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사회권 현실과 국가의 의무 ③

이름은 사회보장, 내용은 절망보장


하루하루 끼니 걱정을 해야하고 편안하게 쉴 방 한 칸이 없어 거리를 전전하거나 철거의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생활이 과연 이들 개인의 책임이며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야하는 것인가?


사회보장제도, 단팥 없는 단팥빵

“어머니 미안합니다. 오늘 면사무소에 갔더니 이달부터 한달 급여액이 6만 몇천원이라고 하데요. 그거 가지고 도저히 살 용기가 안나 이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해 10월 18일 장애인 실업자 김남희(46) 씨가 남긴 유서의 내용이다. 시혜가 아닌 수급자의 권리를 인정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0년 10월부터 시행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기초생활은커녕 심지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예산부족과 파행적인 운영 등이 그 원인.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급여액이 지나치게 적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지출을 하고 있는 1천만명 중 149만명만이 지원을 받았다. 결국 ‘국민의 정부’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모든 국민에 대하여 생계비 등을 지급해 기초생활을 보장토록 한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본래 취지는 온데 간데 없다.

4월 25일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조합 등의 집계결과 지난해 이후 폐암․폐기종․간농양 등 환경오염과 관련된 각종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자는 모두 6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중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사람은 지하철공사 설비주에서 일해온 변란오(55)씨뿐. 근로복지공단은 ‘오염물질을 직접 접촉하는 일을 한 것이 아니므로 산업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다른 노동자들에게 ‘재해판정불승인’ 통보를 했다. 95년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가 10인 미만의 사업장에까지 확대할 것을 권고한 산업안전에 대한 규제가 2000년 7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실제로 직업병을 발견해 내는 시스템이 여전히 갖춰지지 못하고 산업재해 인정절차도 복잡하다.

고용보험도 상황은 마찬가지. 서울 구로3공단에 위치한 마이크로(주)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월급에서 꼬박꼬박 고용보험료를 냈다. 그러나 정작 고용보험을 타려고 하자 근로복지공단은 회사가 보험료를 미납시켰다는 이유로 지원을 회피하고 책임을 사장에게 떠넘겼다.

국가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외면하고 절실한 국민의 생존권을 유린했다.

외형적으로 4대 보험이 갖춰졌지만 그 내용은 여전히 열악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제도의 수준과 질을 결정하는 사회보장예산의 규모가 너무 빈약한 탓이다. 2000년도 사회보장예산이 정부예산의 7.4%에 불과한 것을 보더라도 국가가 국민의 사회권을 위해 사회보장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주거권도 인간의 기본적 권리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이나 96년 제2차 유엔인간정주회의에서 채택된 하비타트 의제 등은 주거권을 인간의 기본적 권리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임을 명시했다.

정부는 99년 제2차 정부보고서에 정부재정으로 영구임대주책을 19만호를 건축하여 거택보호대상에게 임대하고 있다고 주택정책을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영구 임대주택은 93년에 이미 건설이 중단되었고 이후 도입된 공공임대주택도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주거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빈민밀집지역을 조사한 결과, 최저주거기준을 밑도는 빈곤가구가 무려 69.8%에 달했다. 방 하나에 세명 이상이 거주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려 9명이상이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지난 3월 4일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 율암마을 비닐하우스에서는 잠자던 일가족 10명이 숨지는 화재사고가 있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국가의 잘못된 주거정책에서 나온 결과이다.

지난해 전국철거민협의회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철거에 직면해 대책위원회가 세워진 지역이 전국적으로 30곳 7500여 세대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철거 때 세입자들에게 임시수용 및 주택자금 융자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여전히 강제로 철거용역원을 동원해 세입자들을 내쫓는 일이 백주대낮에 벌어진다. 2000년 1월 28일에도 관악구 봉천3동 재개발지역에 철거용역원들이 들이닥쳤다. 세입자들이 정부에, 구청에 회사에 수없이 항의했봤지만 각자에게 책임만 떠넘기며 해야 할 의무를 회피했다. 결국 철거촌의 세입자들은 회사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거리로 내몰려야 한다.


‘생존’을 넘어 ‘존엄한 삶’을 위해

‘삶의 질 향상기획단’까지 꾸리며 ‘인권 경시와 복지 최소한의 폐단을 시정’한다던 생산적 복지가 어두운 현실을 가리는 외피역할만 수행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이를 향상시킬 권리를 국가는 보장해야 한다. 이는 생존을 넘어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권리(사회권)이며 이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