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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이 아닌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한 싸움이다

4.24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을 지지하며

민주노총이 4.24 총파업을 선언한 이후, 경총과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정부의 경제정책, 노동정책에 관한 것이기에 불법 파업이라며 엄중 처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총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모는 것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두려워하기에 그들의 힘을 약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힘은 함께 모이고 행동할 때 만들어진다. 불법파업이니 하는 규정은 그저 노동자 민중의 힘을 두려워하는 저들의 논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왜’ 지금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노동정책에 맞서 싸우려고 하는가이다.

민주노총은 ‘멈춰! 박근혜’라 외치며 ▵노동시장 구조개악 폐기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과 공적연금 강화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모든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등의 4대 요구를 내세웠다. 특히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것들은 지금까지 법적․제도적으로 만들어왔던 노동권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개혁’이라는 기만적인 이름으로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에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하고 ‘임금체계를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개편’하고, ‘기업의 해고 사유 제한을 푸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노동법에서는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노사협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개악되면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의 기본원리인 노동자 보호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노조와 단체협약의 역할과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또한 임금체계도 노동자에게 불리한 직무급, 성과급으로 개편하고,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사유를 수정하여 사업주가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더 쉬운 해고와 더 낮은 임금’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으로, 이미 불안정할 대로 불안정한 노동자의 삶을 더욱더 벼랑 끝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운운하며 이번 정책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인 양 호도하고 있다. 10대 기업은 500조가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채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는데, 정부는 기업의 정책을 바꾸기보다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4.3조만 들이면 10대 그룹이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특히 최저임금 1만원 쟁취와 모든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라는 요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현실에서 더욱 중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고 중소영세사업장,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보장되어 있지 않기에 그동안 수많은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은 모욕적인 노동조건과 삶을 감내해야 했다.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충당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가 227만 명이다. 열심히 일해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노동의 조건, 삶의 조건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중소영세사업장 대부분이 대자본의 하청구조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책임소재는 분명하다. 그런데도 모든 책임을 오직 노동자들에게만 떠넘기는 게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고 노동시장 구조개악안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법안 처리 여부와 별개로 단체협약 가이드라인과 업무지침 등을 통해서라도 강행하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법 위의 권력이다. 벌써부터 여러 현장에서는 사업주가 노동자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개악하고 있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참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시도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국사회가 그나마 만들어온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것이다. 87년 민주화 투쟁은 단지 직선제 개헌에 멈추지 않고 사회 전반에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퍼뜨렸다. 민주화 투쟁 속에서 시민들이 자유로운 토론과 집회시위를 통해 집단적인 의사 표현을 하듯이, 일터에서도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노동조건과 관련한 사안에 의견을 모으고 그 힘으로 싸우면서 얻어낸 결과가 민주노조이고 노동3권이고 임금인상이었다. 혼자서는 노동자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킬 수 없기에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결성은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노동자들은 복무규정 같은 작업장에서의 자율권을 보장받았고, 노동자의 삶을 결정하는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해왔다. 지금 단체협약 가이드라인, 취업규칙 일방 변경과 같은 정부 정책은 바로 이렇게 일터에서 작게나마 이뤄낸 노동권에 대한 공격이다. 87년 이전 시절처럼 노동자들 신경 쓰지 말고 사업주 맘대로 독재하라고 부추기는 정부정책이 단지 ‘정책’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언제나 정부와 기업은 민주노총의 투쟁을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싸움으로 매도해왔다. 그러나 자신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현장을 바꾸는 것은 모든 사람의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권리이다. 권리는 저절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말해주지 않는가. 이번 총파업 투쟁은 기업의 이익 보호에만 혈안이 된 박근혜 정부에 제동을 거는, 나아가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싸움의 시작인 것이다. 총파업 투쟁에서 조직된 노동자들이 맞서 싸우려는 화살의 방향이 불평등한 질서이기에 우리는 함께 힘을 모을 것이다. 불평등한 질서를 강화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지금, 여기’ 싸우는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연대하며 4.24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