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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존중하며 버티는 중

'차별금지법은 우리가 만든다.'


연초부터 ‘대선보다 먼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지역 곳곳 다니면서 차별금지법이 먹고 사는 문제로, 우리 일상 속에서 너무나 필요한 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대선으로 멈춰있던 국회는 대선 이후에도 제대로 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국회에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며, ‘차별을 끊고 평등을 잇는 2022인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에 돌입했습니다. 저는 ‘평등한끼’ 집회조직팀으로 매일 이어진 국회 앞 집회에 함께 했습니다. 집회현장에서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며, 계속해서 더 행동할 것을 다짐하는 이웃 시민과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한끼 단식을 평등의 내용으로 채우다

‘평등한끼’는 3월 14일부터 4월 8일까지 진행했습니다. 점심 한끼를 대신해서 평등의 이야기로 다양한 단체와 사람이 모여 국회 앞 집회를 채워나갔습니다. 매일 점심, 다양한 주관단위의 릴레이 단식행동과 발언대가 이어졌습니다. ‘평등한끼’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금 당장 요구하는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집회에서는 차별금지법과 함께 나에게 필요한 ‘평등의 내용’을 작성해서 ‘평등한끼’에 함께 하는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평등의 내용을 고민해보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를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트렌스젠더가 나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 ‘평등이 밥이다!’ 등등 평등의 내용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결국 그 누구도 배제해서도, 차별해서도 안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시작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 활동가가 했던 발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사람들의 입을 막는 법이라고들 오해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차별금지법이 없는 지금은 그럼 충분한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나요? 다양한 삶과 차별을 말하는 수많은 언어를 막는 사회, ‘말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더 많은 이야기, 그동안 다뤄지지 못했던 이야기를 터져 나오게 하는 법, 사람들의 ‘말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의 국회가, 지금의 정치가, 지금의 사회가, 사람들의 말에 얼마나 응답하고 있는지를 질문하고 싶습니다.”

‘평등한끼’ 집회에서 국회가 응답하지 않는다면, 응답하게 만들겠다는 활동가와 이웃 시민을 만났습니다. 이전에도 그래왔듯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이야기하는 분, 계속해서 함께하지 못했던 미안함을 말하며 이제부터라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이미 함께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을 보면서 ‘도대체 국회는 뭐하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집회 현장에 있으면서 정말 많은 구호를 함께 외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호는 “차별금지법 우리가 만든다”입니다. 이 구호를 외칠 때마다 존버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을 함께 하다 보면 가장 떠오르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존중하며 버티다 보면 그 끝에는 결국 이뤄낸다는 뜻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변화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4월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를 위한 평등텐트촌과 단식행동

이제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21대 국회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선 이후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법안 소위 안건으로 상정은커녕 입법과정에서 필요한 공청회 날짜조차 잡지 못한 채 법사위가 끝나버렸습니다. 법제정을 위한 첫 단계가 법안 소위 논의인데, 안건으로조차 상정하지 않으면서 국회는 아무런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습니다.

4월 7일 임시국회가 시작됐습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움직임이 없는 국회를 질타하고 더 강하게 요구하기 위해서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쟁취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30일의 도보행진을 진행한 종걸과 미류 두 활동가가 4월 11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1박 2일 릴레이 농성장인 평등텐트촌도 같이 시작됩니다. 평등텐트촌은 별도 참여신청 없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누구나 참여가능합니다. 14년 넘게 이미 이야기될 만큼 이야기되어왔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이제 제정되어야 합니다. 평등텐트촌에서 함께 만나기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