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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문헌읽기] 극빈과 인권에 관한 유엔 원칙(2012년 9월 27일 유엔인권이사회)

지난 연말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젊디젊은 노동자가 자살했다. 가슴이 꽉 막혀와 혼자서 조문을 갔다. 부산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인데 체증에 갇혀 택시미터기 요금만 하염없이 올라갔다. ‘휴일인데 왜 이리 막히는 것이냐’는 내 물음에 운전사는 ‘대기업 백화점과 문화센터가 들어선 이후 사람들이 죄다 그리로 몰려들어 그런다’고 했다. 그곳을 벗어나자 ‘골목상권 다 죽는다’는 초라한 현수막들이 인적 없는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죽은 이의 아내는 젊다 못해 앳된 얼굴이었고, 두 아이를 챙기고 헤쳐가야 할 삶을 담아내야 해서인지 그녀의 소복 자락은 너무 넓었다. 슬픔의 두터운 장막이 덮인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다시 부산역으로 향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 앞에 궁색한 차림의 모녀가 섰다. 여인은 한파임에도 겨울 외투조차 입지 못했다. 그나마 아이에게는 모자 달린 외투를 입혔지만 어디서 얻은 것인지 아주 낡아 보였다. 에스컬레이터가 끝나갈 무렵 여인이 갑자기 아이 손을 놓았다. 제 몸 가눌만한 나이가 아닌 어린아이는 위태롭게 균형을 잃고 빙빙 돌았다. 깜짝 놀라 나를 비롯해 몇몇 사람들이 ‘어! 어!’하고 소리를 냈다. 그때 뒤를 돌아본 여인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성난 눈이었다. “내 새끼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들은 신경 꺼!”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내 뒤를 향해 계속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이 나한테 뭐 해준 게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여인의 분노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듯 말 듯한 가운데도 아이에게 그러는 건 원망스러웠다. 내가 그녀를 바라본 눈길이 그녀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을까 하는 생각은 잠깐이었다. 어른들의 소동과 상관없이 방글거리기만 하던 아이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속이 상할 대로 상해 기차에 오르면서 중얼거렸다. 온 천지가 레미제라블이구나!

유엔의 특별인권절차 중에 특별보고관이란 게 있고, 그중에서도 ‘극빈과 인권’을 전담하는 특별보고관이 있다. ‘극빈과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빈곤의 형벌화>에 관한 보고서(<인권오름> 제271호 참조) 등을 통해 빈민을 처벌하고 분리하고 통제하는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간 노력의 결실이 2012년 9월에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극빈과 인권에 관한 유엔 원칙>이다. 2001년부터 십 년 이상의 협의를 통해 채택된 이 원칙은 국제인권법에 따른 당사국의 의무를 각국의 정책 수립자들이 빈곤 정책에 반영토록 할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특별보고관은 이 원칙이 빈민의 인권에 초점을 둔 빈곤정책을 다룬 “최초의 지구적 기준”이라고 그 의의를 밝혔다.

“극빈자의 고유한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모든 공공정책을 통해 알려져야만 한다”는 것이 원칙 중의 원칙이기에 “낙인화와 편견을 피해야” 하고 국가는 “빈민의 권리에 적대적으로 편향된 법과 규제를 폐지하거나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이런 대원칙에 근거해서 국제인권법에 규정된 구체적 권리들을 빈민의 입장에서 상술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국가의 책무만이 아니라 기업의 책임을 콕 짚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 기업의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외면하고 사회적으로 한 약속에 대한 무시를 일삼는 기업에 “인권에 상당히 유의해야” 하며 “기업 활동이 인권에 끼치는 악영향을 방지하고 완화해야 한다”는 이 원칙이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까 난망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이런 원칙의 존재 의의는 최선의 인권을 향해 나아갈 방향탐지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원칙과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늘 반복적으로 재연되던 현상이지만 대선을 전후로 ‘안전’과 ‘복지’가 특히 강조됐다. ‘안전’은 불안과 걱정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문제는 누구의 입장에서 무엇을 불안과 걱정으로 정하느냐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안’에 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밖’으로부터의 안전을 추구하면 문을 닫아걸게 된다. 상대적으로 ‘밖’에 속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꼭꼭 닫힌 문이 생계의 불안뿐 아니라 불신과 무시와 편견으로 뭉친 차별을 의미하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는 더 나아지리란 삶의 전망을 가질 수 없게 되고 될 대로 되란 식이 되어도 탓할 수가 없다.

