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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중점사업의 ‘얼개’를 만들어가기까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올 해 중점사업으로 정한 ‘빈곤’의 초기 슬로건은 ‘빈곤에 저항하는 직접 행동’이었다. 중점사업팀에 합류를 하면서 화두로 간직한 질문은 인권운동으로서의 빈곤을 지양하는 대안과 그 대안을 실천하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사랑방이 사회권에 대한 전략을 임금문제만이 아닌 의료, 주거와 같은 공공재도 비판하려 했다면 그 전략의 구체적 대안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직접행동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일상적인 집회나 보고서 작성 등을 넘은 무언가를 지향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말이다.

두둥! 정책 워크숍을 시작으로
사실 그 화두에 대한 정책 워크숍이 초기에 있었는데 그 두 질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빈곤의 정의와 한계선에 대한 물음이 던져지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인권운동사랑방의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바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빈곤에 대한 직접행동에 대해서도 사랑방의 조직 속에서 실제로 행하여 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공유되지 못했다. 설사 정책 워크숍이 중점사업에 대한 대략적인 상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하더라도 팀 내에서 그 모호한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공통된 이해 속에서 기획이 진행되어야 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기획의 틀을 잡아 나가는 데만 3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원래는 2006년 말에 빈곤한 사람들과 함께 행진을 준비하자는 것이었는데 사랑방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권교육을 통한 조직화를 도모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1년 단위 사업에서 그것이 가능하냐는 반론이 있었다. 결국 올 해 중점사업의 목표는 빈곤이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드러내고 빈곤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홈페이지를 통해 빈곤인가 아닌가를 진행하고 인권오름 기사 작성을 통한 반빈곤 대안 찾기 그리고 FTA 반대를 위한 3분극으로 정해졌다.

삶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다
반빈곤 프로젝트 팀에서는 인권오름과 관련하여 '나틀터'를 담당하기로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삶_세상] 꼭지에 관심이 있었다. 한국의 일하는 빈곤층이 800만 명이 넘었고 그 다수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통계는 많이 보았지만 실제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떠한 경로로 우리가 빈곤하다고 말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인지를 직접 몸으로 보고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삶_세상]의 본래 취지도 빈곤한 사람의 삶을 눈에 그리듯 그려보고 그것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었기 때문에 개인적 동기와 꼭지의 취지가 부합되어서 흥미를 끌었던 것 같다.
세 네 번의 인터뷰를 통한 결론은 자본주의의 상품생산 사회가 그들을 빈곤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이윤을 증식하기 위해 상품으로 거래되는 의료서비스와 주거 공간은 이중 삼중으로 빈곤의 경계에서 빠져 나오려 하는 사람들을 더욱 늪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일자리와 관련하여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가 쉽게 해고를 당하더라도 노동권의 침해를 자유로이 말할 수 없는 비극도 보았다. 그 또한 자신의 노동을 소유함으로써 생산물과 생산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가 박탈된 사회구조의 결과인 것이다.

빈곤의 발견은 너무 어려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을 선택해서 그들이 빈곤인가 아닌가를 인권의 관점에서 정리해보는 빈곤의 발견은 사람들이 빈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고 인권의 담론에서 빈곤을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랑방에서 빈곤의 정의와 한계를 정한 기준 즉 (1) 소득의 측면 (2) 기본 욕구의 측면 (3) 사회참여의 배제의 측면은 그것을 글로써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소득의 측면은 비교적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기본적 욕구와 사회참여의 배제 측면은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없어 당위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상 팀 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이 기준들을 정확히 이해하거나 공유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빈곤에 대한 상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직접행동은 3분극을 넘어야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윤곽으로 잡고 있는 ‘직접행동’의 방식은 불복종운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컨대 거리 행진에서의 농성이라든가 빈집을 점거하는 것 등을 말이다. 하지만 중점사업팀에서는 그러한 직접행동의 방식이 여러 가지 제약으로 깊게 논의되지 못했다. 제한된 기간이 그랬고 막상 조직화와 같은 낯선 시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FTA 반대를 위한 3분극을 하기로 했는데 처음시도는 중점사업팀 구성원은 스텝이 되고 외부 활동가들이 배우가 되는 바람에 유기적으로 짜여진 진행이 되기 어려웠다. 결국 하반기에는 3분극만이 아닌 퍼포먼스와 선전전 그리고 서명운동을 결합한 켐페인을 기획하고 가능하면 사랑방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월 16일, 23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과 서울역에서 FTA가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를 도와 사람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선전물을 건네고 서명운동을 했다. 이 기획은 2달여 남은 기간에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인권운동사랑방이 사회권 특히 빈곤에 저항하는 직접행동을 장기적인 전략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3분극을 넘는 직접행동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 직접행동의 바탕에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그들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만드는 기획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주거권운동을 한다면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지역에서 인권운동사랑방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반대를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고 점거 농성하는 환자들이 있는 곳에서 인권의 이름으로 치료받을 권리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집회 현장에서도 인권운동사랑방의 깃발이 나부끼는 곳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칠 수 있는 연대가 바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 바탕에서 조직화와 실천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직접행동의 길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