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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가난'은 숙명이 아닌 인권 침해

공동행동, 국가인권위에 '사회권' 관련 적극적 대응 요구

15일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저항하는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서 '불안정노동과 빈곤문제, 왜 인권인가'라는 주제로 정책워크샵을 진행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6월 불안정노동자들과 빈민들이 인권위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제출하는 인권선언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당시 접수한 11건의 집단진정 중 대부분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리고 정책국으로 이관했지만 현재까지 단 한 건에 대해서도 정책권고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공동행동은 워크샵을 통해 "불안정노동과 빈곤도 인권의 문제"라며 인권위에 "적극적으로 다룰 것"을 촉구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상임활동가는 현대 사회에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가리키는 '사회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유는 인간적인 생존을 추구하기 위해 절실한 것이지만, 궁핍한 인간은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권리도 차단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빈곤사회연대 유의선 사무국장도 "빈곤으로 인해 어떠한 사회생활도 할 수 없고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조차 봉쇄된 채 가까스로 목숨만 유지하는 삶은 인간적인 삶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빈곤 대책 중 하나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급 뇌성마비장애인이었던 고 최옥란 씨는 단독가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로서 한 달에 26만원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매달 지불해야 하는 약값만 26만원이 넘었던 그녀는 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최고의 금액을 수급받고도 한 달에 33만4천5백원이 부족했다. 결국 그녀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빚에 의지해야 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고, 기초법이 원망스럽다"며 "더이상 수급자들이 자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2002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건복지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최저생계비로는 도저히 살기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해오는 글들로 가득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를 외면하고 있다.

빈곤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또한 가난을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유 사무국장은 "사회적으로, 가난한 것은 개인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이러한 믿음은 가난하면 떼쓰거나 보채지 말라는 순응의 강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유 사무국장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노숙인에 대해 "왜 사회적으로 쓸모도 없는 사람을 위해 국가재정을 투여해야 하느냐"며 사회권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내팽개쳤다.

정규직노동자 5명 중 1명 꼴로 저임금 계층으로 분류되고, 비정규직노동자는 10명 중 7명 이상이 저임금 계층에 속한다. 300여 만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고작 64만원에 불과한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을 하면서도 가난한 '신빈곤'은 사회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파견노동자들은 정규직노동자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일상적인 고용불안을 겪고, 50% 정도에 불과한 임금을 받으며 차별 받는다.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는 산업재해는 해마다 9만5천여 건 이상 발생하고 3천여 명의 노동자가 사망한다는 것이 2003년 노동부의 공식 통계다.

류 활동가는 "이런 상황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인권의 이름으로 국가와 기업 등에 '의무'를 요구하는 '권리'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