불안의 원인이 차별적으로 선택되고, 모두의 자유가 아니라 일부의 자유가 우선적으로 선호되는 안전의 선택이 이뤄진다. 그런 선택 속에서 누구에게는 이동이 자유롭고 누구에게는 이동이 가로막힌다. 누구는 생활보장을 말하지만, 누구에게는 생계보장도 감지덕지다. 선택에 따른 이해당사자의 구분은 심해지고 사회 공동체의 연대감은 희박해진다. 그런 사회일수록 불안의 근본원인은 커져가고 걸어 잠가야 할 문의 자물쇠만 늘어간다. 그럴 때 ‘안전’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치안’으로 후퇴해버린다. 타자, 그중에서도 가난하고 권리를 침해당한 타자로부터 내 수준의 소유와 생활을 지키려는 치안은 결사의 자유나 근본적인 사회보장 같은 것을 촉진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복지’도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더 이상의 추락을 방지한다는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다. 이 둘의 결합이 ‘치안복지’라는 간판이 되어 동네방네 경찰서와 관공서에 내걸리고 있는 게 두렵다.

‘치안복지’의 눈으로 부산역에서 만난 여인을 투시해본다. 한겨울에 외투도 갖추지 못한 여인, 상처 입은 짐승처럼 신음하는 그 여인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될 능력은커녕 의욕도 없어 보이는 인간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녀는 감시와 치안 관리의 대상이 돼야 마땅해 보인다. 가난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 당선자가 4대악으로 규정한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 불량식품’의 피해자이거나 가해자인 동시에 그것의 온상으로 보여진다. 그녀의 가난은 반사회성과 범죄 가능성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게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니 미리 조치를 취한다는 측면에서 관리될 것이다. 그녀의 행색으로는 공공역사 출입이 어렵게 될 수도 있고 대규모 상업시설 같은 데서는 경비한테 걸러질 수도 있다.

그런 그녀가 눈에 안 띄면 안 띌수록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입장에서는 ‘치안이 곧 복지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릴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이 된다면 ‘치안이 복지’란 말은 나한테 해준 것도 없으면서 날 비난하고 공공영역에서 아예 쫓아내겠다는 말로 들릴 것이다.

어릴 적 동생들 중 하나가 도벽이 심했다. 도벽이 발각 날 때마다 나는 하루 종일 일 나간 엄마 대신에 맏이라는 이유로 이웃에게 불려 갔다. 나를 부른 이웃들이 내게 안긴 것은 서슬 퍼런 추궁이 아니었다. “네 엄마 걱정하실 테니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으마. 네가 맏이니까 동생 잘 돌봐줘라. 어릴 때 잠시 그럴 수 있다.”고 다독여주셨다. 한번은 호떡 파는 아주머니가 길 가던 나를 부르더니 호떡을 공짜로 잔뜩 안겨주셨다. “언제든지 공짜로 줄 테니 네 동생 갖다 주고 동생 건사 잘하라.”고 하셨다. 동생의 도벽은 외제 상표가 박힌 잠바를 몰래 숨겨두고 입은 것으로 결국 엄마에게 발각이 났고, 한밤중에 혼이 난 동생은 컴컴한 개천에 뛰어들어 죽겠다고 했다. 그런 동생을 찾아 개천가를 헤매던 밤은 참 추웠다. 참 아픈 기억이지만 ‘한때 그러는 것이니 잘 돌봐주라’던 이웃들의 인정이 함께 떠오르기에 나쁘지만은 않다. ‘잠시 한때’일 뿐이고 ‘관심으로 돌보면 괜찮아진다’던 이웃들의 인정과 믿음이 내가 받은 최고의 복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나와 내 가족에 대한 존중이었다.

이 원칙을 기초한 특별보고관은 빈민의 권리에 초점을 둔 빈곤 정책을 강조했다. 빈곤정책이라 이름 붙였다고 해서 죄다 빈곤정책이 될 수는 없으며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그 안에 담겨야 한다고 했다. “빈곤을 범죄시하는 정책은 빈곤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오해와 그들이 고통받고 있는 광범위한 차별과 그로 인해 상호 재강화되는 불이익에 대한 무지를 반영한다.”던 특별보고관의 말을 곱씹어보게 된다.

극빈과 인권에 관한 유엔 원칙(Guiding principles on extreme poverty and human rights, 2012년 9월 27일 유엔인권이사회 채택)

I. 전문

1. 경제 발전, 기술 수단, 재정 자원이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른 세계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극빈 상태로 사는 것은 도덕적 폭거이다. 이 원칙은 극빈 퇴치가 도덕적 의무일 뿐 아니라 현존하는 국제인권법에 따른 법적 의무라는 이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인권법의 규범과 원칙들은 빈곤을 저지하고 빈민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공공정책을 지도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야만 한다.

