이 아닌데도 제정을 바라는 사회적 여론은 계속 확인되는 상태입니다.


이에 반해 22대 국회 내에는 내란을 넘어선 광장의 시간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면 개신교 세력에 시달린다’, ‘다음 번 선거에서 불리하다’고 핑계를 대며 발의조차 나서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국회 구성이 바뀌었어도 시민과 정치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않고 차별금지법 제정은 요원하다는 것이겠지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국회가 아무리 외면해도 결국 평등과 민주주의의 훼손을 경험한 사회가 내놓아야 할 답은 차별금지법과 성평등과 같은 평등의 가치를 확인시키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이번 정부와 국회가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정치가 이러한 과제를 스스로의 몫으로 여기겠습니까. 그러니 반드시 이번 국회가 파괴된 민주주의를 재건하는 방향으로써 우리 사회의 평등에 대한 지향을 확인시키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도록 투쟁을 펼쳐야 하는 것이죠.

결의를 뒷받침 할 운영체계

본격적인 입법 투쟁의 경로는 잡아나가지만, 이를 위해 차제연은 2025년 남은 하반기 운영체계부터 점검하고 2026년에는 새로운 운영체계로 시작하려 합니다. 그 중에서도 핵심 과제는 바로 차제연의 사무국 발족인데요. 차제연은 정말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지만, 상근 활동가 단 한 명도 없이 소속 단위들만의 결의와 참여를 통해서 모든 활동을 꾸려 왔습니다. 2025년 9월 기준 166개 단위가 함께 하는 거대한 연대체를 만들어오기도 했지만, 동시에 조직을 운영해나가는 전업 활동가 없이 모아낼 수 있는 활동력의 제한점에 왔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번 22대 국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차제연이 해오던 것은 물론, 하지 않던 것들까지 해나가기 위한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기존 공동집행위원장과 집행위원 체계에서 상임집행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무국과 집행위원 체계로 재정비하는 과정을 밟아나가려고 합니다. 지난 9월 25일 차제연 전체회의에서는 입법 로드맵과 이 로드맵의 실행을 뒷받침할 체계 정비의 필요성을 여러 단위들과 함께 확인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채워나가면서 2026년을 본격적인 입법 투쟁의 시작점으로 삼기로 하였습니다. 사랑방에서도 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며 다시 한 번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모아나갈 예정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차제연 걱정이 아니라 저에 대한 걱정이긴 한데요. 제가 차제연에 결합한 지도 1년 반 정도가 흘렀습니다. 지금까지는 차제연을 통해 접속하게 되는 수많은 키워드가 저에겐 모두 낯선 상태에서 뭐든 처음 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주어진 과제를 이어왔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과제’를 주어진 것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고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나가야 사무국이라는 운영체계가 생겨나는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미 사무국이 있는 것과 같은 활동량을 소화해온 차제연이 그저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 사무국을 두려는 것이 아니란 점은 분명하니까요.

22대 국회의 문턱을 넘기기 위해선 차제연에 결합하는 활동가 한 명 한 명이 더 의지를 모아서 통상적인 연대체가 하지 못하던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서 저도 제 몫을 넓히기 위한 결의를 자처할 때라는 생각을 하며 지난 논의들을 함께 해왔습니다. 앞으로 남은 하반기 실행 계획을 만들어 나갈 때도 뭐라도 한 손 보태며 지금까지보다 기대할 수 있는 집행위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 해보겠습니다. 앞으로 후원인분들께 이런저런 참여와 요청을 부탁드리는 일이 많아질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활동이야기를 예고장으로 여겨주시고, 함께 뜻 모아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미리 감사의 말씀 드리며, 이번 활동이야기는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