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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주노동자 단속·보호에 가혹행위 근절돼야"

인권위, 가해자 고발·재발방지 권고

지난달 9일 정부가 올해를 '불법체류자 감소 및 외국인 고용허가제 정착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관계기관 합동단속을 진행 중인 가운데 26일 국가인권위(아래 인권위)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 보호 과정에서 일어난 폭행과 가혹행위에 일침을 놨다.

인권위는 지난 1월 압둘라함(우즈베키스탄 출신) 씨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아래 부산사무소) 직원으로부터 수갑을 찬 채 폭행을 당했고 이 사건을 보호실 담당직원과 조사과장 등이 은폐하려 했다며 낸 진정에 대해 △가해자 부산사무소 공익요원 박 아무개 씨를 폭행죄로 검찰총장에게 고발하고 △부산출입국관리소장에게 보호실 담당공무원 성 아무개 씨를 징계할 것과 공익요원의 수갑사용 금지 등 유사사건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하며 △법무부장관에게 전 부산사무소 조사과장(현 부산사무소 울산출장소장)과 부산사무소장에 대해 서면으로 경고조치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공익요원 박 아무개 씨가 지난 1월 21일 3시경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압둘라함 씨를 밖으로 불러내 수갑을 채운 후 물품창고실로 데려가 바닥에 강제로 눕혀 몸통을 5-6회 발로 차 전치4주의 상처를 입혔다고 밝혔다. 또 보호실 담당직원 성 아무개 씨는 폭행사실을 보고 받고도 피해자에 대한 신체검사나 외상검사는 물론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다시 보호실에 입실시켜 방치했다. 전 조사과장 남 아무개 씨는 당일 내부보고로 폭행사건이 일어났음을 알고 있었지만 1월 24일 소장에게 보고하기 전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부산사무소장 또한 같은날 법무부장관에게 부상사고 발생보고를 하면서 △폭행 장소를 물품창고가 아닌 고충상담실로 보고하고 △수갑을 채운 상태의 일방적인 폭행사건인데도 당사자간의 '몸싸움'으로 규정하는 등 사건을 "은폐 내지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김민정 사무국장은 "단속추방 과정에서 법조차 지키지 않는 단속반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환영하면서도 "폭행 사실 자체를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으나 사건 은폐에 연루된 전 부산사무소 조사과장과 부산사무소장에게 고작 서면경고를 권고한 것은 너무 미진한 결정"이라고 아쉬워했다.

황필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도 "공익요원보다 더 무거운 책임이 부여된 공무원들이 불법상황을 방조·묵인하고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심각한 위법을 저지르는 등 공무원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형사처벌 해야 하는 사안인데도 인권위가 재발방지 대책 수립 정도를 권고한 것은 너무 몸을 사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 보호소 내에서 공익요원들이 규율잡는 일 등 공무원들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 일을 맡았던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셈"이라며 "공익요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수용시설에서 공익요원들이 권한을 가지는 구조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짚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 1월 양균비(중국 한족) 씨가 단속과정에서 부산사무소 직원들에게 전자충격 및 폭행을 당했다며 낸 진정에 대해 부산사무소장에게 △적법절차를 위반해 진정인을 단속하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부상한 진정인에 대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다시 차량에 탑승시켜 단속장소에 방치한 현장책임자 변 아무개 씨와 단속책임자 김 아무개 씨에게 징계조치를 내릴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김 아무개 씨가 지난 1월 24일 양균비씨 단속시 현장책임자로 단속과정에서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긴급보호서를 발부하지 않아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51조는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는 경우…보호명령서를 발부받아 그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을 여유가 없는 때에는 그 취지를 알리고 출입국관리공무원의 명의로 긴급보호서를 발부하여 그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김 아무개 씨가 이를 어긴 것.

또 김 아무개 씨는 양균비 씨를 부산사무소로 이송해 '불법체류자'임을 확인하고도 다시 차량에 탑승시켜 최초 단속장소로 옮겨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함께 단속된 김 아무개 씨에 따르면 부산사무소에 도착했을 때 양균비 씨는 "얼굴에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고, 의식을 잃었으며, 5층까지 출입국직원이 부축하여 올라갔고, 옷도 갈아입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진정인의 부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목적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사업장을 이동해 고용허가제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보호소에 갇혔던 압둘라함 씨는 통원치료를 받은 후 부산사무소 결정에 의해 비자만료 시한인 올해 6월까지 '일시보호해제' 됐다. 또 양균비 씨는 단속과정의 폭력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인권위는 지난 1월 조선족 원동욱 씨가 낸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아래 여수사무소) 외국인보호실 처우 관련 진정에 대해 △2005년 2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10명 기준의 보호실에 최대 18명, 평균 15명 안팎을 입실시켰고 △2005년 1월 개청된 청사에는 실내 및 실외 운동장이 있음에도 직원부족 등을 이유로 보호 외국인에 대한 운동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여수사무소장에게 △보호실 적정수용인원을 초과한 과밀수용의 재발을 방지하고 △유엔의 피구금자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 및 외국인보호규칙에 따라 보호외국인들이 하루에 한차례씩 운동할 수 있도록 실외 또는 실내운동장을 개방하며 △여성외국인의 보호업무는 여성직원들이 수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단속·연행 과정의 인권침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법적 근거가 미비한 출입국관리법령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고 △'미등록 외국인 단속 및 외국인 보호시설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강제퇴거 심사와 집행을 위한 합리적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