2. 빈곤은 단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소득’과 ‘존엄하게 살 기본 역량’ 둘 다의 결여를 둘러싼 다차원적인 현상이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2001년 빈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빈곤은 적합한 생활 기준과 여타의 시민적‧문화적‧경제적‧정치적 및 사회적 권리의 향유에 필수적인 자원, 역량, 선택, 안전과 힘의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박탈로 인한 인간 조건이다.”(E/C.12/2001/10, para.8) 또 빈곤은 “소득 빈곤, 인간 발전의 빈곤과 사회적 배제의 조합”(A/HRC/7/15, para13)으로서, 기본적인 보장의 지속적인 결여는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기회 또는 예견할만한 장래에 권리를 재획득할 기회를 혹독하게 망치면서, 사람들의 삶의 다양한 측면에 일제히 영향을 끼치는 것(E/CN.4/Sub.2/1996/13)으로 정의돼왔다.

3. 빈곤은 그 자체로 긴급한 인권의 문제이다. 빈곤은 인권침해의 원인이자 결과이며 여타 침해를 낳는 조건이다. 극빈은 시민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대한 침해를 복합적으로 강화할 뿐 아니라 극빈 상태의 사람은 일반적으로 존엄성과 평등에 대한 정례적인 부인을 경험한다.

4. 극빈자는 자신들의 권리와 권한에 접근함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신체적, 경제적, 문화적 및 사회적) 장벽에 직면한다. 결과적으로, 극빈자는 상호연관되고 상호강화하는 많은 박탈을 경험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위험한 노동 조건, 위험한 주거, 영양가 있는 음식의 부족, 불평등한 사법접근, 정치적 힘의 결여, 제한된 건강보호접근 등이며 이로 인해 극빈자는 권리 실현을 방해받고 계속 가난하다. 극빈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무력함, 낙인화, 차별, 배제, 물질적 결핍 등 모두 서로를 상호 강화하는 것들의 악순환 속에서 살아간다.

5. 극빈은 불가피한 게 아니다. 극빈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국가 및 여타 경제 행위자들의 행위와 방임에 의해 만들어졌고, 가능했고, 지속된 것이다. 과거에 공공정책은 흔히 극빈자에게 도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세대를 통해 빈곤이 전달됐다. 구조적이고 체제적인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및 문화적) 불평등은 흔히 다뤄지지 않은 채로 남아 빈곤을 더욱 견고히 한다. 국내와 국제적 차원에서 정책 일관성의 결여는 흔히 빈곤 퇴치에 대한 약속을 해치거나 약속과는 모순된다.

6. 극빈이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는 것의 의미는 극빈을 퇴치할 도구가 손에 미칠 만큼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인권적 접근은 극빈자를 권리의 보유자이자 변화의 주체로서의 인정에 기초한 장기적 극빈 퇴치의 틀을 제공한다.

7. 인권적 접근은 극빈자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며, 공공정책 구상을 포함하여 공공의 삶에 의미 있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책임성 있는 의무 담지자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한다. 국제인권법에 규정된 규범들은 빈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할 때 자국의 국제적 인권 의무를 고려할 것을 당사국들에 요구하고 있다.

II. 목적

11. 이 원칙의 목적은 빈곤과의 싸움에 대한 노력에 인권 기준을 적용할 방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다. ……

12. 이 원칙은 빈민의 역량 강화란 빈민의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인 동시에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관계적이고 다차원적인 시각에 기초하고 있다. ……

III. 기초 원칙들

15. 인간 존엄성은 인권의 기초 중의 기초다. 인간 존엄성은 평등과 비차별의 원칙과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극빈자의 고유한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모든 공공정책을 통해 알려져야만 한다. 국가 기관과 사적 개인들은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하고, 낙인화와 편견을 피해야 하고, 빈민이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취하는 노력을 인정하고 지원해야만 한다. ……

17. 빈곤을 극복하려는 공공 정책은 빈민의 모든 인권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보호하고, 실현하는데 기반해야만 한다. 어떤 영역에서든 어떤 정책이든지 빈곤을 악화시키거나 빈민에게 불균형한 부정적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

19. 국가는 빈민의 권리, 이익 및 생계에 대해 적대적으로 편향된 법과 규제를 폐지하거나 고쳐야 한다. 경제적 상황 또는 여타의 빈곤과 결합된 이유에 근거한 직간접적인 모든 형태의 입법적‧행정적 차별은 규명되고 철폐돼야 한다. ……

32. 극빈자의 대부분은 아동이며 유년기의 빈곤은 성인기 빈곤의 근본 원인이기에 아동의 권리에 우선성을 부여해야만 한다. 아주 짧은 기간의 박탈과 배제조차도 아동의 생존과 발전의 권리에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수 있다. 빈곤퇴치를 위해 국가는 유년기 빈곤과 맞설 즉각적인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 ……

35. 국가는 아동의 삶과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서 아동의 의견이 청취될 수 있는 권리를 증진해야만 한다. ……

45. 극빈자는 흔히 정부 부조 또는 자선의 수동적인 수혜자로 비춰진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정책수립자와 여타의 공무원들이 그들에게 설명책임을 져야 할 권한을 가진 권리 보유자들이다. ……

V. 구체적 권리들

63. 경제적 독립성이 거의 없는 극빈자는 안전과 보호를 구할 가능성이 훨씬 더 적다. 법집행기관은 흔히 극빈자를 분류하고 고의적으로 표적으로 삼는다. 빈민 여성과 소녀는 특히 성에 근거한 폭력에 영향 받는다. ……

64. (a) 국가는 극빈자의 생명권과 신체적 존엄성이 동등하게 존중‧보호‧실현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특별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법집행공무원에 대한 훈련, 치안 방법에 대한 재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한 명확한 책무성 체계의 수립 등이 포함된다.
(b) 국가는 가정 폭력의 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 제공을 포함하여 빈민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성폭력에 제동을 걸 구체적 전략과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

65. 차별을 포함하여 다양한 구조적 및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빈민은 불균등하게 높은 빈도로 형사 사법 체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빈민은 또한 형사 사법 체제를 벗어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결과적으로 불균등하게 많은 수의 극빈자와 가장 배제된 사람들이 체포, 구금, 투옥된다. 상당수가 보석 또는 심사에 대한 의미 있는 수단 없이 장기간의 공판 전 구금에 처한다. 흔히 적합한 법적 대리인을 취할 수 없기 때문에 빈민은 유죄선고를 받기 쉽다. 구금된 동안 빈민은 위험하거나 비위생적인 조건, 학대나 늘어지는 지연 등 권리 침해에 항의할만한 수단을 갖지 못한다. 극빈자에게 부과되는 벌금은 그들에게 불균등한 영향을 끼치고 상황을 악화시키며 빈곤의 악순환을 지속시킨다. 특히 홈리스는 이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자주 받으며 공공장소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간주된다.

66. (a) 국가는 빈민에게 불균등한 영향을 끼치는 형사적 제재와 투옥 절차를 평가하고 다뤄야 한다. ……
(c) 공공장소에서의 생존 활동, 가령 잠자기, 구걸, 먹기, 개인적인 위생 활동의 수행 등을 범죄화하는 법을 철폐 또는 개혁해야만 한다.
(d) 극빈자, 특히 구걸, 공공장소 이용, 복지 사기 등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불균등한 벌금 납부를 요구하는 제재 절차를 재고해야 하고, 벌금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벌금 불이행에 대한 구금형을 폐지하는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

84. (a) 국가는 존엄한 노동 조건에 대한 권리의 향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엄격한 노동 규제를 채택해야 하고, 적합한 역량과 자원을 가진 노동감시관을 통해 그것의 이행을 보장해야만 한다.
(b) 국가는 자신과 가족의 적절한 생활 수준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기에 충분한 임금이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될 것을 보장해야 한다.
(c) 국가는 공정하고 우호적인 노동조건에 관한 법적 기준이 비공식 부문 경제에도 확대되고 존중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비공식 노동 부문을 평가할 수 있는 산재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
(h) 국가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정체성과 목소리와 대표성이 노동 개혁에 대한 사회적 및 정치적 대화 속에서 강화될 수 있도록 결사의 자유를 존중하고 증진하고 실현해야 한다. ……

VII. 기업을 포함한 비-국가 행위자의 역할

100. 기업을 포함한 비-국가 행위자에게는 최소한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 존중의 의무란 기업의 활동, 생산 또는 서비스를 통해 반인권적인 영향을 야기하거나 그런 영향에 기여하는 일을 피해야 하고, 반인권적 영향이 발생하면 그것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101. 기업은 빈민의 인권을 포함하여 인권 존중에 대한 명확한 정책 약속을 채택해야만 한다. 기업은 기업 자신의 활동과 사업 파트너들에 의해 야기된 인권에 대한 실제적‧잠재적 영향을 규명하고 평가하기 위하여 인권에 상당히 유의하는 과정을 취해야만 한다. 기업은 기업의 활동이 빈민의 권리에 끼치는 악영향을 방지하고 완화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그런 악영향에 직면하는 개인 또는 지역사회를 위한 경영차원의 고충처리장치 수립 또는 참여가 포함된다.
102. 제삼자에 의한 인권침해로부터 보호할 국가의 의무는 효과적인 정책, 입법, 규제 및 판결을 통해 인권침해를 방지, 조사, 처벌, 보상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는 기업과 관련된 침해로 영향받은 사람들에게 신속하고 접근가능하며 효과적인 구제를 보장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사법적 구제, 비사법적 책무성, 고충처리장치 등이 포함된다.

덧붙임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